추석이 다가오고 있지만 해마다 제약사들이 병ㆍ의원에 선물을 제공하던 모습을 올해는 쉽게 볼 수 없게 됐다.

오는 11월 28일 시행 예정인 쌍벌제 하위법령에 따르면 10만원 이내의 명절 선물이 허용되지만 현재 시행 중인 공정경쟁규약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쌍벌제 시행 이전인 이번 추석에는 명절 선물을 하면 안 되고, 내년 설날부터는 명절 선물이 허용되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추석에 치약이나 비누세트 등 저가의 선물도 금지시킨다는 입장을 밝혀 제약사들은 더욱 몸을 사리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회사 차원에서는 공식적으로 선물을 금지했지만 영업사원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최근 매출에 호조를 보이고 있는 한 중견제약사의 영업사원은 “회사차원에서 안하는 쪽으로 결정돼 매년 나오던 명절 선물 비용이 아예 나오지 않았다”면서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선물을 하고 있고, 특히 매출액이 많이 나오는 곳은 더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예전에는 영업사원들이 병ㆍ의원으로 선물을 직접 들고 들어갔지만 이제는 의사들의 집으로 갖다놓는다던지, 차 키를 받아 차에 실어놓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 회사는 최근 매출실적이 좋다는 이유로 언론과 타 제약사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선물전달에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다른 국내제약사의 영업사원도 “타 제약회사 사원들도 개인적으로 선물을 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 우리만 안할 순 없지 않느냐”면서, “다만 얼마 전 전남지역에서 한 제약 영업사원이 추석선물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회사에서 개인적 차원의 선물도 중단하라고 지침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엄격하게 선물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보인 제약사도 있는 반면, 오히려 불편한 입장을 토로하는 제약사도 있었다.

국내 상위제약사의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나라 정서상 일반적ㆍ관례적으로 명절 선물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까지 막아놓으니 곤란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바뀌는 제도에 따르는 것이니 어쩔수는 없지만, 또 11월부터 쌍벌제가 시행되면 다시 명절선물이 허용되는 상황도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다국적제약사는 하자니 법에 걸리고, 안하자니 마음에 걸리는 추석선물의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입장이다. 다국적제약사 N사와 P사, G사는 하나같이 “우리는 원래 명절 선물을 안해왔기 때문에 올해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쌍벌제 시행 예정으로 영업활동이 많이 위축된 상황에서 제약 영업사원들의 희망사항은 공통적으로 “병ㆍ의원을 찾아갔을 때 원장님이 잘 만나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한 영업사원은 “쌍벌제 등으로 제약 영업환경이 변화하면서 귀찮거나 괜히 문제가 생길까봐 안 만나는 원장님들이 많아졌다”면서, “열에 셋, 넷은 안 만나준다”고 토로했다.

다른 영업사원은 “간호사에게 문전박대를 당하면 기분이 나쁘지만 그런 것을 다 참고 영업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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