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잠잠하던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목소리가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안압측정기 판결 이후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의료법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바,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 역시 이에 중점을 둬 해석해야 할 것이다.”라며,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청력검사기 등의 사용을 한의사의 면허범위로 판단한 바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자격이 있는 의료인에게 그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한의계는 이 판결을 근거로 들며, 다른 의료기기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먼저 의료기기와 관련해 한의사가 패소한 다수의 판례가 있지만 그때마다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이번 판결 이후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X-레이, IPL, 초음파, CT 등의 소송에서 한의계가 모두 패소했지만, 안압측정기를 허용해 줬다고 해서 마치 모든 의료기기를 쓸 수 있게 된 것처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한의사라는 직역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는 주장은 영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공식석상에서 종종 한의사들의 상황이 많이 어려우니 이들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원의가 대부분인 한의원의 경영 여건은 예전보다 많이 악화된 상황이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의 하나로 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것이지, 국민 건강이 주된 이유는 아닌 듯 보인다.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것과 함께 한의사들의 단골 메뉴인 ‘국민 대다수가 원한다’는 이유도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주장하지만, 한의협 주관의 편파적 문항으로 이뤄진 여론조사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한의사들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나 국민들이 원해서가 아닌, 한의원의 경영이 어려우니 이렇게라도 해야겠다고 솔직해져라.

그러나 그러한 주장을 보건당국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였다가는 국민 건강을 위하기는 커녕, 국민건강의 위해가 우려되는 만큼, 복지부는 객관적 입장에서 진정 국민 건강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처신을 똑바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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