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가 열린 더케이서울호텔에서는 의사들로부터 주목 받고 있는 또 하나의 회의가 열렸다. 비상대책위원회 2차 회의 말이다.

비대위는 이날 회의에서 김정곤 울산시의사회 대의원의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했고, 조인성 경기도의사회장과 이관우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노만희 정신과의사회장을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이 밖에 간사와 대변인도 정했고, 상황에 따라 실행위원과 팀장급 위원을 추가로 두기로 합의했다.

지난 1차 회의에서 새 비대위 명칭을 ‘비대위’로 하자는 것과 ‘운영비를 회원들에게 특별회비로 걷자’는 결정을 하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한 걸음 내디딘 모양새다.

하지만 2차 회의에서도 여전히 대정부투쟁에 대한 방향은 결정되지 않았다.

비대위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비대위의 정체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특히 최재욱 상근부회장이 회의에 참석해 2차 의정협의 내용을 브리핑했다고 소개하며, 비대위가 의정협의 내용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 지는 집행부와 계속 접촉한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변인의 설명대로라면 비대위는 아직까지 정체성을 결정하지 못한 듯 하다. 또, 의정협의 내용과 진행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의정협의에 대한 결론도 당장은 내릴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집행부와 계속 접촉한 후 결정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대의원들은 지난 3월 30일 임시총회에서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할 당시, 대정부 투쟁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기로 의결했다.

대의원들은 대정부 투쟁과정에서 집단휴진과 의ㆍ정협상 등으로 이어진 노환규 회장의 투쟁방식을 비판하며, 새 비대위를 탄생시켰다. 전국적인 투쟁체를 조직해 제대로 투쟁하겠다는 것이 새 비대위의 구성 이유였다.

이는 투쟁을 할 지, 협상을 할 지 집행부와 상의하면서 결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현재 의사협회는 복지부와 2차 의정협의를 이행하기 위한 협상단 모임인 의정협의 이행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의정협의 이행추진단은 지난 4월 11일 첫 모임을 갖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의정협의 내용은 39개의 과제로 구성돼 있으며, 원격의료 시범사업과 영리 자법인도 포함돼 있다. 차기 회의는 5월 9일 열릴 예정이며, 이르면 이날 원격의료 시범사업 모델도 제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비대위는 서둘러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협상에 나설 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반대하며 투쟁에 나설지를 결정해야 한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반대하면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복지부가 받아들일 지도 의문이지만, 그 자체가논리적 모순이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비대위의 행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비대위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해 서둘러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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