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새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9일 발대식을 겸한 첫 회의를 열고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새 비대위는 이날 회의에서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이날 결정된 사항은 새 비대위 명칭을 ‘비대위’로 하자는 것과, 비대위 운영비로 회원 당 5만원을 특별회비 형태로 걷자는 것이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투쟁을 할 지, 아니면 협상을 할 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는 발언이 수차례 나와 의아하게 했다.

새 비대위가 왜 구성됐는지 돌아보자.

새 비대위는 의사협회의 대정부 투쟁과정에서 집단휴진과 의ㆍ정협상 등으로 이어진 노환규 회장의 투쟁방식에 불만을 품은 대의원들이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구성을 의결하면서 탄생했다.

전국적인 투쟁체를 조직해 제대로 투쟁하겠다는 것이 새 비대위의 구성 이유였다. 대의원회는 대정부 투쟁을 잘못 이끌었다는 이유로 노환규 회장을 새 비대위에서 배제했다.

이러한 과정을 볼 때 새 비대위의 구성 목적은 그들이 실패로 규정한 의ㆍ정합의를 번복하고 새로 투쟁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새 비대위의 행보를 보면 제대로 투쟁을 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게 한다.

먼저 새 비대위는 지난 15일까지 29명으로 구성하려 했으나, 23명 만으로 조직됐다.

상임이사회와 부산시의사회가 불참하기로 한데다가, 비대위원을 맡을 인사가 없다는 이유로 추천을 하지 못한 의학회까지 6명의 결원이 생겼기 때문이다.

발대식도 한차례 연기됐다. 발족식을 준비한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의사협회 집행부의 요구로 연기했다고 밝혔지만 집행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한 비대위원은 지방 위원들의 저조한 참석률을 우려해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회의 참석률도 저조했다. 이날 배석자는 23명 중 14명에 불과했다. 발대식을 겸한 데다가 주말 인데도 불참자가 다수 발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이날 위원장 선출 과정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위원장으로 추천된 인사는 조인성 경기도의사회장과 김정곤 울산시의사회 대의원의장이다.

비대위원장은 투쟁을 잘 이끌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스스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자청해서 위원장을 맡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추천을 받은 김정곤 의장은 나이가 가장 많다고 해서 위원장을 맡아야 하는 건 아니라면서, 투쟁파와 협상파를 아우를 수 있는 합리적인 사람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의 말은 위원장을 고사하는 듯한 발언으로 비쳐졌다.

곧바로 한 위원이 위원장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려면 수도권 인사여야 한다며, 김정곤 의장이 고사했으니 조인성 회장을 선출하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자 다른 위원이 김정곤 의장이 고사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고, 김정곤 의장도 고사를 한 건 아니라면서 추천을 받았으니 위원장이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추천을 받은 또 다른 인물인 조인성 회장은 이날 불참한 이원표 위원을 보건의료 전반을 잘 이해하고 있는 적임자라고 소개하며, 위원장으로 추천했다.

이원표 위원을 두고 첫 회의에 불참한 사람을 위원장으로 추대할 수 없다며 반대하는 의견과 투쟁과 협상을 병행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찬성하는 의견이 충돌했다.

그러던 중 공동비대위원장을 두자는 의견이 제시되자, 이번에는 단독 위원장과 공동 위원장을 놓고 의견이 갈렸다.

한 위원이 위원장을 선출하는데 일~이주일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의사협회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은 아니라며, 위원끼리 서로를 알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결국 위원들은 다음 회의에서 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이어진 새 비대위 명칭 선정에서는 ‘의쟁투 시즌 2’, ‘2기 의쟁투’, ‘의권회복을 위한 비대위’, ‘의료정상화를 위한 비대위’ 등의 의견이 제시됐으나, 외부에서 이해하기 쉽다는 이유로 기존 명칭인 ‘비대위’로 결정했다.

위원장 선출 여부와 비대위 명칭을 결정하는데 만 한 시간이 흘렀고, 이후 한 시간 여 동안 회의가 계속됐지만 운영비로 사용할 특별회비 액수와 차기 회의 일정 등만 결정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환규 회장이 독단적인 결정으로 물의를 일으켰으니 비대위는 나머지 위원들이 모두 합류한 후 민주적으로 결정하자’거나, ‘지방위원들이 많으니 한 달에 한번씩 모이고 대부분 사항은 온라인을 이용하자’는 발언도 나왔다.

지난 19일 대의원에 의해 불신임된 노환규 회장은 임시대의의원총회 불신임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한 상태다. 의사협회는 19일부터 김경수 회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또, 의사협회는 60일 이내로 협회장 보궐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2차 의정합의가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고, 이행추진단도 활동을 시작했다. 주변 여건은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는데 반해, 비대위 인사들의 행보는 너무 느긋한 건 아닐까. 회원들이 새 비대위에 무엇을 원하는 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