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달려온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이 2차 총파업 유보로 일단 한숨 돌리게 된 가운데, 혼란 속에 피어 오른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눈에 띈다.

주요 논쟁사항이었던 원격의료와 영리자법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한 발 물러서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젊은 의사들과 예비 의사들이다. 애초 정부는 의료계의 총파업이 개원가를 중심으로 한 미풍에 그칠 것이라고 예단했지만, 2차 총파업부터 참여를 계획했던 전공의들이 1차 총파업부터 대거 참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전공의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신속하게 의견을 모은 결과, 1차 총파업 날인 지난 10일 전국 전공의 1만 7,000명 중 7,200명(전공의 비대위 집계)이 집단 휴진에 참가했다. 이는 개원의들을 훨씬 뛰어넘는 비율로, 당시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선배의사들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전공의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차 총파업이 예견됐던 24일에는 더욱 많은 수가 참여하기로 비상총회에서 의결했다.

특히 끝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들까지 파업 동참 의지를 밝히며, 소위 ‘빅5’ 병원 전공의들이 모두 의료계 총파업에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해 정부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들 전공의들이 모두 병원을 나서면 말 그대로 대혼란에 빠지게 되는 만큼, 전공의들은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두려워 한 정부는 의료계에 대화를 요청하며 2차 의정 협의를 이끌어 냈다.

미래 의사들인 의과대학생들도 행동으로 보여줬다. 이들은 지난 10일부터 국회 앞 등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16일에는 서울 신촌과 명동에서 침묵시위를 벌이며 시민들에게 의사들의 파업 이유를 ‘조용히’ 설명했다.

또한 전국 의대생 8,2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의료계 투쟁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94.17%의 의대생들이 지지 의사를 표하는 등, 선배 의사들의 투쟁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의대생들은 상황이 악화되고 학생들의 공감대가 더욱 두텁게 형성된다면 침묵시위보다 더욱 큰 규모로 단합할 것이며, 의대생으로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경한 움직임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해 수업거부까지 돌입할 뜻까지 시사했다.

이처럼 이번 투쟁에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보여준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기성세대 의사들에게 많은 메세지를 던져줬다.

가만히 앉아 불평, 불만만 늘어놓지 않고, 당장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미래에 닥칠 일을 걱정하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행동력이 그 첫번째다.

젊은 세대답게 각종 네트워크 수단을 이용해 단시간에 신속하게 결집하는 단합력과 조직화된 모습도 인상 깊었으며, 정부와 병원 측의 갖은 압박과 회유에도 뛰쳐나올 수 있는 용기 역시 칭찬받을만 했다.

전공의들의 파업은 끝난 것이 아니다. 전공의 비대위는 지난 21일 의료계 2차 총파업 유보에 수긍하면서도, 언제라도 다시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투쟁에 돌입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산적한 현안들로 혼란스러운 의료계에서 이번 투쟁을 계기로 젊은 의사들이라는 희망을 발견한 것은 그 어떤 것보다 큰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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