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지난 10일 총파업, 즉 집단휴진을 결행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8일 동안 전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파업 찬반 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시도의사회에 등록된 회원 6만 9,923명을 기준으로, 69.88%에 해당하는 4만 8,861명이 투표에 참여해, 이중 76.69%인 3만 7,472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활동의사수 9만 710명을 기준으로도 과반수가 넘는 53.87%가 파업에 찬성한 셈이다.

의사들은 왜 집단휴진에 찬성표를 던졌을까. 그 해답은 불합리한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의 기능을 위탁 받아 요양급여의 심사와 적정성 평가업무를 수행하는 준정부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수 년 전 의료보험수가가 원가의 73.9%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의사들이 정상적으로 진료해서는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라는 것을 말해 준다.

의사들이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자로부터 더 많은 치료비를 받아낼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상급병원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각종 검사를 늘린다.

상대적으로 의원은 환자로부터 추가로 진료비를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따라서 환자를 끌어 모아 박리다매 진료를 해야 한다. 3분 진료가 되풀이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식의 진료 패턴은 당연히 환자의 불만을 야기한다. 또한, 의료사고의 위험도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을 반기는 의사가 과연 있을까.

그러나 병원의 경영난은 3분 진료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개원의가 각종 비급여 진료항목을 만들어 권유하거나, 자신의 전공과목에 대한 진료를 포기하고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미용성형 분야로 진료를 전환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목격된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는 양심과 싸워야 한다. 양심을 지키며 정성껏 진료하는 의사는 폐업을 하고, 불성실 진료를 하는 의사는 흥하는 기형적인 의료구조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각종 의료정책들이 의사들을 옭아맨다.

그동안 리베이트쌍벌제, 아동및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의료분쟁조정법 등 의사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는 법이 쉴새 없이 만들어 졌다.

문제는 이러한 의사들의 희생이 국민들의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면 환자는 동네의원에서 싼 가격에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으로 비쳐진다. 하지만 박리다매 진료와, 장비에 투자하기 어려운 동네의원의 특성상 의료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높은 진료비를 감수해야 한다. 전체 진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각종 비급여 검사와 치료비를 모두 자가부담으로 지불해야 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의료비 지출 때문에 가계가 재정파탄에 빠지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진료의 가치를 훼손하는 원격의료와 영리자회사를 들고 나오니 의사들이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원격의료와 영리자회사는 의료의 개념을 뒤흔드는 제도이다. 오진률이 늘어나고, 의료시장의 교란을 유발하며, 의료접근성도 떨어뜨릴 확률이 높다.

다행히 지난 12일 정홍원 총리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의사들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하니 늦게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정부의 담화문 발표가 과거처럼 임기응변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열린 자세로 대화에 나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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