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대회나 토론회 등 의사협회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유달리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용인시의사회 김장일 재무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김장일 이사는 행사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지난 1월 의협회관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도 원격의료 허용 시 예상되는 결과를 적은 유인물을 배포했고, 이어진 토론 에서도 발언권을 얻어 원격의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언제부터 의료현안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장영식 기자: 이사님은 의사협회가 주최하는 의사대회나 토론회 등의 행사에 줄곧 참여해 왔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는데요, 언제부터 의료 현안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김장일 이사: 2000년 의약분업 저지 투쟁 때 참여했고, 그이후 의료정책에 대해 관심을 가졌습니다. 나서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대의원총회 등을 할 때 의견을 적어 유인물로 배포하는 방식으로 참여했어요. 그러던 중 2007년 의료법 개정 당시, 의료법에 간호진단이 들어간다고 해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는데, 그때부터 의협 집행부가 바로서야 된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장영식 기자: 최근에는 복지부가 원격의료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계시죠?

김장일 이사: 복지부는 2009년도에도 원격의료를 추진했어요. 의사협회에서 토론회도 열었고요. 토론회에서 원격의료 대상자를 450만명으로 제한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불과 이틀 후 삼성 코엑스에서 열린 유비쿼터스 헬스포럼에서 복지부 사무관이 2018년까지 전체 국민의 40%까지 대상을 늘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지난해 10월 원격의료를 입법예고 할 때는 대상자가 847만명이었죠. 4년 만에 400만명이 늘어났죠?

김장일 이사: 결국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거죠. 또, 재정절감이 아니라고 하지만 포럼에서 복지부 사무관은 국민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한 대학교수는 1년에 1조원을 줄일 수 있다고도 말했죠.

장영식 기자: 이틀 간격으로 열린 토론회와 포럼에서 정부는 서로 다른 말을 했군요.

김장일 이사: 원격의료가 블루오션이고,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말도 거짓말입니다. 원격의료는 새로운 의료수요를 창출할 수 없어요. 제가 원격의료를 한다고 해서 환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기존 대면진료 환자가 원격진료로 빠지면서 환자가 더 줄겠죠.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복지부는 왜 거짓말을 할까요?

김장일 이사: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말이 안되거든요. 현재 우리나라에 벽오지가 있나요? 공중보건의가 있고, 요양병원이 있어요. 섬이라 하더라도 헬기가 태우고 오면 됩니다. 섬에도 보건소가 있어요. 교통, 전화가 다 됩니다. 차를 타면 읍이든, 면이든 금방이죠. 이런 지역에서 환자가 불편하다고 원격의료를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장영식 기자: 일차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다는 말도 거짓이라는 말씀인가요?

김장일 이사: 2009년도에도 동네의원에 한정하겠다는 말은 이미 다 했어요.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하면 동네의원 만으로 해결이 될까요? 곧바로 3차 의료기관으로 확대할 겁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게 되면 동네의원이 살아남기 어렵겠군요.

김장일 이사: 환자들은 동네의원으로 가지 않고 대형종합병원으로 몰릴 겁니다. 화상으로 진료하는데 가까운 곳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는 거죠. 또, 지방병원이나 중소병원에도 가지 않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동네의원과 중소병원은 모두 몰락할 겁니다. 원격의료는 창조경제가 아니고 몰락경제라고 생각해요. 의료죽이기 경제입니다. 더구나 가장 문제는 병원이 원격의료를 할 수 있게 되면 보건소도 하겠다고 나설 겁니다. 막을 수 있겠습니까?

장영식 기자: 정부가 보건소에도 허용하겠죠.

김장일 이사: 이게 가장 치명타가 될 겁니다. 보건소는 무료 또는 저렴하게 진료를 해주기 때문에 환자가 몰릴 수 밖에 없어요. 화상진료가 되면 더 몰릴 겁니다. 진료만 필요하면 보건소, 수술이 필요하면 3차 병원에 갈 겁니다. 원격의료 쓰나미에 가장 무서운 것은 보건소가 원격의료에 뛰어들어서 모든 의료기관은 망하고 오로지 보건소와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만 살아남게 되는 거죠.

장영식 기자: 그렇게 되면 동네의원 의사들의 선택은 봉직의사뿐이겠군요.

김장일 이사: 의사들은 폐업한 후 보건소에 봉직의사로 취직할 수밖에 없어요. 의료 노예가 되는 거죠. 이것이 가장 문제입니다. 그런데 지금 보건소 쓰나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요. 의사들 사이에서 정보 공유가 돼야 합니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면 가장 무서운 것은 보건소가 원격의료에 나서면서 모든 민간 의료기관이 망하게 되는 겁니다.

장영식 기자: 원격의료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재작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마음의사궐기대회에도 참여하셨죠?

김장일 이사: 네 참여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그때도 유인물을 배포 하셨나요?

김장일 이사: 별다른 준비 없이 가족과 함께 가서 즐겁게 참여하고 왔습니다. 의사협회 집행부가 준비를 잘했더라고요.

장영식 기자: 한마음의사대회에 참여한 대선 주자들이 의료제도를 바로 잡겠다고 약속했고, 의사들의 기대도 컸는데 지금 상황은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김장일 이사: 의약분업도 제대로 해야 하고, 수가도 제대로 올려줘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고, 성분명 처방으로 가려고 해요. 또, 원격의료를 하겠다고 하고요. 정상이 아니라 더 비정상으로 가고 있어요. 의사가 얼굴을 마주보고 대면진료를 해야 하는데, 화상으로 채팅진료를 하라고 합니다. 오진의 위험이 큰 원격의료를 활성화시키겠다니 어처구니가 없어요.

장영식 기자: 정부가 말로는 의료제도의 비정상 부분을 정상으로 만든다고 하지만, 오히려 정상을 비정상으로 바꾸고 있다는 말인가요?

 
 
김장일 이사: 그렇죠.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에요. 대통령을 곁에 있는 보좌진이나 복지부 공무원들이 대통령을 속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장영식 기자: 현재 의사협회는 3월 3일을 파업일로 확정하고 복지부와 대화에 나섰습니다. 이런 형태의 의사협회의 전략에 대해 평가하신다면요?

김장일 이사: 저는 의사협회 집행부에서 방향을 잘 잡아서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 수순입니다. 정부가 갑이고 우리가 을입니다. 정부에 대해서는 누차 의견제시를 했지만 정부는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의사들로서는 결국 대화가 되지 않으면 궐기대회든 총파업이든 할 수 밖에 없어요.

장영식 기자: 결국 파업 카드 밖에 없다는 말인가요?

김장일 이사: 그동안 정부를 지켜봐 온 입장에서는 정부는 의사들이 행동으로 나서지 않으면 귀를 기울이지 않을 거라고 봐요. 사회 문제가 돼야 그때서야 파트너로 인정하고 만나자고 하죠. 의사협회에서 파업일을 결정한 전략은 올바른 수순입니다.

장영식 기자: 배수의 진을 친 건데 일부에서는 파업일을 너무 늦춰 잡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김장일 이사: 파업 한다고 엄포를 놔도 정부가 양보하지 않으면 의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실제로 파업에 돌입하는 수 밖에 없어요. 의사들은 정말 어쩔 수 없는 마음으로 파업에 나서는 상황이 오는 거죠. 파업을 위한 준비기간도 필요하고, 국민들에게 알리는 시간도 필요해요. 파업일을 정해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지금은 정부가 협의회를 통해 대화를 하자고 하니 한번 기대를 해보는 거죠. 그러나 정부를 너무 믿어서는 안되고, 의료 총파업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해요.

장영식 기자: 의사 회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장일 이사: 회원들이 의협의 방침에 대해 적극 동참해서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약분업 때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집행부가 파업을 풀 때 회원들에게 의견을 묻지 않고 파업을 풀은 겁니다. 그 후폭풍이 의사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다가왔어요. 이번에는 집행부가 설문조사 방식으로 회원들에게 의사를 묻겠다고 하니 회원들이 참여해야죠.

장영식 기자: 총파업 출정식에 대해 여쭤볼게요. 이사님은 지난 총파업 출정식에서 파업 등 대정부 투쟁 로드맵을 논의하는 1토의 분과에 참가했죠?

김장일 이사: 네, 그렇습니다.

장영식 기자: 임동권 파주시의사회 이사는 출정식 다음날 노환규 회장의 기자회견장에 나와 1인 시위를 하면서 ‘조인성 경기도의사회장이 파업 반대 의견을 냈다가 야유를 받았다. 소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김장일 이사: 그 당시 예정된 시간보다 한시간이 초과될 정도로 많은 회원들이 발언을 했어요. 당시 발언을 원하는 회원에게 충분히 발언권이 주어졌어요. 조인성 회장의 경우에도 자신이 할 이야기를 충분히 했습니다. 다른 회원들의 야유로 인해서 발언이 중단된다든지,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거나 하진 않았어요. 또한 분위기도 배타적인 분위기는 아니었고요. 파업에 반대하는 사람은 반대하는대로, 찬성하는 사람은 찬성하는대로 자신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장영식 기자: 반대의견을 가진 회원도 충분히 발언했다는 말씀인가요?

김장일 이사: 그렇죠. 여러 명이 발언했어요. 준비가 아직 안됐다거나, 시기가 아직 이르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고, 의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이길 수 있겠느냐는 비관적인 의견도 나왔어요.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의사사회의 문제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김장일 이사: 한마디로 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안 하더라도 남이 대신 해주겠지라는 마음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책이 정해지면 누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그런 정책을 막기 위해 힘이 필요할 경우 모두 참여해야 하는데, 내가 아니어도 남이 해주겠지라고 생각하면 힘을 모을 수 없어요. 누구 한 사람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장영식 기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장일 이사: ‘내 문제’라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그 동안 의사들은 남이 해주겠지라는 마음에 길들여져서 너무 무관심하게 지내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이런 상황이 지속돼 왔다면, 한번에 바꾸기는 힘들겠군요. 누군가는 앞장서서 이끌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김장일 이사: 일단은 모든 회원에게 정보 공유가 돼야 합니다. 정보를 알게 되면 행동으로 옮기게 됩니다. “이런 문제가 있고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이야기 해주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집행부도 중요하고 산하 시도의사화와 시군구의사회 집행부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정보가 공유됩니다. 그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모여서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지역의사회가 자주 마련하면 회원들의 단결력이 고양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이사님은 언제 개원하셨죠?

김장일 이사: 1998년 12월에 개원했어요. 16년쯤 됐죠.

장영식 기자: 그 당시와 비교하면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김장일 이사: 과거에는 개원을 하면 근처 의사 동료가 찾아와서 인사했어요. 찾아가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그런 게 없어져서 아쉬워요. 환자의 경우에도 당시에는 의사들에게 인사를 잘했어요. 환자 자신도 그렇고, 자녀와 함께 왔을 때는 자녀에게 인사를 시켰어요. 그런 것들이 기분 좋았어요. 지금은 그런 부분이 사라졌어요. 진료 받으러 들어올 때나 나갈 때 가볍게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는 건데 뭐랄까, 의사를 대할 때 아랫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것들이 의사들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는 걸 보여주는 거라고 봐요.

장영식 기자: 알겠습니다. 정부를 향해 한 말씀 해주세요.

김장일 이사: 정부가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비정상인 것을 정상으로 고쳐서 의사들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의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랍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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