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전도사로 통화는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는 심정지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환자보다 4배 이상 많다며, 정부가 심폐소생술 알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안전벨트를 매라는 공익광고만큼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홍보하면 죽을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충고한다. 한국심폐소생협회 홍보이사와 한국가정혈압학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를 만나 심폐소생술의 중요성과 정부에게 요구하는 사항을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꽤 오래 전부터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알려오셨죠?.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노태호 교수: 약 10년 전쯤 한국심폐소생협회가 문을 연 후 미국에서 들여온 교육을 처음으로 받아봤어요. 교육을 받아보니 내가 잘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국제기준으로 보니 합당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걸 깨달은 거죠. 내가 배워서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어요.

장영식 기자: 심폐소생협회가 지난해 10주년이었죠? 처음부터 협회에 관여한 건가요?

노태호 교수: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은 대두됐지만 우리나라에 가이드라인이 없었어요. 그래서 전문가들이 모여서 국내 실정에 맞는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한 거죠. 응급의학과와 순환기내가 의사가 주축이었는데, 제가 부정맥을 전공했기 때문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장영식 기자: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은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일반인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저도 예비군 훈련장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는데, 막상 심정지 상황을 맞닥뜨리면 할 수 있을 지 걱정입니다. 심폐소생술 교육은 어디에서 받아야 하죠? 병원에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나요?

노태호 교수: 심폐소생술은 기본소생술(BLS; basic life support)과 전문소생술(ACLS; advanced cardiovascular life support)로 나뉩니다.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인들은 전문소생술을 반드시 익혀야 합니다. 일반인들은 기본소생술을 배워야 하는데 대학병원은 물론이고, 규모가 큰 병원이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교육시간은 약 3시간 정도입니다. 전문소생술보다 기본소생술이 중요합니다.

장영식 기자: 왜 기본소생술이 중요한가요?

노태호 교수: 기본소생술이 중요한 이유는 심정지가 발생하면 1분에 10%씩 뇌가 손상되기 때문이죠. 수학공식처럼 정확하진 않지만 10분이 지나면 살아있는 뇌가 거의 없을 정도 상태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뇌가 죽어가는데 처음 4분 가량은 몸에 남아있는 산소가 있어서 뇌가 그 산소를 쓰죠.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뇌가 살아날 확률이 높아요. 하지만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으면 그때부터는 뇌가 비가역적으로 죽어갑니다. 10분이 지나면 심장이 뛴다고 하더라도 뇌가 죽어버리기 때문에 회복이 힘들어요. 식물인간으로 가는거죠. 결국 가족과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부담이 커집니다.

장영식 기자: 4분이라면 첫 발견자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한다는 이야기군요.

노태호 교수: 국내 통계를 보니 심정지에 의해 쓰러졌을 때, 쓰러지는 걸 본 후 119에 신고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5분입니다. 그러니까 다 죽는 거죠.

장영식 기자: 왜 신고하는데 5분이나 걸릴까요?

노태호 교수: 경험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두려움 때문에 판단이 늦어지는 겁니다. 심정지의 50%~60%는 가정에서 일어납니다. 가족이면 손을 따거나, 수차례 흔들어보다가 한참 지난 후에 신고를 합니다. 그때쯤이면 벌써 4분이 경과한 상태이고, 환자는 죽어가고 있는 거죠. 신고 후 119가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10분에서 15분은 지난후이기 때문에 뇌가 손상을 받을대로 받는 거죠.

장영식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심정지 환자의 회복률이 낮은 편이죠?

노태호 교수: 우리나라 심정지 환자 중 살아서 퇴원하는 경우가 적어요. 심정지가 와서 살아나가는 확률이 적고, 살아나가더라도 일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는 환자는 0.6%에 불과합니다. 매우 심각하죠. 그러니 누가 배워야되겠습니까?

장영식 기자: 일반인이라는 말씀이군요.

노태호 교수: 네. 즉, 내가 배워야 한다는 겁니다. 가족이 쓰러지면 내가 해야 해요.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서 119구조대가 올 때까지 10분을 끌어야 합니다. 심폐소생술은 의사가 아니라 일반인이 해야 합니다. 서구는 일찍부터 이를 깨달았어요. 그런데 우리는 아직 멀었습니다. 밥 잘 먹고, 버터 먹는다고 선진국이 아닙니다. 남을 배려해주고, 남이 위험할 때 도와주는 문화가 돼야만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죠.

장영식 기자: 심폐소생술을 할 때 늑골 손상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죠?

노태호 교수: 물론,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늑골이 멀쩡한 채로 죽는 것과, 늑골이 상한 채로 살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 것의 문제입니다. 당연히 후자를 택해야죠. 관련 논문을 보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약간의 손상은 오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나와 있어요. 게다가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늑골 손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해 면책이 됩니다.

 
 
장영식 기자: 심정지로 사망하는 환자가 일년에 몇 명쯤 되나요?

노태호 교수: 약 3만명입니다.

장영식 기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환자보다 많은 거죠?

노태호 교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환자는 일년에 6,000~7,000명으로 알고 있어요.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심정지로 죽는 사람이 4~5배는 많아요. 정부는 교통사고예방을 위해 안전밸트를 매라고 홍보합니다. 반면, 정부는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홍보하지는 않아요. 심정지로 죽는 환자가 교통사로 죽는 환자보다 월등히 많은 상황인데도 말이죠. 정부가 안하니까 민간에서 하는 겁니다. 정부에서 심폐소생협회에 지원해주는 건 없어요.

장영식 기자: 정부지원금이 없다구요? 협회에 상근직원도 있을텐데요?

노태호 교수: 상근 직원은 4~5명 가량인데 모두 응급구조사들입니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하고, 교육비를 받아 임금도 주고, 경비도 쓰고 있어요.

장영식 기자: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해줘야 할 것 같네요.

노태호 교수: 예산을 지원해야 할 일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죠. 국가에서 심정지와 관련해서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장영식 기자: 화제를 돌려보죠. 교수님은 심폐소생술 외에도 가정혈압의 중요성도 홍보하고 계시잖아요? 가정혈압이 왜 중요한가요?

노태호 교수: 가정협압의 역사는 선진국에서도 길지 않아요. 가정혈압은 일본이 선진국입니다. 과거 일본에서 가정혈압과 관련한 스터디를 진행했어요. 한 지역에서 한 군은 한 달에 한번 의사가 혈압을 잰 후 약을 조절하고, 다른 군은 환자가 직접 혈압을 재도록 한 후 의사는 혈압을 재지 않고 환자가 재온 수치만 보고 치료를 했어요. 시간이 지난 후 비교해 보니 환자가 직접 혈압을 잰 경우가 더 치료효과가 좋았어요. 당시 의사들은 쇼크를 받았죠. 하지만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장영식 기자: 왜 당연한 거죠?

노태호 교수: 고혈압 환자는 병원에 한 달에 한번 오는 사람도 드물어요. 일년 동안 의사를 만나는 횟수가 대여섯 번 입니다. 많아도 열번을 넘지 않죠. 혈압은 수시로 요동칩니다. 병원에서 열 번 재는 사람이, 집에서는 100번도 잴 수 있죠. 그 수치를 샘플로 하는 것과 병원에서 일 년에  네댓 번 재는 것하고 어떤게 더 정확하겠습니까?

장영식 기자: 일반인이 병원에 오면 평소보다 혈압이 올라가는 문제도 있죠?

노태호 교수: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혈압이 올라가죠. 그걸 보고 의사들은 혈압이 올라갔다고 약을 더 처방하게 되는데, 이게 환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어요.

장영식 기자: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요?

노태호 교수: 미국심장협회와 미국고혈압학회의 경우, ‘의사가 재는 혈압은 많은 경우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집에서 가정혈압을 재라’고 권고하고 있어요. 미국의사협회도 마찬가지이고요. 병원에서 재는 것보다 환자가 가정에서 재는 혈압이 중요하다는 것은 충격적이면서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의미하죠.

장영식 기자: 현재 국내 사정은 어떤가요?

노태호 교수: 그동안 가정혈압학회에서 홍보 캠페인을 많이 했습니다. 학회에서 일년에 두 번씩 학회를 열고 알려온 덕에 지금은 조금 나아졌습니다. 7~8년 전만 해도 순환기 전문의들도 가정혈압이야기를 하면 ‘왜 가정혈압만 있느냐? 골프장혈압은 없느냐. 골프장에서도 재라고 하지 그러냐’라고 하면서 비판했어요. 이제는 가정혈압이 중요하다고 깨닫기 시작했지만 갈 길이 멉니다.

장영식 기자: 교수님과 만나기 전에 가정혈압학회를 검색해 봤더니 학회의 전신인 가정혈압연구회가 2006년 11월 설립됐더라고요. 당시 국내 상황을 설명해 주세요.

노태호 교수: 그 때는 가정혈압의 개념이 없었어요. 의사들은 환자가 혈압을 가정에서 재오면 화냈어요. 왜 혼자쟀느냐고 야단쳤죠. 하지만 앞으로 병원에서 혈압을 재는 일은 줄어들 겁니다. 이미 의사가 혈압을 재는 경우가 많이 줄었어요. 환자가 재온 혈압수치를 신뢰하고, 실제로 그것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에 나온 개념이어서 아직 모르는 의사들이 많아요.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장영식 기자: 가정혈압연구회는 2009년 5월 가정혈압학회로 새 옷을 입었죠? 그런데 지금 홈페이지를 보면 2011년 5월에 2대 임원진을 구성한 후 임원진 변화도 없고 침체된 느낌입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3대 임원진이 활동을 시작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노태호 교수: 침체기여서가 아니고,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닙니다만 가정혈압학회가 가정혈압을 홍보하는 것은 좋은데, 더 많은 의사들을 합류시켜 함께 공부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학회명을 바꾸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에 계획했는데 늦어졌어요. 올해 봄쯤 확대 개편될 겁니다.

장영식 기자: 그동안 심장내과 교수들이 핵심이었죠. 이제 다른 과 의사들과 함께하겠다는 말씀인가요?

노태호 교수: 전체 개원의사들의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대학병원에서 혈압치료를 많이 했지만 지금은 비용차이 등으로 개원가에서 많이 합니다. 실제로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개원가에 있는 분들이 더 커요. 그분들과 함께 하려고 계획중입니다.

장영식 교수: 다시 심폐소생술에 대해 이야기 해보죠. 심정지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해야할 일이 있다면요?

노태호 교수: 이 일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합니다. 심폐소생협회가 이미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한 만큼,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서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협회에서 심폐소생술을 알리기 위해 로고송을 만들고, 다양한 홍보 활동도 전개했지만 한계가 있어요.

장영식 기자: 예산 지원이 시급하단 말씀이시군요.

노태호 교수: 정부가 직접 나서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안전벨트 공익광고처럼 심폐소생술 공익광고를 하는 거죠.

장영식 기자: 광고에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요?

노태호 교수: 심폐소생술이 중요하다는 것과, 일반인 모두가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면 충분합니다. 그것만 해줘도 됩니다. 공익광고를 하면 죽을 사람이 많이 살아날 겁니다.

장영식 기자: 환자에게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라고 말하시죠? 교수님은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노태호 교수: 평소 산책을 하고, 주말에 자전거를 타는 정도입니다. 주말마다 양재천에서 과천을 왕복하는데 거리는 25km 정도 될 겁니다.

장영식 기자: 코스가 생각보다 기네요?

노태호 교수: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 긴 거리는 아닙니다. 일반인이 자전거를 한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릴 경우, 천천히 달리면 20km, 빨리 달리면 30km를 갈수 있어요. 선수들은 50km를 갑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의료현안 두가지만 여쭤볼게요. 원격의료 허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노태호 교수: 우리나라는 벽오지에서 의료 접근성이 어려운 나라가 아닙니다. 전국 어디에나 의사가 있어요. 과거에는 전공의를 6개월간 벽오지에서 근무하게 했어요. 저도 30년 전에 충청북도와 강원도 사이에 있는 산골짜기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는데, 그 곳 보건지소에도 의사가 있더라구요. 30년 전이었는데도 말이죠. 우리나라에는 의사가 없는 벽오지는 없어요. 굳이 있다면 섬 몇 곳 정도일 겁니다. 그걸 원격진료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어가겠습니까?

장영식 기자: 많이 들겠죠.

노태호 교수: 정부는 벽오지 외에도 만성질환 때문에 원격의료를 한다고 하는데, 의사가 있는데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왜 환자들이 인터넷과 핸드폰으로 진료를 받아야 하죠? 내륙 지역은 아무리 멀어도 30분만 걸으면 의사를 만날 수 있어요. 그것도 걷기 싫다면 약은 왜 먹나요?

장영식 기자: 복지부는 거동이 불편한 중환자나 장애인을 거론하는데, 그런 분들이 컴퓨터를 켜고 모니터를 보면서 의사의 지시를 따를 수 있을까요?

노태호 교수: 거동이 불편한 중환자나 장애인이면 원격진료를 받는 것도 불가능하죠. 원격진료 하겠다고 인프라 구축할 비용으로 차라리 거점 지역마다 헬리콥터를 하나씩 사주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환자를 태워오는게 돈이 덜 들 겁니다.

장영식 기자: 의료법인 자법인 허용에 대해서도 한말씀 해주세요.

노태호 교수: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상당히 많이 발전했어요. 산업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원칙적으로는 찬성합니다. 다만, 기술적으로 충돌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할 필요는 있습니다. 예민한 문제죠.

장영식 기자: 잘, 알겠습니다. 교수님 블로그에는 부정맥과 심장 질환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던데요, 주소가 어떻게 되죠?

노태호 교수: 제 블로그는 포털 검색창에 부정맥이야기(http://blog.naver.com/dr_heart)를 검색하면 맨 위에 나옵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장시간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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