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따기 힘든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모두 가진 사람들이 국내에 200여명에 이른다. 특히 최근 현대의료기기, 천연물신약 처방권 등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복수면허의사들의 역할 증대가 요구되고 있다. 1979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2000년에 경희대한의대를 나온 나도균 대한의사한의사복수면허의사협회장(63, 나도균의원한의원장)을 만나 두 학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우리나라 복수면허자 현황이 궁금해요.

나도균 회장: 90년대 후반 이후 복수면허자수가 급증해 현재는 220여명에 달합니다. 대부분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취득한 사람들이죠.

최미라 기자: 복수면허자들은 의대를 먼저 졸업하고 나중에 한의대를 가는 경향이 많은 것 같은데요?

나도균 회장: 복수면허를 취득하게 되는 계기는 여러가지가 있죠. 시대적 인기 등에 따라 면허를 따는 순서도 달라지기도 하구요. 과거에는 의대를 먼저 졸업하고 한의대를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10년 사이에는 한의대의 인기가 다소 떨어지면서 한의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의대를 가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죠.

최미라 기자: 복수면허 취득 계기로 여러가지가 있다고 했는데, 회장님이 복수면허를 딴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히 회장님의 의대와 한의대 입학년도를 보면 꽤 차이가 있던데요.

나도균 회장: 의대를 졸업하고 개원의 생활을 17년 하며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잘 안 되는 한계를 몇 번 느꼈어요. 일년의 절반 정도를 병원에 오던 아이가 늘 첫 날엔 감기로 내원하고 둘째날에 모세기관지염이 돼 앓다가 저절로 낫는 패턴을 반복했어요. 늘 아프니 키도 잘 안 컸는데, 어느 날 우연히 침을 맞은 아이가 첫날 진찰 후 모세기관지염으로 발전하지 않고 깨끗해져서 놀랐죠.

최미라 기자: 그 환자에게 침의 효과를 봐서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가요?

나도균 회장: 그 한번 뿐 아니라, 15년간 간 수치가 높고 간염을 앓던 선배가 있었는데 한의원 한약을 먹이며 관찰했더니 수치가 떨어졌어요. 사실 처음에 한약을 완전히 믿을 수 없어 매일 간 수치를 확인했는데, 두 눈으로 수치가 떨어지는 게 보이니 한의학의 효과를 어느 정도 믿게 됐죠. 물론 의사들은 간염 바이러스가 저절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약을 먹자마자 간 수치가 떨어진 것이 정말 우연인지, 한약 덕분인지는 계속해서 확인해 봐야죠.

최미라 기자: 여러 사례를 모아 연구해봐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나도균 회장: 그렇죠. 사실 한의사들의 발표 사례 중 의심 가는 사례도 많지만, 내 눈으로 봤으니 절대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복수면허의사들이 그런 사례를 많이 모아야 합니다.

최미라 기자: 또 다른 사례는 없었나요?

나도균 회장: 생리통이 너무 심해 하혈하는 환자가 왔는데 마약 등 어떤 약을 써도 통증이 멎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효과를 믿지 않았지만 뜸을 놓으니 두 번째에 고통이 멎었다고 하더군요. 깜짝 놀라서 생리통이 있는 사람을 모아 100일간 뜸을 놓게 했더니 덜해지긴 하는데 완전히 낫지는 않는다고 했죠. 한의학에 뭔가 있긴 한데 뚜렷하진 않아 공부를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해 한의대를 가게 됐어요.

 
 

최미라 기자: 그렇다면 의학을 먼저 배운 후 한의학을 배우면서 학문적 충돌은 없었나요?

나도균 회장: 사실 거의 못 느꼈어요. 현대의학과 한의학은 상호보완적입니다. 치료에는 몸의 기능과 면역성을 증가시키는 치료와 세균 등의 발병원인으로 접근하는 것 등 두 개의 축이 있죠. 발병원인 쪽으로 접근하는 축은 현대의학이 강하지만, 몸의 베이스인 방어력에 접근하는 것은 한의학이 좀 더 세요. 따라서 두 학문을 결합하면 정말 좋아요. 예를 들어 염증이 만성으로 가면 몸의 기능을 살리는 쪽으로 가야 치료가 잘 되는데 그건 한의학이 잘하고, 억제하는 것은 현대의학이 잘 하는 거죠.

최미라 기자: 의학과 한의학을 모두 배운 복수면허사로서 환자를 진료할 때의 장점이 있다면요?

나도균 회장: 제가 주로 치료하는 질병이 포도막염이에요. 현대의학에서는 거의 불치병이죠. 처음에는 저도 치료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눈에 생기는 만성염증은 몸이 힘들어 생기는 것인 만큼, 피로를 회복시켜 주니 좋아지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최미라 기자: 현대의료기기 사용 권한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도균 회장: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쓰긴 쓰되, 준비 없이 쓰면 안 되죠. 의사들도 배우고 준비해서 쓰는 것처럼 똑같이 준비해야 합니다. 의료기기가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거죠. 대학에서 논문을 내서 연관성 등을 밝혀야 하는데, 한의대에서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한의원에서 쓰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엑스레이, 피 검사를 할 줄 아는 것보다, 한의학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최미라 기자: 한의계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려고 주장하려면 먼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말이군요.

나도균 회장: 그렇죠. 제가 한의대를 다닐 때부터 항상 주장한 내용이에요. 왜 대학에서 근거를 만들지 않느냐구요. 한방병원에서는 매일 CT를 찍는데 한의학과 무슨 상관인지 논문을 쓰라고 하는데도 안 써요. 그런 주장한지도 20년이나 됐는데, 한의대에서 지금이라도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최미라 기자: 병원급 이상에서 의사와 한의사의 협진이 이뤄지고 있는데, 사실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협진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나도균 회장: 환자를 볼 때는 주치의가 있고 나머지는 컨설던트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의사와 한의사가 함께 환자를 볼 때도 한 사람이 주치의가 되고 나머지는 컨설던트로 작용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협진하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사실 의사가 한의학적 치료를 필요로 한다는 뜻은 자신의 치료가 잘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거든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구요. 그런 부분에 있어 냉정해지지 않기 때문에 협조가 안 되고 접점을 못 찾고 있어요. 의학과 한의학 모두 만능이 아니므로 틀림없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인정하기 싫은 거죠. 바로 이런 부분에서 복수면허 의사가 필요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종합병원에서 복수면허 의사가 주치의를 하고, 필요에 따라 현대의학이나 한의학 쪽 자문을 구하면 본질적인 협진이 될 것 같아요.

 
 

최미라 기자: 궁극적으로는 의료일원화 쪽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논의가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바람직한 의료일원화 방향은 어떤 걸까요?

나도균 회장: ‘일원화’라는 말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는데, 먼저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현대의학과 한의학이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여 발전하다 보면 결국 하나가 될 거에요. ‘일원화’라며 제도를 합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죠. 각자의 모자라는 부분을 발전시키면 결국 일원화 쪽으로 나아갈 것 같아요. 일원화가 돼야 하긴 하지만, 그런 말이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각자의 영역과 정치적인 문제 등으로 일원화를 주장하는 것이지, 학문적으로나 국민 보건을 위해서는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최미라 기자: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나도균 회장: 현대의학과 한의학의 접점을 찾아내 표준적인 진료 프로토콜을 만들고 싶은데 어렵네요. 이미 진료를 해 본 부분을 중심으로 만드는 중입니다.

최미라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나도균 회장: 네, 감사합니다. 창간 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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