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중인 의사를 폭행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아 의사폭행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는 보도와 소위 문턱에서 좌절됐다는 보도가 이틀 간격으로 터져 나와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발의한 의사폭행방지법은 의료기술 등에 대한 보호 조항’에 의료행위 중인 의료인을 폭행 또는 협박하는 행위를 추가하고,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지난 18일 복지위 법안소위 위원들은 의사폭행방지법을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수정안으로 의결하기로 합의했다.

수정안은 ‘의료행위 중’을 ‘환자를 진료, 간호 또는 조산 중인 경우’로 변경하고, 의료인 뿐 아니라 진료업무에 종사하는 의료기사와 간호조무사 등 의료기관 종사자를 보호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하루 뒤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대한민국 환자와 국민은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충격적인 개정안이라며, 개정안을 부결시키거나 재심의하라고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법안소위 일부 위원들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고, 결국 의사폭행방지법은 다음 회기로 미뤄졌다.

시민단체는 응급의료에관한법률 등 가중처벌되는 법률이 다수 존재하고, 국민정서상 의사특권법으로 인식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

하지만 진료현장에서 의료인에 대한 폭행은 증가 추세이며, 이와 비례해 의사들의 두려움도 커져가고 있다. 요즘 ‘손찌검 정도로는 뉴스에 나오지도 않는다’며 한숨짓는 의사들이 자주 목격될 정도다.

특히 의료인 폭행이 과거에는 주로 병원급 의료기관의 응급실에서 일어났다면, 최근에는 개인의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당장 올해만 해도 지난 2월 대구시 A 정신과 의원에서 상담하던 의사의 복부를 23cm 길이의 등산용 칼로 찔러 중태에 빠트린 사건이 발생했다.

7월에는 경기도 고양시 모 피부과 의원에서 진료에 불만을 품은 조선족 환자가 의사를 과도로 등과 팔, 허벅지 등 여섯 차례나 찔러 간손상을 입힌 사건도 있다. 더 우려되는 점은 언론에 공개된 의료인 폭행 사건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응급의료에관한법률로 진료현장에서의 폭력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의사폭행방지법이 의사들을 위한 의사특권법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진료실 내에서 환자가 의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의사의 진료권과 더불어 다른 환자들의 진료받을 권리 또한 침해 받는다. 의사를 향한 폭력이 자칫하면 현장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환자에게 향할 수 있다.

복지부의 수정안을 보면 대상자는 ‘의료인’이 아니라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이다. 소수 의사들만 보호하는 의사특권법이 아니라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모든 종사자를 보호하는 법인 셈이다.

무엇보다 의료기관은 환자에 대한 진료와 치료가 이루어지는 장소로써 업무수행의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시민단체들도 의사폭행방지법 반대 성명서에서 ‘진료중인 의료인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행위는 의사의 안정된 진료환경 보장과 환자의 안전한 진료받을 권리를 보호 차원에서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지 않았나?

국민이 의사특권법으로 인식하면 시민단체가 앞장서서 설득하면 될 일이다. 환자가 안전하게 진료받을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시민단체의 역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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