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열악한 수련환경과 처우 등을 담은 짧은 영상이 SNS를 흔들었다. 많은 의사들은 공감을 표했으며, 일반 국민들도 전공의들이 처한 현실에 관심을 나타냈다. 이 영상을 제작한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 회장 조원일) 함현석 정책국장(인제의대 본2)은 페이스북에서 2,000건이 넘는 ‘좋아요’를 받아 자신도 얼떨떨하다고 말한다. 함 정책국장은 내년에 열리는 세계의대생총회에서 원격의료에 반대하고 전공의 처우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아시아 지역 공동성명을 발표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전국의사궐기대회가 열린 지난 15일, 행사 직전 짬을 내 함 정책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먼저 페이스북 영상 얘기를 할게요.

함현석 정책국장: 네, 저도 뜨거운 반응에 놀랐습니다.

최미라 기자: 이번 영상을 만들게 된 계기는요?

함현석 정책국장: 사실 의대생들은 레지던트의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이런 내용은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알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드라마 속 의사들의 모습에만 익숙해진 일반인들에게 실제 레지던트들이 처한 현실은 어떤지 보여주고 뭔가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싶었죠.

최미라 기자: 5분 40초 가량 되는 영상을 보니 한 방송사의 자료화면과 거리에서 직접 찍은 듯한 화면이 교차되며 나오던데, 어떻게 제작했나요?

함현석 정책국장: 의대협 정책국이 총 12명인데, 부원들과 상의해 콘텐츠 내용을 정했습니다. 이후 과거 EBS에서 방송됐던 전공의 관련 내용과 의대협 정책국 부원 한 명이 휴대폰으로 직접 촬영한 영상을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최미라 기자: 영상을 만들 때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함현석 정책국장: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시급 3,877원, 근무시간 주당 평균 98시간, 수면시간 하루 평균 5시간, 법정공휴일 모두 출근하는 직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시민들은 대부분 ‘공사장 인부, 회사원, 공장 노동자, 아르바이트생’이라는 답을 내놓았는데, 어떤 여자분이 바로 ‘의사’라고 정답을 맞춘 거에요. 알고 보니 간호대생이라고 하더군요.

최미라 기자: 그렇군요. 그렇다면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함현석 정책국장: 이번 영상 제작 계획을 들은 전공의협회가 안 그래도 자기들도 만들려고 했던 내용이라면서 조언과 재정적 지원 등을 해줬어요. 영상을 만드는 것도 처음에는 우리가 콘티를 짜서 주고 영상 제작을 할 줄 아는 친구에게 부탁하려고 했는데, 옆에서 보니 어렵지 않은 것 같더라구요. 결국 제가 혼자 영상까지 만들었어요. 신기하고 재미있긴 했는데, 처음이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죠. 또, 사양이 좋은 컴퓨터가 필요해 PC방에 가서 13시간씩 충전해서 앉아있고 그랬어요.

최미라 기자: 페이스북에서 호응이 높던데, 손수 영상을 만든 입장에서 뿌듯했겠어요.

함현석 정책국장: 네. 사실 페이스북에서 재미있는 자료는 ‘좋아요’가 1만 건을 쉽게 넘기기도 하지만, 이런 영상으로 2,000건이나 넘을지는 몰랐어요. 놀랍기도 하고 보람됐죠. 시험기간이 겹쳤는데도 함께 회의하고 고생해 준 정책국 부원들에게 감사해요. 고등학교 동기 중 의대 다니는 친구들이 동영상을 공유하고 나서 나중에야 제가 만든 걸 알았을 때 뿌듯했어요.

 
 

최미라 기자: 이번 동영상이 ‘울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다른 활동은 어떤 걸 준비하고 계신가요?

함현석 정책국장: 원격의료와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한 내용을 양면에 담아 리플렛을 만들고 있어요. 지금은 학기가 끝나 시기가 좀 그렇고, 내년 초 배포할 예정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원격의료나 대체조제와 관련된 내용으로도 영상을 또 만들고 싶지만, 아무래도 다른 준비하는 것이 많다 보니 좀 힘드네요.

최미라 기자: 리플렛 제작 외에 또 어떤걸 하고 계시는데요?

함현석 정책국장: 내년 3월에 튀니지에서 열리는 전세계의대생협회 정기총회에서 원격의료와 전공의 근무환경 등과 관련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크로아티아, 아프리카 1개국과 공동성명을 낼 거에요. 우리나라가 리드하고 함께 작업해 공동 발의하는 형식으로 발표할 건데, 다른 나라와 함께 하는 것이라 일이 꽤 많더라구요.

최미라 기자: 진행상황은요?

함현석 정책국장: 3월이 총회니 2월 1일까지는 완성돼야 하구요, 1월에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할 겁니다. 곧 온라인 미팅을 할 예정이고요.

최미라 기자: 다른 나라 의대생들도 원격의료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나요?

함현석 정책국장: 우리나라는 무의촌 지역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외국은 아직 그런 곳이 많습니다. 그런 나라는 물론 원격의료가 필요하겠지만, 원격의료 자체가 산업적 발전을 위해 악용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죠. 원격의료가 의료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해 쓰여야지, 새로운 산업을 위해 이용된다는 것은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는 내용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최미라 기자: 그럼 리플렛 제작과 세계의대생총회에서 발표할 공동성명 준비로 바쁘신 거네요.

함현석 정책국장: 더 있습니다. 원격의료, 리베이트 쌍벌제 등 몇 가지 현안에 대해 의대협 집행부에게 알리는 ‘온라인 스터디’를 계획 중인데요, 처음에는 정책국끼리 공유하자는 취지로 하려고 했는데 집행부 내부에서도 현안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아 의대협 집행부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또, 오프라인으로 포럼을 열면 못 오는 경우가 많으니 온라인으로 하려구요.

최미라 기자: 집행부만 대상으로 스터디를 한다는 거죠? 일반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는 없나요?

함현석 정책국장: 젊은의사정책연구소에서 올해 상반기 한창 문제가 됐던 포괄수가제와 관련한 포럼을 열었던 적이 있어요. 6월 연세대학교에서 개최했는데 의대생 50명 정도가 왔고, 보건복지부 팀장과 한림대 교수가 각각 찬성과 반대 입장을 발표했죠. 또, 정책국장 임기가 끝나는 3월 전에 의료법 세미나를 개최할 목적으로 준비 중이에요. 1월 말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의사들이 저지르기 쉬운 의료법이나 원격의료 등을 법적인 관점에서 조명하기 위해 변호사들을 연사로 초청할 계획입니다.

 
 

최미라 기자: 최근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KOST)에서 감사패까지 수여 받았죠. 어떻게 의대생들의 서명을 많이 받을 수 있었나요?

함현석 정책국장: 각 학교별로 꾸준히 홍보활동을 했죠. 당시 개봉영화였던 ‘아이언맨3’를 1,000원에 보여주고 조직기증에 대해 홍보하고 서명을 받기도 했어요. KOST, CGV와 함께 진행한 이벤트입니다.

최미라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따 집회 현장에서 다시 뵐게요.

함현석 정책국장: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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