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말 흉부외과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흉부외과를 배경으로 의사와 레지던트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 ‘뉴하트’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당시 많은 언론사들이 흉부외과의사를 조명했다. 특히 뉴하트의 황은경 작가는 언론과의 인터뷰마다 흉부외과 의사에게 정당한 대가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약 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흉부외과의사에게 달라진 것은 없다.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김성철 총무이사는 환자를 살리는 것이 좋아서 흉부외과를 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10여년 전 개원을 해서 환자를 살리는 것과는 거리가 먼 하지정맥류 전문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김성철 이사를 만나 흉부외과 개원 환경과 의사회 활동의 애로사항, 그리고 현재 의사협회 집행부의 대정부 투쟁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이사님, 흉부외과의 개원 상황과 의사협회의 대정부 투쟁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어 왔습니다.

김성철 이사: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어떤 마음을 갖고 흉부외과를 선택하셨나요?

김성철 이사: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우리 때만 해도 남자의사라면 당연히 Sugery, 즉 외과의사를 선택해야 한다는 기질이 있었어요. 성적이 좋아서 어느 과든 갈 수 있었지만 흉부외과를 택했어요. 흉부외과는 돈을 벌지 못해요. 흉부외과는 돈을 보고 선택할 수 있는 과가 아니죠. 다이나믹함이 좋고 사람을 살리는 것도 좋아서 흉부외과를 선택합니다.

장영식 기자: 흉부외과의사에 대해 어떤 시선으로 봐주길 바라시나요?

김성철 이사: 외국처럼 흉부외과 의사가 존경 받는 것까지는 원하지는 않아요. 미국은 119 구급대원이 존경 받는 것처럼 흉부외과 의사도 큰 존경을 받아요. 또, 독일의 경우에는 지역 행사에서 흉부외과 의사는 따로 인사를 합니다. 다만 흉부외과의사를 생명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존중해주는 풍조는 있었으면 좋겠어요.

장영식 기자: 이사님 병원 바로 위에 한의원이 있어서 여쭤보는 건데요, 최근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김성철 이사: 의학은 근거입니다. 근거에 의한 안전성 확립이 필수입니다. 하나의 약이 시판되기까지는 몇 천 억 원에 이르는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한의사들은 양약은 나쁘고 한약은 자연적이어서 몸에 좋다고 합니다. 양약이라는 용어도 말도 안됩니다. 의학은 문명발전과 함께 발전하지만 한의학은 그렇지 않죠. 첨성대나 동의보감은 훌륭한 문화유산이지만 인공위성을 쏘는 시대에 그대로 쓰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장영식 기자: 한의원의 폐해에 대한 예를 들어주신다면요?

김성철 이사: 일례로 하지정맥류로 튀어나온 혈관 때문에 한의원에 가서 피를 뽑고 시원하다고 다시 흉부외과를 찾는 환자들이 있어요. 피를 뽑아도 다시 튀어나오는데 무슨 소용인가요?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닙니다. 또, 약침도 문제에요. 먹는 약이라면 독약만 아니라면 소화가 되므로 축적이 되는 게 아니라면 큰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약침은 혈관에 직접 침투할 수 있는 주사제제입니다. 좀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다시 흉부외과 이야기를 해볼게요. 2011년 기준으로 흉부외과전문의는 942명이고, 흉부외과 전문과목을 표방한 의원은 51곳이더라구요. 이사님은 하지정맥류 의원을 운영중인데, 흉부외과 전문의원을 표방하는 곳들은 대부분 하지정맥류를 다루는 것 같아요.

김성철 이사: 흉부외과의사가 흉부외과로 개업해서 할 수 있는 아이템이 하지정맥류와 다한증뿐입니다. 흉부외과 수술은 마취방과 마취과의사가 있다고 해서 수술을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중환자실과 집중관리병실이 있어야 하고, 훈련된 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의원급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장영식 기자: 다한증을 다루는 의원은 몇 곳이나 되나요?

김성철 이사: 다한증을 표방한 전문의원은 제가 알기로는 강남에 한 곳뿐입니다. 나머지는 하지정맥류가 대부분이고, 개인의원 대부분이 하지정맥류를 다룬다고 보면 됩니다. 환자 비율도 하지정맥류가 90% 이상입니다.

장영식 기자: 하지정맥류가 언제부터 흉부외과 개원 아이템으로 떠오른 거죠?

김성철 이사: 2000년대 초반으로 생각되네요. 외국에서는 100년 전부터 하지정맥류를 병으로 인식해서 치료해 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병으로 다루지 않았죠. 하지정맥류가 병이고 합병증이 생길수 있다고 인식하게 된 게 90년대 말이었어요. 일부 흉부외과 의사들이 시작하면서 알려지게 됐고, 요즘엔 포화상태죠.

장영식 기자: 하지정맥류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주신다면요?

김성철 이사: 다리에 있는 정맥은 다른 곳의 정맥과는 다르게 피가 심장 쪽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다리 쪽은 사람이 서 있다 보니 구조적으로 평생 하중을 받아요. 오래 서있는 사람일수록 하중은 더합니다. 유전적으로 혈관이 약한 사람은 더 심하고요. 혈관이 늘어나면서 아예 망가져버리는 거죠. 혈관 기능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관의 역할만 하다 보니 이걸 없애줘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치료법은요?

김성철 이사: 과거에는 절개를 해서 이었지만, 요즘엔 레이저를 넣어서 태우는 방법을 씁니다.

장영식 기자: 복구는 안 되는 건가요?

김성철 이사: 복구는 안됩니다. 정맥이라는 혈관은 굉장히 거미줄 엮이듯이 많아서 한 부분이 없다고 해서 문제될 게 없어요.

장영식 기자: 치료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김성철 이사: 요즘에는 하루에 다 끝납니다. 하루 후에 한번 보고, 일주일 후에 한번 더 보는데, 경과만 보는 수준입니다. 예전에는 일주일을 입원하기도 했는데, 많이 짧아졌어요. 아침에 와서 저녁에 퇴원합니다.

 
 
장영식 기자: 흉부외과가 요즘 매우 어려운데, 언제부터 어려웠다고 생각하세요?

김성철 이사: 제가 볼 때 특별히 어려워진 적은 없고 항상 어려웠어요. 초창기에 외과에서 분리해 나와서 흉부외과를 시작한 선배들부터 떠올려 봐도, 흉부외과를 해서 눈에 띄게 성공한 사람은 기억에 없어요. 예를 들어 성공의 길이라고 하면 돈을 많이 벌었든, 명예를 얻었든 두 가지 중 하나는 얻어야 되는데, 사회에서 흉부외과 원로들이 활동하는 걸 보면 성공한 사람을 볼 수가 없어요.

장영식 기자: 좋았을 때가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특별히 나빠진 적도 없었다는 말씀인가요?

김성철 이사: 원래 좋았을 때가 없었어요. 당연한 거지만 수술 자체가 어려워서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병원이 한정될 수밖에 없죠. 특히 수술장이 다른 과랑 달라요. 완전 무균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비용이 드는데 그에 따른 수입이 많은 것도 아니거든요. 오히려 최근 정부에서 100% 수가인상을 해줘서 일부 대형병원은 몇몇 교수들에게 환원해 줬다고 들었어요. 연봉이 올라가면서 그분들 입장에서는 지금이 더 좋을 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장영식 기자: 다른 과와 비교해서 항상 평균 보다 낮은 수준이었나요?

김성철 이사: 그렇죠. 그냥 더 안 좋고와 조금 덜 안 좋고의 차이였을 뿐이에요. 다시 이야기하지만 좋았던 적은 없었어요. 대부분의 흉부외과의사들은 평균 이하라고 보면 됩니다.

장영식 기자: 이사님은 개원을 몇 년 하셨나요?

김성철 이사: 11년 정도 했어요.

장영식 기자: 흉부외과 전문의원으로 살아남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김성철 이사: 노하우라면 딱 한가지입니다. 흉부외과 의사만이 가진 것인데요. 흉부외과는 환자에 대한 집중도, 애착이 남달라요. 수술 후 조금의 실수나 합병증, 부작용, 환자의 불평을 굉장히 못 참아해요. 흉부외과의사는 전공의 때도 환자가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옆에서 밤을 새는 등의 트레이닝을 받았기 때문에 환자에 집중하는 습관이 몸에 베어 있어요. 개원해서도 그런 방식으로 환자를 보니까 환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 같아요.

장영식 기자: 흉부외과의사가 가장 원하는 정책은 무엇인가요? 종합병원의 흉부외과 전문의 의무 고용으로 보면 될까요?

김성철 이사: 아닙니다. 의무 고용은 고심해서 나온 하나의 개선책일 뿐입니다. 흉부이과 의사가 일년에 30명이 채 안나옵니다. 전국에서 종합병원이 얼마나 많습니까? 고용 의무화를 하면 흉부외과 수급에 난리가 날 겁니다. 제가 볼 때는 의무 고용보다는 고용을 했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고용을 하면 세제 혜택을 준다든지 말입니다.

장영식 기자: 피부미용 진료를 하고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다시 흉부외과 질환을 치료하면 의무화를 해도 수급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김성철 이사: 그건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흉부외과 의사가 개원가 나와서 최소 5년 이상 하고 있다면 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은 분들이거든요. 그걸 팽개치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 다시 흉부외과 진료를 하라는 것은 불가능하죠.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김성철 이사: 아무튼 흉부외과의사 의무 고용은 앞으로 흉부외과로 진로를 정할 후배들이나, 현재 응급실에 상주하는 흉부외과의사에게는 매우 좋은 정책임에는 틀림없죠.

장영식 기자: 지난해 흉부외과 개원 실태를 파악하려는 연구에 나섰다가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진행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성철 이사: 지난해 노환규 의협회장을 만나 흉부외과 현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어요. 당시 노환규 회장은 정부나 국회에 도움을 청하려면 흉부외과의사로 개원하고 있는 의사들의 구체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흉부외과 개원의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제안하라고 조언해 줬죠.

장영식 기자: 의료정책연구소에 연구를 제안하셨나요?

김성철 이사: 우리가 의료정책연구소에 문의했더니 연구의뢰서를 제출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취지와 연구 내용 등을 적어냈죠.

기자: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됐나요?

김성철 이사: 바로 연구비를 지원해주는 게 아니고, 의협신문에 연구내용을 공표하더군요. 우리는 누가 하든 결과만 나오면 되니까 투명하고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려는 사람이 없더군요.

장영식 기자: 왜 지원하는 연구자가 없었던 거죠?

김성철 이사: 당시 연구비로 1,000만원을 책정했어요. 지원자가 없어서 보건사회연구원에 직접 문의했더니 최소 5,000만원은 있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더군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최소 2,000만원 이상은 있어야 한다고 하니 지원자가 없는 게 당연하죠.

장영식 기자: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김성철 이사: 연구비를 상향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어요. 그런데 안 된다고 하더군요.

장영식 기자: 그래서 중단된 거군요. 흉부외과 실태라면 개원실태를 말하는 거죠?

김성철 이사: 그렇죠. 흉부외과 개원실태라고 하면 너무 편향될 것 같아서, 주제를 ‘현재 비인기과들의 개원실태, 흉부외과를 중심으로’라고 잡았어요. 개업 여부, 응급실에 근무중인 의사, 개폐업률, 문을 닫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조사하려고 했죠. 그러나 결국 진행하지 못했죠.

 
 
장영식 기자: 흉부외과학회와 흉부외과의사회의 관계는 어떤가요? 양쪽이 협조가 안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학회와 의사회가 함께 할 수 있는 계기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김성철 이사: 사실 그게 어렵습니다. 흉부외과는 수술하는 과라고 누구나 인식하고 있잖아요? 대학에 계신 분도 그렇게 인식하는 분들이 많아요. 개업한 의사가 있냐고 묻는 교수 분도 있어요. 타과는 개업의사 사이에 동질의식이 있는데 흉부외과는 워낙 각기 다른 진료를 하다 보니 동질의식이 없어요. 그냥 생존에만 모든 힘을 쏟다 보니 학회나 의사회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어요.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끼리도 대형병원과 지방병원, 중소병원 의사 모두 이해가 달라요. 조심스럽네요.

장영식 기자: 최근 흉부외과학회 이사장이 된 선경 교수에 대한 기대감이나 부탁할 이야기가 있다면요?

김성철 이사: 흉부외과가 어려운 건 모두 알고 있어요. 하지만 교수와 개원의가 함께 노력하면 해결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병원에 계신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의 의견을 내부에서 한 곳에 모았으면 좋겠어요. 개원의사들도 적극 협조 할 생각입니다. 선경 이사장이 학회와 의사회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줬으면 좋겠어요.

장영식 기자: 화제를 바꿔 볼게요. 노환규 집행부가 대정부 투쟁에 시동을 걸었는데요. 대정부 투쟁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시나요?

김성철 이사: 동의하죠.

장영식 기자: 시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성철 이사: 늦었죠. 노환규 집행부에서 토요 휴무 가산을 얻었지만 전체 의사에 반하는 정책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원래 포괄수가제 때 강력하게 투쟁을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요. 어느 사회에서라도 강하게 요구해야 들어주잖아요?

장영식 기자: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씀이시죠?

김성철 이사: 그렇죠. 투쟁해야 합니다. 시기가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고 봐요. 흉부외과의사회도 지난 11월 말 상임이사회 개최하고 이에 대해 논의했어요. 원격의료에 대해 의사협회와 함께하기로 의견을 모았죠.

장영식 기자: 투쟁의 목표가 원격의료 허용 및 영리병원 도입 저지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성철 이사: 원격의료는 대체조제로 갈 수 밖에 없고, 성분명처방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원격의료가 되면 의약분업이 파기되는 거죠. 원격의료보다 의약분업 파기가 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이런 것들이 전문가 의견을 다 무시하고 나온 결정들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의료정책을 하는데 있어서 우리 의견을 좀 더 존중해 달라는 메시지를 거는데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이사님도 참석하실 건가요?

김성철 이사: 물론 참석해야죠.

 
 
장영식 기자: 개원의사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김성철 이사: 얼마 전 하지정맥류 기획 수사에서 흉부외과학회의 협조를 얻어서 재판부에 개원의 입장을 대변해 줬고, 결국 좋은 결과가 있었어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연락해 주면 돕겠습니다. 의사회가 일을 하고는 있지만 크게 피부에 닿지는 않을 겁니다. 눈에 띄는 건 없지만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셨으면 해요. 또, 춘ㆍ추계 학술대회를 계속 개최할 계획입니다. 학회에서 더 많은 흉부외과 의사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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