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안철수 국회의원, 기부천사 연예인 션,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 무한도전에 출연해 유명세를 탄 송형석 정신과 전문의가 한 자리에 모인 행사가 있다. 바로 의대생, 전공의, 공보의 등 ‘젊은 의사’들을 위한 포럼으로, 이틀 간 열린 행사에 1,200여명의 의대생과 의사들이 참석했다.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 회장 조원일)와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회장 장성인),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이하 대공협, 회장 김지완)는 지난 2일과 3일 이틀간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제3회 젊은의사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조원일 의대협 회장(순천향대 본과 2)을 만나 행사 뒷이야기와 의대협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젊은의사포럼 이후 한 달여만에 뵙네요.

조원일 회장: 네, 오랜만이네요.

최미라 기자: 젊은의사포럼 첫 날 첫 연자로 나선 조정래 작가 때문에 곤혹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조원일 회장: 원래 조 작가와 사전에 약속한 강연주제가 ‘문학인으로서의 삶’이었는데, 그런 얘기가 아닌 다소 엉뚱한 이야기들만 늘어놔 황당했죠. 예를 들어 의사들이 돈을 너무 많이 번다, 만삭부인을 살해한 의사는 키 세 개를 못 받아 그런 것이다, 세계적으로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데 한국의사는 너무 건방져 배우지 않는다, 한의학과 동의보감을 보고 공부해라 등등이요.

최미라 기자: 강연을 듣던 학생들이 좀 황당해 했겠네요.

조원일 회장: 네, 어이가 없었죠. 듣기 싫어서 그냥 나가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최미라 기자: 하지만 나머지 연자들은 반응이 좋았죠?

조원일 회장: 그렇죠. 안철수 의원과 션의 강연이 가장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최미라 기자: 섭외가 가장 힘들었던 연자는 누구였나요?

조원일 회장: 그것도 안철수 의원이죠. 처음에는 6개월 치 스케줄이 꽉 차 있어 안 된다고 거절 당했어요. 그러다 제가 안 의원 측근의 지인을 통해 다시 접촉했고, 다시 논의가 돼 결국 수락했죠. 운도 좋았던 것이, 안 의원이 정치 세력화를 하기 시작하며 토크 콘서트나 팬미팅 등 다시 강연을 다니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 분위기 속에서 수락한 것 같아요.

최미라 기자: 포럼 준비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어요?

조원일 회장: 아무래도 돈 문제가 가장 힘들었죠. 강연료, 대관료 등 총 예산이 5~6,000만원 정도 들었는데, 지난해 만큼 의협에서 지원이 없어서 힘들었어요. 지난해에는 포럼 다음 날 같은 장소에서 전국의사대회가 예정돼 있어 흥행요소 차원에서 4,000만원 정도 지원을 해줬던 것 같아요. 원래 의대협에 배정되는 예산이 없었는데, 자꾸 돈을 받아가서 올해 처음으로 의대협 지원 예산이 신설됐어요. 그래서 올해 초 1,2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주고 이 안에서 알아서 쓰라고 한 것이고, 포럼을 열 때는 예산이 거의 남은 게 없었죠.

최미라 기자: 그럼 젊은의사포럼은 어떻게 개최한거죠?

조원일 회장: 대전협, 대공협이 각각 300만원씩 냈고, 시도의사협의회나 전의총 등 선배의사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메디메디슨(국시문제집 출판사) 등 외부지원도 받았구요.

최미라 기자: 의대협 회비와 납부율은 얼마나 되나요?

조원일 회장: 연회비는 5,000원이고 납부율은 65~70% 정도 됩니다. 회원이 1만 6,000여명이니 모두 납부를 하면 8,000만원 정도 되지만, 올해는 5,000만원 정도 걷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거의 다 썼죠.

최미라 기자: 자율납부치고는 생각보다 납부율이 높네요.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젊은의사포럼에 하고 싶은 말은요?

조원일 회장: 내년 후임회장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연자 섭외 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거에요. 사실 올해 제가 자유롭게 연자 섭외를 풀었더니 반의사 성향의 연자들이 많아 싫어하는 분들이 좀 있더라구요. 이런 면에서 균형을 맞춰야 취지에 어긋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굳이 ‘젊은 의사’를 묶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레지던트들이 너무 바빠 참여도가 적기 때문이죠. 전공의, 공보의들은 이름만 걸어두는 느낌이 들어 그냥 ‘의대생 포럼’으로 해도 될 것 같아요.

 
 

최미라 기자: 이제 의대협 이야기를 좀 해보죠. 임기가 올해 3월부터 내년 2월까지인데요, 얼마 남지 않았네요. 선거 당시 공약으로 불합리한 회칙을 개정하겠다고 했죠?

조원일 회장: 올 여름에 싹 바꿨습니다. 명색이 전국 규모 단체인데 회칙이 10페이지도 안 됐었는데, 전면 개편해서 지금은 70페이지가 넘어요. 원래는 회장을 어떻게 뽑느냐만 있어서 뽑힌 후에는 알아서 집행부를 꾸리는 식이었는데, 개정 회칙에는 집행부 선발과 인준, 연임 기준, 대의원과 회장 겸임 금지 등을 세부적으로 담았죠. 임원진이 바뀌어도 어느 정도 틀은 유지할 수 있게 회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최미라 기자: 요새 의료계 최대 화두는 원격의료인데요. 이 같은 의료계 현안을 의대생들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나요?

조원일 회장: 이번주 토요일에 의대협 총회가 열립니다. 원래는 광주에서 개최하려고 했는데, 한창 각 지역 대표들 임기가 바뀔 때라 못 오는 사람들이 많아 온라인 상에서 열기로 했어요. 이번 총회에서 원격의료 대응책과 의대생들과 어떻게 정보를 공유 할 지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입니다.

최미라 기자: 총회 후 의대협의 공식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할 수도 있겠네요?

조원일 회장: 그렇죠. 성명을 낼 수도 있고, 시위를 할 수도 있죠.(웃음)

최미라 기자: 공약 중에 사회환원도 있었는데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조원일 회장: 조혈모세포 은행등록, 인체조직기증 서약, 헌혈증 기부 등 세 가지를 묶은 나눔 릴레이를 했습니다. 지난해 가톨릭 조혈모세포은행에 기증을 등록한 한국인 1/4이 의대생이라 감사패를 받기도 했죠. 인체조직 기증 서약에는 매년 1,000여명의 의대생이 참여하고 있고, 매년 헌혈증 2,000장을 기부해 연말에 소아암 환자들을 돕는 활동을 합니다.

최미라 기자: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계획하고 있는 일은 뭔가요?

조원일 회장: 의대협 공식 홈페이지를 갖고 싶어요. 기존 ‘코메디언’이라는 사이트가 있긴 한데 커뮤니티 성격이라 게시판 정도의 기능 밖에 못해 거의 사용이 안 되고 있습니다. 의대생들이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사이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이트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모바일 용 의대협 앱은 이미 만들었구요.

최미라 기자: 그렇군요. 의대협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점에 대해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조원일 회장: 학생단체로서 언제나 목표로 삼는 것은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학생단체는 회장에 따라 흥망이 결정되는 등 변질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도록 튼튼하고 굳건한 단체로 만들어 한국의 학생단체 중 가장 모범이 되고 싶어요. 벤치마킹 하는 것이 미국의 의대협입니다. 미국 의대협은 기금이 80억원에 이르고 건물과 직원도 있어요. 또, 회비를 의대생이 내는 것이 아니라 미국 의대를 졸업한 미국 의사들이 수입의 일부를 기금으로 내고 있죠. 미국 의대생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을 텐데 미국 의대협 중앙집행부는 30~50명밖에 안 되는 이유입니다. 헤드들이 결정만 하면 사무적인 일은 직원들이 하는 식인데, 우리도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 지금은 아등바등하며 의대생으로서 할 수 없는 일들까지 다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좀 세련되게, 선진화된 학생단체로 가고 싶습니다.

최미라 기자: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조원일 회장: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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