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의사 중 상당수는 미용 성형과 고혈압, 당뇨 등 전공 과목이 아닌 다른 질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흉부외과는 수년 간 나락으로 떨어져 왔고, 앞으로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미래를 헤쳐나가야 한다. 흉부외과의사들은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흉부외과의 명맥이 끊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흉부외과 개원의들은 흉부외과학회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좀더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을 만나 흉부외과의사가 처한 현실과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 들어봤다.

 ▲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
 ▲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회장님.

김승진 회장: 네,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지난 2011년 기준으로 확인해보니 전체 흉부외과의사는 942명이고, 흉부외과의원은 51곳이던데요. 병원급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흉부외과의사의 비율은 얼마나 되나요?

김승진 회장: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절반 정도됩니다. 그분들은 심장, 폐, 식도, 큰 혈관 등을 수술하고 있어요.

장영식 기자: 반대로 말하면 흉부외과의사의 절반인 500여명은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이죠? 그런데 흉부외과를 표방하는 의원이 51곳이니까, 개원의의 10%만 전공과 환자를 보는 셈이군요.

김승진 회장: 그렇습니다. 흉부외과의사 1,000여명 중 전공을 살린 경우는 절반 밖에 되지 않습니다. 흉부외과의사의 개원 현황을 보면 10%만 흉부외과로 개원하고, 30%는 미용 성형을 합니다. 60%는 감기, 고혈압, 당뇨 환자를 보고 있죠.

장영식 기자: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개원의협의회, 이하 의사회)는 지난 10월 6일 학술대회를 개최했고, 흉부외과학회는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3일 동안 학술대회를 열 예정인데요, 타 과도 마찬가지겠지만 대형병원 의사들이 주로 학회 활동을 하죠?

김승진 회장: 대형병원에 있는 분들은 학회에 참가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본인들 발전도 되니까 활발하게 활동하죠.

장영식 기자: 좀 전에 흉부외과의사 개원의 90%는 미용 성형을 하거나, 감기환자를 본다고 하셨는데요, 이분들도 흉부외과학회에 참여하나요?

김승진 회장: 그분들은 흉부외과학회에 나가면 소외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의사회에 참여하기도 애매하죠.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김승진 회장: 미용하는 분들은 미용성형학회에 나가고, 감기를 보는 분들은 일반과개원의협의회에 참가하는 상황입니다.

장영식 기자: 의사회와 흉부외과학회의 관계는 어떤가요? 형제지간 정도로 표현하면 될까요?

김승진 회장: 막상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네요. 개원의들이 수련 이후 전공을 살리지 못하니까 맺힌 기분이 있어요. 열심히 흉부외과 수련을 받았는데, 절반 이상이 전공을 못 살린다는 것은 시스템의 문제죠. 그런 시스템에 대해 학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은데 대해 개원의들이 불만을 갖고 있죠.

장영식 기자: 의사회와 흉부외과학회가 교류하거나 공조하는 부분이 있나요?

김승진 회장: 현재는 없습니다.

장영식 기자: 과거에는 있었나요?

김승진 회장: 과거에도 없었죠.

장영식 기자: 실례지만 의사회와 학회의 예산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김승진 회장: 의사회 예산은 공개하기 민망한 수준입니다. 이사들이 갹출해서 운영비에 보태고 있어요. 반면, 학회 예산은 약 5억원쯤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예산 규모는 10배 이상 차이 난다고 봐야죠.

장영식 기자: 그렇다면 흉부외과학회에서 의사회에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는 부분이 있나요? 교부금 같은 형태 등으로요?

김승진 회장: 전혀 없습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다면 의사회와 흉부외과학회는 교류가 없다고 보면 될까요?

김승진 회장: 그건 아닙니다. 학회도 의사회에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정맥류 사기사건이 있었어요. 보험회사가 보험비가 많니 나오다 보니 의사들을 사기 혐의로 걸었어요. 6시간 입원하면 보험금이 나오는데 6시간 입원할 수술이 아닌데 왜 입원시켰느냐는 말도 안 되는 걸로 재판을 건 거죠. 그때 학회에서 정맥류 수술은 마취가 필요한 수술이기 때문에 반드시 6시간 이상 병원에서 잘 관찰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공문을 보내줬어요.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학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김승진 회장: 두서없이 말씀드리면 학회 이사장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의사회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부분이 섭섭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개원의를 위해 주말에 학회를 열었는데 요즘에는 학회 일정을 평일로 바꿨습니다. 때문에 개원의들이 참석하기가 힘들어졌어요. 물론 개원의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도 한 이유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개원의 세션을 다시 개설해 주었으면 해요. 매년 해오다가 참가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올해 없앴거든요. 프로그램을 없애기 보다는 참가인원을 늘리는 방법을 고안하는 게 더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다른 학회들도 개원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 많으니 고려해 주시겠죠.

김승진 회장: 학회는 아파트를 구입해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사무실이라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개원의들은 회의를 하려 해도 사용료를 내야 합니다. 비용이 부담은 크지 않지만 그보다 소외된 느낌이 들어서 개선해 줬으면 해요.

장영식 기자: 학회에서 사무실 사용에 대한 기준을 정해 놓았나 봐요? 하지만 회장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개원의 대표 분들이 서운해 할 수도 있겠네요.

김승진 회장: 또, 학회 임원 수 조정도 필요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현재 개원의 임원은 상임이사의 경우 10명 중 1명에 불과하고, 이사의 경우도 75명 중 3명에 불과합니다. 안과나 성형외과처럼 개원의가 돈을 잘 버는 경우 이사장을 개원의가 맡기도 해요. 그래서 흉부외과 개원의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어요. 이번 주 학술대회 중 열리는 전체이사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할 계획입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김승진 회장: 고려해야 할 점이 있는데, 피부과나 성형외과는 개원하려고 택하기도 하는 반면, 흉부외과는 개원하려고 택한 이는 없다는 겁니다. 지금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교수들도 65세가 되면 개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학회가 어떤 방식으로라도 개원의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해요.

 
 
장영식 기자: 학회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흉부외과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흉부외과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죠?

김승진 회장: 그렇습니다. 대학병원에서도 빅5 외에는 불만을 갖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빅5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고요.

장영식 기자: 근본적인 원인이 뭘까요?

김승진 회장: 심장과 폐를 수술하기 위해 흉부외과를 선택했는데, 절반은 개원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겁니다. 흉부외과 전공의를 적게 뽑든지, 자리를 마련하든지 선택해야죠. 사람 없다고 PA를 활용하려고 하는데, 결국 큰 재앙으로 돌아올 겁니다.

장영식 기자: 영상의학과의 경우 1990년대 혈관조영술을 이용한 진단과 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각광받다가 2000년대 들어 진단 수가가 인하되자 인기가 급락했고, 그 후 다시 의무 고용토록 법이 바뀌자 선호과로 바뀌었죠. 흉부외과도 이런 부침이 있었나요?

김승진 회장: 흉부외과는 계속 안 좋았어요. 정부에서도 수가를 100% 인상하는 등 노력한 부분이 있지만 빅5 병원의 살만 찌우는 결과를 낳았죠. 개원 환경에는 도움된 게 전혀 없었어요. 정부에서 계속 일차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진정 흉부외과를 살리고 싶다면 적게 뽑고 파격적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최근 학술대회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300병상 이상 병원에서는 흉부외과의사 고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셨죠?

김승진 회장: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겁니다. 김포에 있는 한 병원은 흉부외과를 설치해 엄청난 혜택을 봤어요. 초기 자본을 많이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장들이 흉부외과 개설을 꺼리는데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흉부외과를 개설할 경우 정부가 세제혜택을 주면 흉부외과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제도 개선 부분을 이야기 하셨는데, 흉부외과의사들이 자체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을까요?

김승진 회장: 전무하다고 생각합니다. 물살이 강한 곳에선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나 못하는 사람이나 빠져 죽을 수 밖에 없잖아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 흉부외과의사 개인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장영식 기자: 국민생명이 달린 과인데 정부지원은 소홀한 느낌입니다. 타 과와의 형평성 때문일까요?

김승진 회장: 일차의료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국가경제에도, 국가의료시스템에도 도움이 되는데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예전에는 맹장 수술이나 자연 분만은 일차의료에서 해결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외과와 산부인과 개원가가 몰락했어요. 맹장 수술이나 자연 분만을 개원의들이 하지 않아요. 정부에서 방법을 모르는 것 같은데 의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좋겠어요. 최근 안철수 의원이 국회에서 수준 낮은 1차의료기관의 환산지수가 왜 더 높냐고 지적했다죠? 이는 빵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시민들에게 과자를 먹으라고 했다는 마리 앙뚜아네트 같은 발언 아닌가요?

장영식 기자: 회장님께서 생각하고 있는 대안이 있나요?

김승진 회장: 전체적인 흉부외과의사의 현황을 파악해 지역병원과 응급실, 의원급 전문의를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면 해요. 쉽게 말해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병원에 충분한 수술 실적이 있는 개원의들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장영식 기자: 의료사고가 일어나면 책임소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승진 회장: 수술 실적이나 성공률 등을 수치화해 해당 수술의 경험이 많은 최적의 의사를 투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영식 기자: 의사회 전체의 의견인가요?

김승진 회장: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회원들도 흉부외과를 선택했다면 감기 환자를 보는 것보다는 심장이나 폐 수술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겁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현재 시스템 하에서 수가를 소폭 조정하는 수준으로는 흉부외과의 미래는 없다는 겁니다. 심장수술을 어떻게 PA에게 맡길 수 있습니까? 뭔가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흉부외과의사가 되려는 의대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김승진 회장: 흉부외과는 군대로 치면 특공대나 해병대원처럼 부와 명예가 아닌 특별한 성향을 가진 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흉부외과의사라면 개원이 안될 것이라는 걸 각오하고 지원한 것 아닙니까? 선배의사로서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이 큽니다만,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흉부외과는 분명히 매력있는 과입니다.

장영식 기자: 회장님, 인터뷰 시작할 때는 흉부외과의사의 앞이 보이지 않는다며 푸념만 하셨는데, 의대생에게는 너무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요?

김승진 회장: 그런가요(웃음). 어쨌든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흉부외과의 명맥이 끊길 수도 있습니다. 돈을 떠나 적어도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흉부외과 환경이 갖춰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정책 입안자들이 어떤 정책을 마련해야 국가적으로 이득이 되는지 고민하길 바랄 뿐입니다.

장영식 기자: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죠.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편집자 주>
대한흉부외과학회 이사 75명 중 개원의 이사는 2명이 아니라 3명인 것으로 확인됐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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