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공의특별법 추진, 복지부의 수련 규정 개정안 등 전공의 수련환경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특히 여성 전공의는 전공의로서 겪는 고충 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 성희롱 등 여성으로서 겪는 힘든 일이 많아 이중고를 겪게 된다. 게다가 불합리한 대우나 힘든 일을 겪어도 어디에 털어놔야 할 지 몰라 혼자서 끙끙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16대 집행부에서 만들어진 여성전공의교육수련국은 여성 전공의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다. 김경연 17대 대한전공의협의회 여성전공의교육수련이사(29, 이화여대의료원 이비인후과 3년차)를 만나 여성 전공의의 고충과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바쁜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경연 이사: 네, 갑자기 수술이 잡혀서 연락이 오면 들어가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최미라 기자: 그럼 본론부터 말씀 드릴게요. 지난 4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소가 발표한 연구 결과, 여성 전공의들이 높은 노동강도와 불규칙한 근무환경으로 결혼과 출산을 모두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실제 분위기는 어떤가요?

김경연 이사: 우리 병원은 여대병원인데도 불구하고 결혼과 출산에 대해 협조적인 분위기는 아니에요. 여자가 많은 저희 병원도 그런데, 다른 병원은 더 하겠죠? 사실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최미라 기자: 그럼 결혼이나 출산을 한 여전공의들에게 불합리한 대우가 있나요?

김경연 이사: 대부분 과에서는 1~2년차 등 저년차에 결혼이나 출산을 하면 공공연히 비난을 하거나 대놓고 지적을 하는 일이 아직도 빈번합니다. 또, 출산휴가를 쓴다는 이유로 임신한 전공의가 출산휴가를 가기 전 로딩을 늘려 배분하는 비상식적인 일도 종종 일어나죠.

최미라 기자: 그렇군요. 심지어 인턴 및 레지던트 기간 동안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야 전공과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말까지 있었는데, 요즘에도 그런 일이 있나요?

김경연 이사: 요즘에는 서약서까지 쓰는 곳은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과에 들어올 때 1년차에는 결혼은 일주일만 휴가를 쓰면 되니까 가능하지만, 출산은 안 된다는 말은 듣죠. 그렇지만 그게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일 인가요.

최미라 기자: 그렇죠. 게다가 출산휴가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분위기죠?

김경연 이사: 100% 그렇다고 보면 돼요. 병원이 지침하는 바가 따로 있긴 하지만, 보통 각 과에서 규정하는 내부지침 대로 해야 합니다. 보통 출산휴가를 2개월을 주고, 많이 주는 곳은 3개월까지 준다고 하지만 그런 곳은 거의 없어요.

최미라 기자: 출산휴가 외 육아휴직 사용은 가능한가요?

김경연 이사: 육아휴직은 상상할 수도 없어요. 그나마 아기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출산 직전까지, 심지어 아기 낳기 바로 전날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회사원들처럼 미리 쉬는 경우가 거의 없죠. 임신 말기에는 서 있기도 힘든 경우가 많고, 의사라는 직업이 육체노동의 강도가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쉬지 못하고 일하는 경우가 많죠.

최미라 기자: 이런 환경 때문에 여 전공의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실제로 지난 2010년 한국여자의사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전공의 33%가 자녀를 원하지 않고, 57%가 한 명의 아이만을 갖겠다고 응답하기도 했는데요, 여 전공의의 저출산 개선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김경연 이사: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진행중인 전공의특별법에서 언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출산휴가나 임신 관련 노동강도 조정, 위험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한 보호장치 등을 담고 싶어요. 사실 여 전공의 저출산 문제 해결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매우 폐쇄적인 병원 체계 특성상 누군가 민원을 제기하는 것도 자유롭지 못하고 지적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죠. 따라서 대외적으로 어떤 식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홍보활동 등을 할 수는 있겠지만, 병원에 직접 말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최미라 기자: 그런 면에서 보건복지부가 지난 24일 입법예고한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도움이 되겠네요. 지금까지 지침으로 운영하던 출산전공의 수련기간 단축을 명문화했죠?

김경연 이사: 그 동안은 여 전공의가 출산을 두번 하면 최대 6개월을 쉬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3개월 더 수련을 받도록 했었는데, 이것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한 부분이 받아들여진 것 같아 다행이에요.

최미라 기자: 여 전공의는 임신과 출산 외에도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는 문제가 있죠. 실제로 한국여자의사회 설문조사 결과, 수련과정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여성 전공의들이 절반에 달했는데요. 이번에 대전협이 추진하는 폭력 대응 프로토콜 마련과 함께 성폭력에 대한 대응 프로토콜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히셨죠?

김경연 이사: 집행부 출범이 한 달여 정도밖에 안 돼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진 건 없지만, 폭행 대응 프로토콜과 비슷하게 진행될 것 같아요. 환자와 의사 간이든, 의사 간이든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발생했을 때 신고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는 것이 제일 문제이므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염두에 두고 프로토콜을 만들 계획입니다.

최미라 기자: 의사가 아닌 남자 환자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도 많은가요?

김경연 이사: 많지는 않지만 호칭 등에 있어 여 전공의에게 아가씨, 언니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죠. 사실 성희롱이라고까지 보기는 어렵지만, 남자 의사들에게 하는 것과 달라 불쾌한 건 사실이죠.

최미라 기자: 그렇다면 여성전공의교육수련국에서 성폭력과 관련된 민원을 받고 있나요?

김경연 이사: 받고는 있지만 사실 많이 들어오지는 않아요. 새 집행부 들어 일반민원은 증가했는데, 여 전공의 관련 민원은 아직 홍보가 부족해서 그런지 들어온 게 없습니다. 여성으로서 겪는 문제는 여자에게 더 얘기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해 16기 집행부에서 여성전공의교육수련국을 만들었어요. 실질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못 해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미라 기자: 민원이 들어오면 어떤 식으로 대응하시나요?

김경연 이사: 일단 사건이 일어난 경위나 해당 병원의 일반적인 규칙 등을 알아본 후 너무 심하다는 판단이 들면 항의를 합니다. 하지만 개인 보호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민원을 제기한 전공의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진행하다 보니 사실 구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기는 어려울 때가 많아요. 그럴 경우 민원을 들어준 후 어떤 방법이 있다고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 일반민원의 경우 병원에 공문을 보내는 식으로 해결하기도 합니다. 지난해에는 그렇게까지 간 경우는 없었고, 의국장과 직접 얘기를 해서 해결하는 선에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최미라 기자: 출산이나 성폭력 문제 외에도 여성 전공의로서 겪는 고충이 있나요?

김경연 이사: 물론이죠. 전공과를 정할 때부터도 우리 과는 여자는 받지 않으니 지원하지 말라는 말을 종종 들어요. 물론, 남자를 안 뽑는다는 과도 있지만 비율로 봤을 때는 여자를 안 뽑는다고 말하는 과가 훨씬 많죠. 그런 과에 여 전공의가 들어갔을 때 이유 없이 심하게 대하거나 폭언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최미라 기자: 일하면서 힘든 점은요?

김경연 이사: 일반 회사원들이 쓰는 월차 개념이 없는 것이나, 임신 중에도 배려 받지 못하는 점 등이 힘든 것 같아요. 임신 중에 힘들어 해도 ‘다들 해왔기 때문에 너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의 자질 만을 탓하는 분위기가 있죠.

최미라 기자: 사실 의사 선배들이 ‘우리 때는 더 했다,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라’ 라는 등의 말을 자주 하죠.

김경연 이사: 맞아요. 그런 생각으로 악의 없이 말하는 의사 선배들이 많은 것은 알지만, 그렇게 지냈다고 해서 행복했던 것은 아니잖아요. 전공의들이 좋은 삶을 얻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집단 자체가 고행의 삶을 겪어야만 좋은 의사가 된다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어 불필요한 불편이나 힘든 과정을 겪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또 하나의 맹점은 수련기간 4년 동안 어떻게든 나만 잘 버티고 나가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어려움이 후배들에게 계속 대물림 되는 것이죠.

최미라 기자: 여성전공의교육수련국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안은 무엇인가요?

김경연 이사: 전공의특별법을 만들 때 여 전공의와 관련된 내용을 많이 집어넣는 것이 주요 목표이구요. 성희롱 대응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과, 올해 실시된 전공의 수련실태 조사에서 여성 전공의가 겪는 문제들이 많이 빠졌다고 생각해 그런 부분을 들여다볼 생각입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원 해결인 만큼, 전공의들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민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에요. 문제가 있을 때 해결할 수 있고, 도움이 되는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전공의들이 많기 때문에 알리는 작업이 중요할 것 같구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생각입니다.

최미라 기자: 마지막으로 전국의 여 전공의들에게 하고 싶은 말 부탁 드려요.

김경연 이사: 아직은 미흡하지만 여성수련국이 있다는 걸 여 전공의 한 명이라도 더 알아서 힘든 일을 당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전공의들은 대부분 ‘어차피 교수님, 병원은 거스를 수 없으니 큰 변화는 기대하지 않는다’는 등의 회의적인 태도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지금보다 나은 생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불편한 점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얘기해 주길 바랍니다.

최미라 기자: 말씀 감사합니다. 여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을 기대해 볼게요.

김경연 이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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