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방암학회는 지난 25일 ‘2013 유방암백서’ 발간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방암의 발병 연령과 치료방법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학회는 국내 여성 유방암 발병률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의학 기술의 발달로 유방보존술과 유방재건술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유방암학회에서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김성원 외과교수를 만나 국내 여성 유방암의 변화 양상과 관련 현안을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교수님.

김성원 교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국내 여성 유방암 발병률이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면서요?

김성원 교수: 그렇습니다. 여성 인구 10만명 당 유방암 발병환자수를 가리키는 조발생률의 경우 1996년 16.7명에서 2010년 67.2명으로 최근 15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유방암의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성원 교수: 인과관계가 정확하게 규명된 것은 없습니다. 폐암과 담배 사이에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다만, 위험인자라고 알려진 것들이 있는데, 성호르몬, 유전, 환경, 식이습관, 몸무게 등입니다. 유방암은 하나의 원인에 의한 결과라기 보다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더해져서 발병됩니다.

장영식 기자: 유방암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성원 교수: 기본적으로 착하게 사는 게 중요합니다.

장영식 기자: 착하게 살아야 한다구요?

김성원 교수: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고,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 이상 운동을 하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식이습관을 갖는 등 모든 사람이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 등을 말하는 겁니다. 모두 착하게 사는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죠.

장영식 기자: 정말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네요.

김성원 교수: 고전적으로 위험인자라고 알려진 것으로는 여성의 생리와 관련된 부분인데 여성의 생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집니다. 생리가 길어지는 경우는 초경이 빠를 때, 폐경이 늦어질 때, 폐경기 호르몬 약을 먹을 때 등입니다. 호르몬 약을 먹으면 생리가 나오니까 생리가 길어집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김성원 교수: 또 하나는 임신입니다. 임신을 하지 않으면 생리 기간이 길어지죠. 임신 기간에는 생리를 하지 않으니까 임신하는 것도 생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를 거꾸로 이야기 하면 임신을 하지 않으면 유방암 발병률이 늘어나게 됩니다.

장영식 기자: 대한암협회에서 지난 2000년부터 핑크리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유방암학회도 참여하고 있나요?

김성원 교수: 물론입니다. 핑크리본 캠페인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해 왔습니다.

장영식 기자: 핑크리본 캠페인에 대한 학회 내부의 평가는 어떤가요?

김성원 교수: 핑크리본 캠페인은 유방암 인식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진행했어요. 국가암검진에서 유방암 검진율이 가장 높은 것도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관심이 검진율을 높이고, 높아진 검진율이 조기진단율을 높여 결국 치료성적도 점점 좋아졌죠. 캠페인은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해야죠.

장영식 기자: 지난 25일 공개한 2013 유방암백서를 보면 2011년 전체 유방암 환자 중 폐경 후 나이 든 여성의 유방암 비율이 51.3%로 확인돼, 최초로 폐경 전 젊은 여성의 발병률을 역전했더라구요. 그동안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률이 높았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성원 교수: 젊은 여성과 나이든 여성을 이분법으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무엇보다 서구화 시기가 중요한데 우리나라에서 서구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는 1970년대 이후입니다. 최근에는 쌀소비는 감소하는 대신, 밀가루 소비는 증가하는 등 식단 변화도 엄청납니다. 아이를 적게 낳고, 초경도 평균 17살에서 13살로 빨라졌어요. 또, 호르몬 치료도 원인입니다.

장영식 기자: 유방암학회는 지난 간담회에서 ‘세대교체’라는 표현을 써가며 젊은 여성과 나이 든 여성의 유방암 비율 변화를 발표했는데, 교수님은 젊은 여성과 나이든 여성으로 나눠 이분법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는 말을 하시니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김성원 교수: 출생코호트라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2010년 40살과 2000년 40살은 다르죠. 2010년 40살은 2000년에는 30살이었죠. 1940년도에 태어난 여성과 1970년도 태어난 여성을 비교해 보면 누가 더 유방암 위험이 높을까요? 1970년도 출생 여성의 유방암 위험이 더 높을 것입니다. 초경은 빠른데 폐경은 늦고, 서구화도 더 진행됐기 때문이죠. 여성은 기본적으로 나이가들수록 유방암 위험이 증가합니다. 하지만 1940년대 태어난 여성의 경우에는 1970년도 출생 여성보다 위험인자에 덜 노출됐죠.

장영식 기자: 고령 여성이 서구화에 덜 노출됐다는 말인가요?

김성원 교수: 맞습니다. 한국 유방암이 젊다는 주장은 사실 맞는 말은 아닙니다. 미국보다 평균적으로 젊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보다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여성유방암이 고령에서 덜 발생했다는 표현이 오히려 더 맞는 표현입니다. 결론적으로 과거 젊은 유방암 발병률이 높았던 이유는 고령에서 상대적으로 서구화된 여성이 적었기 때문이죠.

장영식 기자: 현재 미국의 유방암 환자 발병률 나이와 국내 유방암 환자 발병률 나이는 어느 정도인가요?

김성원 교수: 미국의 유방암 환자 발병률은 평균 60세이고, 우리나라는 50세입니다. 미국은 최고점을 찍고 조금씩 평균 연령이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언젠가는 비슷해지는 시기가 올 겁니다.

장영식 기자: 유방보존술의 빈도가 2000년 27.9%에서 2011년 65.7%로 2배 늘었고, 유방재건술은 2000년 99건에서 2010년 812건으로 8배 증가했습니다. 보존술과 재건술이 급증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김성원 교수: 보존술이 증가한 이유는 조기진단이 첫번째 이유이고, 삶의 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유방을 보존하고 싶어하는 게 두번째 이유입니다. 재건술이 증가한 이유는 첫번째, 유방암 수술 건수가 증가했기 때문이고, 두번째, 삶의 질에 대한 관심 증가, 세번째, 조기 진단입니다. 3기나 4기로 진행된 유방암에서는 복원술을 하지 못하는데, 복원술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조기유방암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네번째는 실손형 보험에서 유방암 복원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판례가 최근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영식 기자: 최근 유방암 환자의 재건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죠?

김성원 교수: 현재 건강보험에서 선별 급여라는 이름으로 수술비 일부를 보조해 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급여액이 굉장히 적겠죠?

김성원 교수: 급여액은 적더라도 아마도 수가를 떨어뜨릴 겁니다. 선별 급여를 하는 것은 결국 가격 컨트롤을 하겠다는 겁니다. 급여액이 적어도 수가 자체를 컨트롤해서 떨어뜨리면 환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큽니다. 예를 들어 30%만 급여를 해주는 대신 1,000만원이던 수술비를 700만원으로 떨어뜨리면 환자는 수 백 만원을 절약할 수 있죠. 물론 지금 이야기 한 것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는 개인의견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장영식 기자: 정부는 급여를 해주려고 하는데 학회에서 반대한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들리던데요. 재건술을 급여에 포함시키기엔 덩치가 크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 수가를 깎을 수 있다고 꼬집으면서요.

김성원 교수: 학회에서 반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학회에서 지난 2011년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많은 환자들이 재건술을 원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어요. 하지만 환자들은 수술비를 걸림돌로 생각했습니다. 이럴 경우 의사들은 환자입장에서 생각해야죠. 단, 복지부는 그동안 의사들의 노동이나 진료의 대가를 실제 쏟는 에너지의 80%만 보존해줬기 때문에 의사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올해 백서를 보니 한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띄더군요. 그동안 발병환자수를 2년 주기로 업데이트 해왔는데 올해는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어요. 지난해 백서와 마찬가지로 2010년 발병률이 가장 최근 자료더라구요. 2012년 발병률이 포함됐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김성원 교수: 그동안 백서를 2년마다 발간했어요. 지난해 발간했으니 올해는 쉬웠어야 하죠. 그런데 올해부터는 매년 백서를 내기로 방침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업데이트가 안된 것입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26일) 국회에서 재미있는 내용이 발표됐어요. 김희국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 유방암 환자가 2000년 49명에서 2010년 69명으로 늘었다고 하네요.

김성원 교수: 네, 물론 남성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죠. 하지만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에요.

장영식 기자: 남성유방암과 여성유방암의 차이점이 있나요?

김성원 교수: 남성유방암이 좀더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예후도 나쁜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남성유방암도 여성유방암과 마찬가지로 조기 진단되면 효과가 좋습니다.

 
 
장영식 기자: 국내 여성들의 브래지어 착용률이 서구에 비해 유독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브래지어 착용률이 유방암 발병률을 높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더라구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성원 교수: 예전에 그런 주장을 담은 책이 있었어요. 부부가 함께 쓴 책인데, 그 부부가 의사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브래지어 착용률은 유방암 발병률과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논란의 가치도 없고, 학회에서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장영식 기자: 유방절제술 후 유방재건술을 받는 경우 암의 재발생을 진단할 때, 진단율이 떨어져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사실인가요?

김성원 교수: 재건술을 한다고 재발의 진단이 늦어지거나 하지는 않아요. 재건 수술을 한다고 불이익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단, 전절제를 한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진행이 많이 된 유방암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즉시 재건술은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