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의결된 보건복지부의 포괄수가제 개선안에 따라 백내장 수술(수정체 수술) 수가가 3년간 단계적으로 10.2% 인하된다. 이에 안과 개원의들은 “의료계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특히 안과 백내장 수가인하가 산부인과 수가인상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복지부의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수가 산정이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다. 대한안과의사회는 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자발적 성금모금에 나서는 등 수가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내장 수가, 10.2% 인하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7일 건강보험정책심의의원회를 열어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DRG) 개선안을 의결했다.

이날 건정심은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7개 질병군 가운데 맹장수술 등 6개 질병에 대한 수가를 인상하는 대신, 백내장 수술에 대한 수가를 3년간 단계적으로 10.2% 인하하기로 했다.

수가인하는 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건정심은 의료기관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에는 인하예정 최종금액의 30%만 반영하고 2011년 60%, 2012년에는 100% 수준까지 인하폭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앞서 복지부는 7개 질병군 수가조정에 관한 연구결과, 인공 수정체 삽입술 평균 입원일수가 기존 1.51일에서 1.11일로 감소됐고, 인공수정체 및 수술재료 가격이 인하됐다는 점 등을 들어 백내장수술 수가인하를 추진해 왔다.

▽”수가인하는 부당” 개원가 공분
복지부의 수가인하 소식이 전해지자 개원가는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면서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복지부의 결정이 물가상승이나 인건비 증가분 등 수가인상 요인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수술재료 가격 인하 등 수가인하 요인만 감안한 타당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안과의사회는 지난달 9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수가 인하는 보건당국의 정책 실패로 인한 책임을 또다시 의료계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처사다”고 비판하며 “지난 10여 년간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로 안과의사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번 수가인하는 현재에도 어려운 의료기관의 경영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한안과학회 역시 지난달 24일 “실제 임상에서의 현실을 무시하고, 안과 의사들과의 아무런 토의나 의견 개진 없이 일방적인 계산아래 수술 수가를 책정한 것은 용납 할 수 없는 일이다”라며 “백내장 DRG수가의 대폭적인 인하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학회는 백내장 DRG수가가 인하되면 신기술, 신기계, 새로운 인공수정체 도입이 지연돼 적절한 수술이 이루어지지 못하므로, 백내장환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과 개원의들의 분노도 극에 달했다.

A 안과 개원의는 “정부는 백내장 수술 시간이 줄어들고 재료대가 싸졌다는 이유를 들어 수가인하를 강행했는데, 이는 어처구니 없는 근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가 제도적으로 좋은 재료를 비싸게 쓰면 쓸 수록 금전적인 피해가 오는 식으로 제도를 만들어 놔서 안과의사들이 필사적으로 원가절감을 해놨더니, 이제 와서 ‘재료비가 떨어졌다’면서 수가 인하를 단행한다”며 “그렇다면 정부는 의사들이 앞으로도 더욱 싼 재료를 써서 수술을 하라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법적대응과 성금모금으로 무효화 관철한다!
급기야 안과 개원의들은 백내장 수술 수가인하 고시를 철회하라며 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한안과의사회는 지난달 16일 서초동 서울행정법원에 ‘백내장수술 수가인하 관련 고시처분 취소 및 효력정지 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DRG대책특별위원회 이찬주 위원장은 “의료수가의 경우 법률적으로 사용자와 공급자의 합의하에 결정하는 ‘계약제’의 성격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수가인하조치는 당사자와의 합의없이 복지부 일방으로 추진된 일이므로, 법적으로 하자가 있다는 것이 소송의 골자”라고 밝혔다.

또 수가인하의 타당성과 관련해서도 “복지부는 입원일수의 감소와 재료대 인하 등이 수가인하의 이유라고 밝히고 있으나 그와 관련된 어떠한 근거나 연구자료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수가인하 조치의 타당성도 부족하다는 점을 함께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30일 ‘백내장 수술 수가인하 고시 효력정지 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법률적으로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는 업무정지나 면허정치 처분과 같이 처분 이후 금전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우려될 경우 발생하나, 이번 사건은 그 요건에 부합되지 않아 집행정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한안과의사회는 지난 5일 즉시 항고했으며, 이 위원장은 "통상적으로 이런 경우 행정 혼란을 우려해서 대부분 기각 판정을 내린다는 점을 감안해 끝까지 법적 대응을 할 것이니 실망하지 말라"고 회원들을 독려했다.

고시가 적절한 법률적 위임단계를 거쳤으니 정지될 이유가 없을 것으로 이미 예상했던 것.
 
그보다 안과의사회는 고시의 위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처분신청과 함께 제기한 '백내장수술 관련 상대가치점수 인하고시 처분 취소소송'을 통한 ‘본안 수정’에 더 기대를 걸고 있다.

해당 사안이 집행정지 요건에 해당되는지의 여부에 초점을 둔 가처분신청 기각보다는, 수가 인하에 대한 처분의 위법성 자체를 논하는 ‘본안 수정’ 소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소송은 공판기일 확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한편, 안과의사회는 법적대응과 함께 대정부 투쟁을 위한 기금 마련에도 박차를 가해 투쟁기금은 7월7일 현재 5억5000만원을 돌파했다.

또, 의사회는 안과학회와 공동 기구를 만들어 백내장 상대가치점수를 올릴 수 있도록 서로 협조해 건정심의 일방적인 평가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몇 년 걸리더라도 수가인하 무효화 이뤄낼 것”
안과의들은 몇 년이 걸리더라도 계속 항소하고 끝까지 싸워 수가 인하를 무효화 시키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대한안과의사회는 지난 26일 백내장 수가인하 대책회의를 열고, 고시 무효화 행정소송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안과의사회는 향후 소송에서 수가인하 조치의 절차상 하자와 당위성 자체에 대해 문제 삼으며, 고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법률적으로 행정조치를 진행할 경우 반드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가 거쳐야 하나, 이번 수가인하 조치에서는 이같은 절차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복지부가 수가인하 결정을 내리게 된 어떠한 근거나 연구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수가인하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DRG대책특별위원회 이찬주 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안과 개원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이다”면서 “복지부가 수가인하 고시를 철회할 때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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