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과의사회는 안과개원의 301명을 대상으로 포괄수가제 이후 백내장 수술 건 수 변화 등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48%에 이르는 144명이 수술 건 수 감소를 경험했고, 4명 중 1명 꼴로 수술실을 축소하거나 폐쇄할 것이라고 답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안과의사회 김대근 회장을 만나 지난 29일 만나 이번 설문결과에 대한 입장과 안과 개원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회장님, 최근 안과의사회에서 포괄수가제 이후 백내장 수술 건 수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발표하셨죠?

김대근 회장: 네, 그렇습니다. 8월 초에 발표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설문 취지는 무엇이었나요?

김대근 회장: 포괄수가제 확대 적용이 안과개원의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장영식 기자: 설문 기간과 참여자는 어떻게 되나요?

김대근 회장: 지난 6월 약 한 달 동안 실시했고 안과의사 301명이 응답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설문 결과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김대근 회장: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미 발표한대로 응답자 301명 중 절반에 육박하는 144명이 수술 건 수가 감소했다고 답했어요. 수술 건 수가 증가했다는 회원은 4명뿐이었죠. 또, 회원 4명 중 1명 꼴로 수술실을 축소하거나 폐쇄할 것이라고 답했어요.

장영식 기자: 예상했던 결과란 수술 건수 감소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김대근 회장: 수가가 30% 떨어졌으니 수술 건수 감소는 예상가능한 결과죠. 조사하는 김에 같은 기간 재료를 싸게 구입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보니 그런 경우는 거의 없더군요. 그동안 마른 수건 짜듯이 경영해 왔기 때문에 더 줄일 수 없는 단계라는 겁니다. 원가 절감이라고 해도 소독포 6,000원짜리를 5,000원짜리로 바꾸는 정도죠.

장영식 기자: 정부는 안과의사들의 수술비를 깎아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거죠?

김대근 회장: 맞아요. 정부는 안과의사들이 그동안 많은 이익을 남겨 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술을 포기하겠다는 회원이 급증하는 것만 봐도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알 수 있죠.

장영식 기자: 임계점에 왔다는 건가요?

김대근 회장: 백내장 수술비를 너무 많이 깎았어요. 타수술과 비교해보면 백내장 수술비용이 얼마나 싼 지 알수 있죠.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직접 언급하기는 곤란하지만, 예를 들어 레지던트 과정중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술이 있고, 전문의를 따도 어려운 수술이 있다면 두 수술은 비용에 차이가 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죠. 특히 백내장 수술은 예민한 수술이고, 수술 후에도 난시가 남는다거나 부작용에 대처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시력도 잘 나와야 하구요.

장영식 기자: 백내장 수술의 원가 대비 재료비는 어떤가요?

김대근 회장: 인공수정체, 실, 칼, 나이프, 초음파기기에 쓰는 여러가지 소모품들이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재료비 비율이 높은 편이죠. 어느 정도는 남겨줘야 수술을 계속할 수 있지 않겠어요?

장영식 기자: 설문 결과를 보면 다수 안과의원은 수술실 축소, 난이도 높은 수술 기피, 간호인력 등 직원 인건비 삭감 등으로 수가인하에 대처했다고 답했는데요. 그렇다면 결국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가겠는데요?

김대근 회장: 정부 정책을 보면 개인병원은 백내장 수술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10년 전만 해도 수술하면 입원해야 했어요. 하지만 요즘 세상이 얼마나 편해졌습니까? 개인병원이 늘어나면서 환자들은 편해졌어요. 하고싶은 날짜에 수술할 수 있고, 시간도 두세 배, 비용도 두세 배 절약할 수 있죠.

장영식 기자: 개인병원이 종합병원보다 효율적이라는 말씀이죠?

김대근 회장: 종합병원은 복잡하니까 잘 물어보지도 못하고, 마음대로 불평도 할 수 없어요. 오죽하면 종합병원에서 치료받고 개인병원에 와서 질문하겠습니까? 저에게도 그런 환자들이 자주 찾아와요. 결론적으로 환자는 굉장히 불편해질 거라는 거죠.

장영식 기자: 회장님의 최근 백내장 수술 건 수도 변화가 있었나요?

김대근 회장: 저 같은 경우 2011년 400건대 후반이었다가, 2012년 400건대 초반으로 20% 가까이 줄었어요. 수가가 30% 줄었는데 수술 건 수도 20% 줄었으니, 백내장 수술로 인한 수입은 단순 계산으로 보면 반토막 났다고 볼 수 있죠.

장영식 기자: 올해 수술 건 수는 어떤가요?

김대근 회장: 올해도 지난해 보다 소폭 하락할 것 같습니다. 더 떨어질 것도 없는 게 현재 상황입니다.

장영식 기자: 대형병원은 어떨까요?

김대근 회장: 작은 병원들이 수술을 포기하면 큰 병원은 좀 더 늘지 않을까요? 지금 큰 병원은 가만히 지켜보는 중이죠. 동네병원에서 수술을 안한다고 하면 어디로 가겠어요? 전체 수술 건수가 갑자기 줄지는 않을테니 말이에요.

장영식 기자: 화제를 돌려볼게요. 심사평가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대근 회장: 의사회나 개인 의사보다 심평원이 더 의료환경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어요. 포괄수가제 확대 적용 이후 수술 건 수가 감소한 것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심평원은 불리한 내용은 숨기고, 유리한 내용만 공개합니다. 개원의사에게 행패를 부리는 수준이죠.

장영식 기자: 보건복지부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주세요.

김대근 회장: 복지부요? 복지부는 대화불가 수준입니다. 지금 바뀐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좀 다른 것 같지만, 이전 정책실장은 의료기관도 까르푸, 이마트 형태로 가야된다고 언급했어요. 실제로 거리에 보면 작은 슈퍼 대부분이 문을 닫고, 대형 체인점으로 바뀌었죠. 병원도 그런 날이 오게 될까 걱정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형태가 환자에게 도움이 될까요?

 
 
장영식 기자: 개원가가 많이 어려운 것으로 아는데요, 안과 개원시장은 어떤가요?

김대근 회장: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하는 비중을 보면 15년 전만해도 개인병원이 가장 많았어요. 약 40% 가까이 됐죠. 그러던 것이 지금은 25% 이하로 줄었습니다. 재정 지출 비중은 대폭줄었는데 개인병원 숫자는 어떤가요? 이 기간동안 대폭 늘어 났죠. 개원가가 얼마나 어려워졌는지는 말해봐야 입이 아플 정도죠. 안과병원도 다를 바 없구요.

장영식 기자: 정부도 이런 부분을 모르지 않을텐데, 해결책이 없을까요?

김대근 회장: 이럴 거면 국가에서 개인병원을 모두 사서 의사들을 공무원으로 대우하느냐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정부는 투자는 하나도 안하면서 의사들만 쥐어짜고 있어요. 정부는 의사들에게 아직은 먹고살만 하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아직은 먹고살만 합니다. 하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언젠가 한번에 무너질 겁니다. 문제는 의료 인프라는 한번 무너지면 복구하기 어렵다는 거죠.

장영식 기자: 의료 인프라가 무너질 정도로 위기란 말씀이시죠?

김대근 회장: 의사를 위해 국민이 있는게 아닙니다. 국민을 위해 의사가 있는 거죠. 공무원도 마찬가지이구요. 대립하고 싸울 관계가 아닙니다. 의료보험제도가 정착되는데 의사들이 많이 협조했습니다. 포괄수가제도 안과의사들이 적극 협조해서 안착했죠. 협조하고 노력한 부분을 인정해 줬으면 좋겠어요.

장영식 기자: 안과 회원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김대근 회장: 회원들이 요즘 너무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힘을 합해야 합니다. 화가 나는 건 알지만 감정을 앞세우기 보다는 여유를 갖고 지혜를 모았으면 해요. 의사회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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