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펜서 존슨의 저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대표적 자기개발서이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짧은 우화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책 속 우화에는 미로 속에서 치즈를 찾아 다니는 ‘스니프’와 ‘스커리’라는 두 마리의 생쥐와 ‘헴’과 ‘허’라는 두 명의 꼬마인간이 등장한다.

치즈가 가득 든 치즈창고에서 살던 이들은 갑자기 치즈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 놓이고 각각의 방법으로 대처한다.

치즈의 상태와 재고량을 점검하며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하던 두 마리의 생쥐는 변화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새로운 치즈창고를 찾아낸다.

반면, 두 꼬마인간은 과거에 집착하고 치즈가 없어진 변화를 거부한다. 그리고, 텅 빈 치즈창고를 보며 좌절한다. 이들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생각만 하며 불평한다. 물론, 누구도 치즈를 옮기지 않았다.

이 우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국내 건강보험제도의 단일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전문 심사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관계에 적용해 보자.

현재 건보공단 노동조합이 심평원을 향해 연일 맹공을 펼치고 있다. 건보공단 노조의 주장은 단순 명쾌하다. 2000년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00년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면서 140개 직장 의료보험조합과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이 통합돼 건보공단이 탄생했다.

그리고, 의료보험연합회의 업무 중 진료비 심사기능을 승계하고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기능이 신설돼 심사평가 전문 기관인 심평원이 출범했다.

건보공단은 출범 초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소위 ‘보험자론’을 내세우며 심평원의 청구와 심사 관련 업무를 건보공단으로 이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건보공단은 1963년 의료보험법 제정 이후 2000년까지(국민의료보험법은 2000년 1월 1일 폐지) 36년간 보험자가 보험급여를 결정하고 급여비용을 심사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심평원은 기관 연혁에 1963년 의료보험법 제정과 1977년 전국의료보험협의회 설립, 1979년 의료보험 진료비심사 시작 등을 내세우며 기관의 뿌리가 보험자인 건보공단과 차이가 없음을 내세우고 있다.

이렇듯,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업무 영역 갈등은 13년간 계속되고 있다. 변화가 있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많은 것들이 변했다.

현재 건보공단은 우화 속 등장인물들 중 어떤 모습일까? 적어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인물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의료계를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변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건보공단의 치즈는 아무도 옮기지 않았다. 변화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설립 13년이 지난 심평원은 더 이상 건보공단이 찾아야 할 치즈가 아닐 수 있다. 건보공단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준비해 새로운 치즈를 찾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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