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에서 실시하는 혈액검사와 정맥주사가 한의사의 의료면허 범위 내에 포함된다고 밝힌 보건소가 의료계의 항의를 받고 답변을 수정하기로 했다.

앞서 강남구보건소는 최근 모 한의원에서 실시하는 혈액검사 및 약침정맥주사에 대한 민원에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고 있지만, 해당 의료기관에서 혈액검사(간기능검사, 혈당, 콜레스테롤)는 환자의 약물복용지도를 위해 실시했다.”고 답했다.

강남구보건소는 또, 약침정맥주사는 한국표준한방의료행위 CC10.25 정맥약자술, CC10.35 혈맥약자술에 의해 시술한 것으로, 의료면허 외의 행위로 규정짓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함께 첨부한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에는 “세부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 경계불분명한 의료행위 즉, 현대의학 또는 전통한의학 등의 나름대로 주장논리가 대립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법적인 판결 외에 그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명시돼 있었다.

지난 2011년 3월 방영된 케이블방송 프로그램 중 한의사가 채혈검사를 하는 모습
지난 2011년 3월 방영된 케이블방송 프로그램 중 한의사가 채혈검사를 하는 모습
이에 대해 의협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방특위ㆍ위원장 유용상)는 민원 답변을 보내 온 강남구보건소 관계자에 항의해 수정 답변을 얻어냈다.

한방특위 조정훈 위원은 “해당 공무원과 통화한 결과, 민원 답변 중 ‘면허된 의료행위 이외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문구는 ‘복지부 유권해석상 판단을 유보하겠다’로 바꾸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조 위원은 또, “혈액검사는 한의사가 간호사에게 채혈을 시켜 외부 수탁검사기관에 보낸 사안”이라며, “한의사가 간호사로 하여금 현대의료행위인 채혈을 지시하는 것이 정당한지, 한의사가 외부 수탁이라도 혈액검사를 내는 것이 합법인가를 따졌고, 강남구보건소에서는 복지부 유권해석 후 다시 연락주겠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특히 보건소가 약침정맥주사의 합법 근거로 제시한 ‘한방표준의료행위’는 한의사들이 자의로 지은 것으로, 여기에는 이미 불법으로 규정된 초음파 검사까지 들어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의사의 혈액검사 및 정맥주사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의료계는 한의사의 채혈행위는 명백한 무면허 의료행위이며, 한의사의 지시에 의한 간호사 채혈행위나 임상병리사의 채혈행위 모두 불법의료행위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한의원에서 채혈 등을 통해 검체를 검사기관(수탁기관)에 의뢰한 경우 한의원과 검사기관은 필연적으로 그 비용을 심평원에 심사를 청구해야 하는데, 한의원의 채혈이 불법의료행위인 현실에서 심평원에서 위탁검사관리료 등을 지급했다면 그 비용은 전액 환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심평원 또한 불법의료행위를 방조하는 행위와 함께 부적정 심사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한의원에서 채혈 및 검사의뢰 등에 대한 비용을 환자에게 전액 부담시키는 것은 사실상 보험급여비용을 임의 비급여로 청구한 것에 해당해 업무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보건복지부는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거나 혈액검사를 위해 채혈하는 행위를 한의사의 업무범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유권해석한 바 있다.

2011년에는 개원의의 거듭된 민원에 복지부 한의약정책과가 “한의원에서 한방 의료행위로 보기 어려운 의과적 검사 등을 위한 채혈을 하는 것은 의료법 제2조제2항의 한의사의 면허범위 내 행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아울러 “한의사 또는 한의사의 지시 하에 간호사 등이 한방 의료행위로 보기 어려운 간기능 검사 등을 위해 채혈을 하는 것은 의료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명시해 간호사의 채혈행위도 불법임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한의사의 채혈과 혈액검사 등에 대한 보건당국의 유권해석이 이미 나와 있는 상황에서 일선 보건소가 엉뚱한 답변을 내놓은 것에 대한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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