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의 ‘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로 녹십자와 녹십자 혈우병 치료제 ‘훽나인’을 사용중 HIV에 감염된 혈우병환자간의 ‘조정기일’이 또 다시 지정됐다.

지난 15일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5월 6일 진행된 특별구술변론에 이어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는 구술변론을 진행했지만 결국 양측 입장만 재확인 하는데 그쳤다.

우선 녹십자측 변호인은 지난 5월에 진행한 특별구술변론과 같은 주장만 되풀이 했다.

녹십자측 주장의 핵심은 ‘훽나인의 비공식 유통은 없었다.’, ‘조영결 교수의 논문은 근거가 부족하다.’, ‘’몇몇 환자들은 훽나인 사용에 따른 HIV감염 인과관계가 부족하다.’, ‘HIV감염에 따른 소멸시효는 이미 종료됐다.’ 등이다.

녹십자측 변호인은 구술변론을 통해 “훽나인이 정부의 허가를 받기 전 비공식적으로 유통될 수가 없다. 제조기록도 다 있다. 애들이 먹는 과자도 아니고 견본품이 유통될 수 없다. 국가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환자측 변호인이 증거로 내세우고 있는 ‘조영걸 교수의 논문(훽나인 사용과 HIV감염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도 다른 전문가들의 논문을 내세우며 반박했다.

녹십자측 변호인은 “조영걸 교수의 논문은 1998년 논문과 2000년대 논문 내용이 상반된다.”며 논문의 신뢰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소멸시효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HIV감염이 되면 증상발현이 없어도 이미 감염자체로 면역학적 손상이 발생한다고 학회 등에서는 이야기 하고 있다. 따라서 감염 자체가 손해시점으로 봐야된다.”고 말했다.

반면 10여년 동안 무료로 HIV환자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전현희 변호사(전 국회의원)는 “녹십자측의 주장은 모두 앞서 했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새로운 주장을 뒷받침할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인과관계 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귀속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녹십자측이 부인하고 있는 일부 환자들과 훽나인과의 인과관계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전현희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몇몇 환자들에 대해 다시 심리를 해보라고 한 것은 이들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취지가 아니다. 회사측은 훽나인 투여와 HIV감염에 대한 시점상 훽나인 투여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그건 환자들이 비공식적으로 훽나인을 사서 투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정 모씨(혈우환자 가족)가 훽나인이 공식적으로 유통되기 이전 비공식적으로 훽나인을 구매한 뒤 몇몇 혈우병환자 가족들에게 줬고 이들은 병원 또는 간호조무사 등을 통해 투여받았다. 이에 대한 사실확인서도 받았다.”고 말했다.

소멸시효에 대해서는 “회사측은 HIV감염과 증상발현 정도에 따른 손해구별이 불가능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률에는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를 구분하고 있다. 감염차제로 인한 손해 이외에 증상발현에 따른 손해가 있을 수 있다고 한 대법원 판시도 있다. 따라서 이 기준대로라면 아무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양측 구술변론을 들은 재판부는 “이번 소송은 10년이나 됐지만 아직 숨어있는 쟁점들이 많은 것 같다. 들으면 들을수록 의문부호가 떠오른다. 오래끌면 서로에게 좋을 것이 없다. 어느정도 선에서 서로 조정을 했으면 좋겠다.”며 또 다시 합의조정을 권유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다음 변론기일은 추정하고 내달 28일을 조정기일로 정했다.

재판부는 “판결을 내라고 하면 판결을 낼 수 있지만 판결이 나와도 또 다시 대법원으로 가지 않겠느냐. 또 마음 조리면서 대법원에서 5년 이상을 끌어 판결이 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도로아미타불이 되더라도 조정을 해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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