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교수님들, 왜 포괄수가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습니까? 우리 의사들이 단합하고 화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문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지난달 30일 열린 ‘전국 전공의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 반대 집회’를 마무리 하면서 한 말이다.

전공의 100여명은 포괄수가제 시행을 하루 앞두고 광화문 네거리에서부터 탑골공원까지 가두행진을 하며, ‘포괄수가제 OUT’을 외쳤다.

하지만 포괄수가제 시행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병원 관계자나 교수들은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전국의사총연합, 민주의사회 등 일부 개원의들만 참석했을 뿐이다.

그 동안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 확대 시행되는 포괄수가제에 대해 병원계와 교수들은 불평만 내놓았을 뿐 행동으로 보여주지는 않았다.

포괄수가제 해당과인 산부인과학회만 복강경 수술 중단 카드를 꺼내며 포괄수가제 반대를 외쳤지만 결국 포괄수가제 참여로 선회하면서 복강경 수술 중단 선언은 일단락 됐다.

비단 포괄수가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의료 현안에 대한 관심이 적지만 병원과 교수들은 특히 더 의료 현안에 대한관심이 적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학술 관련 모임이 아니라면 의사협회에서 진행하는 모임, 의료 현안에 대한 모임 등에 대한 참여도는 더 심각하다. 이번 포괄수가제 집회도 그 단면을 보여준 사례 중 하나다.

대전협은 집회 열흘 전부터 유관단체에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며, 집회 참석을 독려했지만 병원계와 교수들은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개개인의 일정이 바빠 참석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교수 중 한 명도 참석하지 못 한다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다.

더욱이 포괄수가제는 전공의들보다는 병원과 교수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또한, 선배의사로서 후배의사들에게 제대로된 의료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집회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지 않았을까?

선후배를 떠나 교수와 전공의는 스승과 제자 사이다.

열악한 수련환경 속에서 잠 잘 시간을 쪼개 포괄수가제의 폐해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집회에 참석한 제자들을 보면서 교수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경문배 회장의 말처럼 이번 기회를 통해 교수들이 의료 현안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주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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