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구 숭의보건지소가 오는 7월 초 개소 예정이다. 인천 남구청의 별관을 겸해 지난해 1월 착공에 들어간 숭의보건지소는 지난달 7일 준공을 하고, 현재 의료진 구성 및 장비 도입 등 개소를 위한 마무리 작업 중이다. 그러나 도심 한가운데 보건지소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인근 개원가는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14일 숭의보건지소를 방문해 시설 등을 살펴본 후 주변 개원가를 돌며 보건지소 개소에 따른 걱정을 직접 들어봤다.

 
 
숭의2동 176-5번지 1,109㎡.
최근 인천시 남구는 총사업비 78억원을 투입해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의 복합청사를 완공했다.
복합청사 내 1층과 2층, 5층은 보건지소 용도로 사용하게 된다. 1층에는 모자보건실과 예방접종실, 진료실, 건강증진실이 있으며, 2층에는 종합사무실과 재활치료실, 다목적실이, 5층에는 보건교육실이 마련돼 있다.

 
 
숭의보건지소는 건강생활실천사업과 재활보건사업에 중점을 두고 만성질환관리, 예방접종, 재활작업치료, 모자보건사업 등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장비는 물리치료기 등 재활치료에 사용될 30여종을 비롯해 체지방측정기, 근육강화기 등 건강증진을 위한 30여종 등 총 60여종의 장비가 도입될 예정이다.

▲아직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물리치료실 전경
▲아직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물리치료실 전경

▲일부 장비가 도입된 건강증진실
▲일부 장비가 도입된 건강증진실

▲진료실. 숭의보건지소는 봉직의로 산부인과 전문의에 대한 최종 검토를 진행 중이다.
▲진료실. 숭의보건지소는 봉직의로 산부인과 전문의에 대한 최종 검토를 진행 중이다.

근무인원은 간호직인 기영미 보건지소장을 포함해 총 16명이며, 의사는 봉직의로 산부인과 전문의가 근무할 예정이며, 물리치료사 2인과 재활치료사 1인도 포함돼 있다.

숭의보건지소는 체력진단 및 건강생활 실천을 중심으로 하는 건강관리 사업 외에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 진료를 비롯해 물리치료와 재활치료에도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숭의보건지소에서 3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재활의학과의원
▲숭의보건지소에서 3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재활의학과의원

숭의보건지소 개소를 앞두고 인근 개원가는 비상이 걸렸다.

주변 개원가에 따르면 노인 인구가 많은 숭의동의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만 65세 이상 노인이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보건지소가 들어설 경우 인근 개원가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지도를 보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붉은색이 숭의보건지소. 녹색은 민간의료기관. 모두 도보로 10분 이내에 자리잡고 있다.
▲붉은색이 숭의보건지소. 녹색은 민간의료기관. 모두 도보로 10분 이내에 자리잡고 있다.

숭의보건지소는 제물포역에서 1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인근 지역은 빌라, 아파트, 주택 등 대부분 주거지역이다.

숭의보건지소와 300m 거리에는 최소 3개소 이상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정형외과, 내과, 신경외과, 소아청소년과 등의 진료를 하고 있다.

도보로 10분 내 거리에는 종합병원 1곳과 종합병원에 준하는 병원도 있다.

인천 내 다른 지역에 비해 상가 지역이 적다 보니 유동인구도 적을 수밖에 없으며, 대부분 의원이 동네 주치의 개념으로 환자와 밀착해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보건지소가 들어서는 숭의2동은 지난 2011년 10월 말 기준으로 인구가 1만 325명 밖에 안되는 전형적인 주거지역이다. 세대수도 4,479세대에 불과하다.

특히, 숭의동은 노인인구 밀집 지역으로, 숭의2동 주민센터에 등록된 12개 직능단체 중 3개가 노인과 관련된 단체로 가입회원 수도 다른 단체에 비해 가장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만 65세 이상은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보건지소가 들어서게 되면 인근 개원가의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본지는 숭의보건지소와 가장 가까운 의원 중 한 곳을 방문해 양해를 구한 후 입장을 들어봤다.

A 정형외과 원무과장 K 씨는 보건지소 개소에 따른 타격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K 원무과장은 “2~3개월 전부터 그 부분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우리 병원을 비롯해 인근 세 곳이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소연했다.

▲A 정형외과 K 원무과장은 숭의보건지소가 개소하면 노인 환자 대부분이 보건지소로 이동해 개원가의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A 정형외과 K 원무과장은 숭의보건지소가 개소하면 노인 환자 대부분이 보건지소로 이동해 개원가의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K 원무과장은 “이런 이유로 한달 전 남구청장에게 면담신청을 해서 지역사회를 위하셔야 할 분들이 이렇게 하면 어떡하느냐고 따졌다.”며, “그러나 그쪽에서는 자기 관할이 아니라 복지부에서 주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건지소가 개소하게 되면 노인 환자의 대부분이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K 원무과장은 “숭의동은 노인 비율이 꽤 높은 지역이다.”며, “우리 병원만 해도 절반 이상이 노인 환자다.”고 말했다.

K 원무과장은 “이 동네는 진료비 100원 때문에 따지는 노인 환자가 많아, 진료비가 1만 5,000원 이상 나오면 제대로 받을 수 없다.”며, “그렇게 진료비에 민감한 노인 환자가 많은 지역인 만큼 보건지소가 생기면 그 여파는 상당히 클 것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의 다른 개원가 역시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숭의보건지소 주변의 B 원장은 “노인 환자 중 상당수가 물리치료를 받으러 온다.”며, “그러나 만 65세 이상은 무료인 보건지소가 들어서게 되면 타격이 심각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숭의보건지소 인근 의원 B 원장은 보건지소가 들어서면 주변 개원가는 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숭의보건지소 인근 의원 B 원장은 보건지소가 들어서면 주변 개원가는 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소의 예방접종과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걱정도 털어놨다.

B 원장은 “물리치료도 문제지만, 예방접종과 만성질환관리도 문제다.”며, “보건지소에서 노인들에게 예방접종을 비롯해 혈압, 당뇨 등을 무료로 해버리면 개원가는 따라갈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B 원장은 “요즘같이 환자가 줄어든 시점에서 보건지소가 개소하면 개원가로서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개원가가 보건지소와 경쟁할 수 있는 구도가 아니다 보니 대안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의 의료기관 대부분은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의 의원처럼 외부에서 환자가 찾아오고, 특화된 치료나 검사를 통해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대부분 동네 환자들과 밀착해 주치의 개념으로 운영하는 작은 곳이다.”며, “이런 곳에 보건지소가 들어서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망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B 원장은 시내에 굳이 보건지소를 설립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B 원장은 “인천시에 보건지소를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보건지소라는 곳은 의사의 진료행위가 많은 곳인데 시내 한복판에 세워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의원을 나오는 길에 마침 들어서는 노인 환자를 만났다.

 
 
노인 환자에게 보건지소가 들어서면 이용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자신의 나이가 70세가 넘었다는 그 노인 환자는 “노인들이 의료기관을 다닐 때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이 진료비다.”며, “보건지소에서 물리치료나 고혈압 진료 등을 공짜로 해준다면 당연히 보건지소로 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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