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총연합이 지난 5월 16일부로 3인 공동대표 체제를 재가동했다. 지난해 이주병 공동대표가 의사협회 대외협력이사직을 맡으면서 2인 체제로 운영된 지 10개월여만이다. 새로 공동대표에 합류한 성종호 대표는 지난해 경기도의원협회 초대 회장을 맡아 지역 의원협회의 토대를 다져온 인물로, 경기도 일산에서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성종호 대표를 만나 앞으로 전의총의 운영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축하드립니다.

성종호 대표: 축하받을 일인가요? 고생길이 열린거죠(웃음).

장영식 기자: 개원은 언제하셨어요?

성종호 대표: 제가 늦게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정신과 전문병원에 있었는데 제가 환자를 진료하는데 적극적이었나 봐요. 정신과는 환자를 느긋하게 봐야하는데 알코올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고 6개월 정도 열심히 했는데 분위기 자체가 그렇지 않았어요. 환자도 기본적으로 5~6개월을 입원하죠. 의사가 액티브한 것 보다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한 병원이었어요.

장영식 기자: 그러다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봐요?

성종호 대표: 어느날 중학생 환자를 봤는데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였어요. 그런데 책에서 본 것과 완전히 다른 겁니다. 그때까지는 ADHD를 못봤거든요. 당시 충격을 받았어요. 정신과 의사인데 소아파트에 대해 아는 게 없었으니 말이에요. 충격을 받고 일산병원에 펠로우로 들어갔죠. 1년 정도 근무하고 개업하려고 하니 담당교수님이 개원스타일이 아니라고 반대했어요. 하지만 개원을 고집했더니 그 교수님이 개원자리까지 정해주셨죠.

장영식 기자: 그 중학생 환자를 만나 이 자리까지 오셨군요. 최근 개원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성종호 대표: 10년 전 병원을 열 때 맞은편 건물에 병원이 네 곳 있었는데 지금은 한 곳 남았어요. 그 한 곳도 환자가 없어서 원장님이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죠. 비뇨기과 전문의신데 피부미용을 하려고 쉬었던 것 같아요.

장영식 기자: 개원가는 어디나 마찬가지군요.

성종호 대표: 그렇죠. 그리고 이후 새로 들어온 곳이 없어요. 일단 여기 들어오는 것 자체가 어렵고, 개인병원이 뭘 해보려고 해도 수가가 맞지 않습니다.

장영식 기자: 주엽역 좌우 도로에 있는 건물들에는 아직까지 병원이 두 세 곳씩은 보이는데요?

성종호 대표: 모두 처음 문을 열었던 곳들이에요. 더 이상 문을 여는 곳이 없어요. 하다가도 문을 닫고 좁혀가는 분위기에요. 동아제약 딸도 소아과의사인데 이곳에 개원했다가 문을 닫았죠.

장영식 기자: 전국의사총연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전의총에 합류한 시점과 합류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성종호 대표: 학생때 데모도 하고 그랬어요. 기본적으로는 잘못된 것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 같은 게 있어요. 최근에는 빨리 끝나지만 처음 병원을 열고 6~7년 동안은 늦게 끝나는 게 일이었어요. 야간진료를 하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이 수업 끝나고 5시 이후에 오니 계속 밀려서 늦게 끝났죠. 그래서 진료 외에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어요. 게다가 집도 노원구에 있어서 출퇴근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2002년 월드컵할 때는 차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세워놓고 시청하고, 차도에서 자고 가기도 하고 그랬죠. 그러다가 우연히 닥플(의사 커뮤니티)을 알게 됐고, 전의총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창립식에 갔었죠.

장영식 기자: 전의총 창립 때부터 참여하셨군요.

성종호 대표: 방관자 였고 비주류였기 때문에 아무도 몰랐어요. 전의총 핵심인물이 다 있었는데 현장에서도 수동적 참가자였어요. 전의총 회원으로 있으면서 잘한다, 고맙다 응원하는 게 일이었죠.

장영식 기자: 말은 쉽지만 어려운 일이죠. 중요한 일을 하신건데요?

성종호 대표: 노환규 회장이 의협 앞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할 때가 있었어요. 가만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의협에 갔죠. 그 자리에서 노 회장과 정식으로 인사했어요. 오전 10시쯤 갔다가 저녁까지 있었어요. 그 이후 모임마다 일반회원으로 모두 참여했어요.

장영식 기자: 어떻게 보면 김성원 대표님과 비슷한 스타일이셨네요?

성종호 대표: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장영식 기자: 아까 학생때 데모에도 나섰다고 했는데 어떤 이유였나요?

성종호 대표: 그때가 1986년 전후였으니까 전두환 퇴임과 직선제 개헌 등이 이유였죠. 당시 의대생들도 수업 불참하고 모두 참여했어요. 그때는 그런 분위기였어요.

장영식 기자: 전의총 대표를 맡게 된 계기는요?

성종호 대표: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주병 전 대표가 의협으로 들어가고 김성원 대표가 힘들어하는건 알고 있었죠. 강대식 대표님은 부산에 있는데다가 부산시의사회 전임 집행부와 다툼중이어서 신경쓰기 힘든 상황이구요. 지난 5월 13일 상임이사회에서 결정됐는데, 생각해보니 사람이 없더라구요.

장영식 기자: 주변 여건이 가장 큰 이유라는 말씀이군요. 대표님 개인 생각은 어떠셨나요?

성종호 대표: 경기도의원협회를 창립하고 일년 가까이 꾸려왔는데 그 과정에서 다른 분들이 좋게 본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위치나 나이를 생각했을 때 제가 맡아줘야 아래 후배들이 올라온다고 생각했어요. 바로 아래 친구들은 정말 똑똑한 친구들이 많아요. 게다가 그냥 놔두기에는 에너지가 넘치죠.

장영식 기자: 경기도의원협회는 대행체제로 가는거죠?

성종호 대표: 네, 이호수 부회장이 회장 대행을 맡아 이끌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앞으로 어떤 일에 중점을 두고 추진할 생각이세요?

성종호 대표: 전의총에서 하고 있던 법적인 문제, 고발고소, 재판 등은 하던대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정책적인 부분을 생각하고 있어요. 국회에서 입법 발의가 될 때 처음부터 문제점이나, 아니면 우리가 찬성할 부분이 있는지 분석하고 초기부터 개입해서 법안을 주도면밀하게 심사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대표 발의자라거나 공동발의자에게 연락해서 문제점을 지적할 거구요.

장영식 기자: 그렇게 생각하신 계기는요?

성종호 대표: 국회의원에게 연락해 보면 자신이 발의해놓고 현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줘야 할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그부분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해서 법안을 쉽게 폐기하진 못할 겁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다면 다음 대책도 마련해 두셨나요?

성종호 대표: 심사소위에 가면 심사소위 위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할겁니다. 그 과정에서 언론에도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공해서 여론화에 나설거구요.

장영식 기자: 대언론 홍보 강화도 생각해 두셨죠?

성종호 대표: 네. 의료현안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데이터나 소스들이 많아요. 특정한 목표를 갖고 의사들에게 유리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언론에 일반적인 자료를 보낼 겁니다. 이를 위해 이번에 언론사 연락처를 보충했어요. 정리하자면 입법팀과 대언론 홍보팀을 만들려고 합니다.

장영식 기자: 젊은 의사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추진하겠다는 소식도 들리던데요, 설명 부탁드려요.

성종호 대표: 젊은의사, 의대생, 전공의들과 분기마다 1회 정도 만날 생각입니다. 각 그룹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거죠. 젊은 의사들에게 의료현안에 대해 알리려는 취지입니다. 처음에는 정책적인 현안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시간이 지나면 세미나 등으로 발전시키려구요. 1박2일 토론회도 고려하고 있어요.

장영식 기자: 주제를 좀 바꿔볼게요. 의사사회의 달라져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성종호 대표: 저도 마찬가지지만 의사들은 자기중심적입니다. 의사들은 누구에게 도움을 받고 큰 사람들이 아니어서 학생때부터 본인이 알아서 공부하고 지금 자리까지 왔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데 서툴죠. 내가 잘 해왔으니 내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융합도 잘 안되죠.

장영식 기자: 너무 과감한 발언이신데요?

성종호 대표: 100명이면 100명이 다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이번에 대표를 맡은 후 회원들과 통화를 해봤더니 생각이 다 같을 줄 알았는데 비슷비슷하게 다르더라구요. 많은 그룹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같은 길을 간다고 하는 전의총 회원들도 이 정도면 전의총 밖의 의사들은 얼마나 다르겠습니까?

장영식 기자: 의사 분들 스스로 사회성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성종호 대표: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다만 사회문제에 관심이 너무 적은 것 같아요. 의사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에 사회문제에 동참하고, 그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게 무엇인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들어주고, 전문가로서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지 느껴야 합니다. 의사들이 그런을 생각하기 전에 의료수가 등에서 핍박 받는다고 생각하니 진전이 없어요.

 
 
장영식 기자: 의료수가 이야기가 나왔으니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대표님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성종호 대표: 돈을 적게 벌고 많이 벌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건보제도는 내가 어떤 행위를 할 때 의학적 지식에 맞는 행위를 해야 하는데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신경쓰고 고민하게 만들죠. 국내 의료정책 핵심은 돈의 지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한정된 돈으로 알아서 하라는 거에요.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국민을 위한다지만 실질적으로는 건보재정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이고, 그런 역할을 의사에게 요구합니다. 그래서 의사들이 힘들죠.

장영식 기자: 노환규 회장의 착한손, 자정선언을 지켜보는 회원들의 시선이 다양합니다. 지향점은 잘못된 의료제도를 개선하고, 올바른 의료제도를 만드는 일일텐데 방법론적으로 시각 차가 있는 것 같아요.

성종호 대표: 전체적인 맥락은 긴 호흡으로 가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시민단체와 손을 맞잡고 대화하는 집행부가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일반의사들은 비판적인 사람이 많아요. 너무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노환규 회장님이 회원들과 보폭을 좀 더 맞춰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장영식 기자: 시간이 길어졌는데 마지막으로 가벼운 질문 하나만 할게요. 정신과 의사시잖아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세요?

성종호 대표: 운동을 매우 좋아합니다. 대학교때 산악부에 있었어요. 오대산, 설악산 등지에서 일주일 코스로 능선종주도 자주 했어요. 휴일엔 산에 가고, 평일엔 축구하고 그랬어요.

장영식 기자: 지금도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세요?

성종호 대표: 전의총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스트레스가 없어졌어요. 개업하고 나서 가려움증이 있었어요. 특별하게 병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어느날 아내가 요즘 안 긁는다고 하더군요. 전의총 사람들 만나서 어울리고 밥먹고, 이야기하다보니 스트레스가 풀렸어요. 생각을 공유하고 대화하다 보니 그런 거 같아요.

장영식 기자: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활약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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