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을 둘러싸고 의사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동아제약으로부터 최고 수천만원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100여명이 사법처리됐기 때문이다. 또 쌍벌제 시행 이전에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1,300여명은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현재 의사들은 동아제약 불매운동과 영업사원 의료기관 출입금지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검찰이 동아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된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 그동안의 과정을 정리해 봤다.


업계 1위도 피하지 못한 검찰수사
지난해 10월 10일 오후 10시 동아제약 본사에 검찰과 식약청 위해사범조사단이 들이닥쳤다.

이날 검찰은 약 7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벌였고, 리베이트와 연관이 많은 영업부 및 영업 관련 부서 건물에서 회계장부 및 제품판매 자료, 컴퓨터 디스크 등을 총 다섯 박스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과 식약청 위해사범조사단,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J사, C사, H사, D사, Y사, K사, N사 등 다수 제약사를 리베이트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업계를 강타했다.

검찰, 동아 리베이트 수사 결과 발표
결국 동아제약 리베이트건이 터졌다. 1월 10일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이하 합수반)’은 자사 의약품 납품 대가로 전국 병ㆍ의원에 수십억대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으로 동아제약 허 모 전무와 정 모 차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합수반은 또 같은 혐의로 동아제약 유 모 이사와 박 모 전 상무, 김 모 부장과 함께 ‘거래 에이전시’ 김 모 대표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동아제약 법인을 약사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합수반에 따르면, 허 전무 등은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동아제약 광고ㆍ마케팅 등을 대행하는 ‘거래 에이전시’ 4곳을 통해 자사 의약품 구매ㆍ처방과 납품계약 연장 등의 청탁명목으로 전국 1,400여개 병ㆍ의원에 48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자사가 생산한 의약품을 구매하거나 처방해준 대가로 인테리어 공사비용을 에이전시 업체를 통해 대납하거나, 에이전시의 물품을 구입한 것처럼 가장해 비용을 정산, 의료기기 무상 제공,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과 지하철ㆍ버스 의료광고 비용을 지원했다.

또한 강의료나 자문료, 설문조사료 등의 명목으로 현금을 지급하거나 자녀의 어학연수비, 의사 가족의 해외여행비를 대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법 처리된 동아제약 임직원 중에는 리베이트 제공에 관여한 임원 외에도 내부제보자를 상대로 협박했거나 압수수색 당시 증거자료를 인멸한 직원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협회ㆍ병의협, 동아 피해자 법률지원 착수
동아제약 리베이트 건이 터지자 의사단체들이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대한의원협회(회장 윤용선)는 지난 1월 17일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에 대한 쟁점 분석을 통해 리베이트에 연루된 의사들에게 법률 지원 하기로 결정했다.

동아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의사들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의원협회는 1월 15일부터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의사들의 사연을 제보 받았다.

그 결과,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의사들은 회원 교육을 위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컨설팅 회사와 계약한 것으로 검찰에서 말하는 의약품 처방 대가와 동아제약과의 관계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단순히 컨설팅 회사와 계약을 통해 회원 교육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한 것으로, 지적 재산을 판매한 것이 의사들의 주장이다.

윤용선 회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의사들 대부분이 컨설팅 회사와 동아의 관계를 모르고 있었지만 검찰은 이를 리베이트로 간주하고 있다.”며, “회원 보호를 위해 법률 지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회장 정영기)도 지난 1월 18일 임원회의를 열고, 동아 리베이트에 연루된 의사들에게 법률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병의협은 당초 개원의들만 연루된 것으로 파악했으나 의료 커뮤니티 등을 통해 봉직의도 연루된 것으로 파악돼 자체 조사에 들어가는 한편, 연루된 의사들에게 법률 지원을 하기로 했다.

개원가, 동아제약 불매운동 움직임
1월 중순경부터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이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과 연루된 의사 100여명을 소환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원가를 중심으로 ‘동아제약 불매운동’ 움직임이 포착됐다.

일부 개원의는 “동아제약 영업사원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스티렌 등 동아제약 의약품을 처방하지 말자.”고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지난해 동아제약 영업사원이 전공의를 폭행한 사건이 재차 입방아에 오르면서 개원가에서의 동아에 대한 신뢰도가 급속히 하락했다.

또한 동아제약이 이번 리베이트 사건을 대하는 태도도 개원가에서의 불매운동을 더욱 부추겼다.

개원의들은 “동아제약에서는 의사들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전혀 안 보인다.”며, “동아 사랑운동(동아제약 의약품 사용금지 운동)을 전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원가 “동아제약의 사기행각에 당했다”
리베이트 의사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가 진행되자, 사건과 연루된 의사들은 “동아제약 영업사원 사기행각에 속았을 뿐이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애초 동아제약 영업사원이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 강의 프로그램 참여 의사를 물어올 때 ‘국내 유명 로펌에서 자문을 받았으며 합법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려왔고 의사들은 이를 믿고 동영상 강의 자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실제 한 개원의는 1시간짜리 동영상 강의를 만들기 위해 두 달 동안 점심, 저녁까지 굶으며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피부과 개원의는 “억울하다. 평소 친한 동아제약 영업사원이 동영상 강의 제안을 할 때 법률 자문을 다 거친 일로 불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 자문 확인서까지 보여주더라. 그래서 밥까지 굶어가며 평소 영업사원들이 ‘이정도는 알았으면 했던 것’들을 동영상 강의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원의 역시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그도 “이건 동아제약의 사기행각이다. 법률자문을 통해 합법이라고 해놓고 이제와서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이게 사기행각이 아니면 무엇이 사기행각이란 말이냐.”고 분개했다.

의협의 행보, 동아에 공개질의->법률 지원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월 25일 SNS 등을 통해 동아제약에 리베이트 사태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물었다.

의사협회는 당초 의사들을 교육 콘텐츠 제작에 참여시켰다고 하더니 입장을 바꾸어 ‘처방을 목적으로 한 리베이트가 맞다’라고 진술한 데 대해 대책을 마련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동아는 답변하지 않았다.

의사협회는 2월 4일 의약품 리베이트와의 단절을 선언하면서 영업사원의 의료기관 출입을 금지했다.

이후 의사협회는 3월 20일 상임이사회에서 법률지원단을 운영해 법률 상담을 지원하고, 비용은 협회가 전액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동아의 행보, 리베이트 사태 해결 양동작전
동아제약은 어떤 방향으로 사태 수습에 나섰을까? 동아제약은 김원배 사장이 대한의사협회장을 만나 사태를 수습하는 한편 영업이사급 인사들 역시 리베이트 콘텐츠 제작에 연루돼 검찰에 조사를 받은 의사들을 만나 사과를 하는 등 ‘양동작전’을 펼쳤다.

실제 동아제약 리베이트로 검찰에 소환ㆍ조사받은 한 내과 개원의는 “영업사원은 안보려고 했지만 이사급이 왔다고 해서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서 만나봤다. 만났더니 사과를 하면서 앞으로도 동아제약 의약품 처방을 계속 해달라고 부탁하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조사를 받은 한 개원의는 “동아제약이 사과를 하든 말든 상관없다. 말로 대충 넘어가려는 모양인데 동아와는 더 이상 거래하지 않겠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동아 리베이트 의사, 무더기 형사처벌
동아제약으로부터 최고 수천만원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100여명이 사법 처리됐다.

또 쌍벌제 시행 이전에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1,300여명은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은 동아제약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119명, 병원이사장 1명, 병원사무장 4명 등 총 124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3월 10일 밝혔다.

검찰은 이 중 의사 18명과 병원 사무장 1명을 정식 재판에 넘겼으며 나머지 105명은 150만~700만원의 벌금형에 약식 기소했다.

수사반에 따르면 이들은 온라인 강의료, 설문조사료, 병원 홈페이지 광고료 등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 일부는 명품시계나 의료장비, 전자제품을 수수하기도 했다.

수사반은 사법 처리한 의사들뿐 아니라 쌍벌제 시행 이전에 동아제약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의사 1,300여명을 관계부처인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검찰로부터 명단을 넘겨받은 복지부는 명단을 검토한 후 행정처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동아제약 불매운동 재점화
동아제약으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들이 형사입건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사들의 동아제약 의약품 불매운동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의사들 사이에서 동아제약 의약품 불매운동이 몇차례 이슈로 떠올랐다.

먼저 지난 1월 중순경 전담수사반이 의사들을 리베이트 혐의로 소환 조사키로 하자 개원가 중심으로 동아제약 불매 운동이 제기됐다.

의사포털에서는 연일 동아제약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고, 일부 회원은 영업사원 출입제한 안내문을 출입문에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대규모 불매운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어 지난 1월 29일에는 전국의사총연합 김성원 대표가 동아제약 본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면서 동아제약 불매운동이 다시 불거지는 듯 했다.

특히 수사과정에서 동아제약이 진술을 번복해 교육콘텐츠 제작에 참여한 의사들까지 범죄자로 내몰렸다는 증언이 일부 의사들로부터 나오면서 불매운동에 불이 붙는 듯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찻잔 속의 태풍처럼 가라앉았다.

그러나 3월 10일 검찰이 실제로 해당 의사들을 리베이트 수수혐의로 형사입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동아제약 불매운동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한 개원의는 “이번 사건에 대한 동아제약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며, “의사들이 반드시 실력행사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영상 강의 후 대가, 합법인가 불법인가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영상 강의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조사된 의사들이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동영상 강의’ 건이 소송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핵심 쟁점은 무엇일까?

JKL법률사무소 정순철 변호사는 “강의를 위한 동영상을 제작하고 그 대가를 받은 것은 당연히 합법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제약 영업사원이 정말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았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지만 ‘의학 강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행위는 어느 변호사한테 들고가도 불법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영상을 제작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은 분명 합법적인 일이지만 몇 가지 쟁점에 따라 불법이 될 수도 있다.

동아제약이 리베이트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것을 알고 참여한 것인지 여부와 실제로 동영상을 제작하고 돈을 받았는지 여부, 동영상 강의 내용이 충실한 지 여부, 또 그에 대한 대가가 적정했는지 등의 여부다.

만약 동영상 강의에 참여하지 않고 대가를 받았다면 당연히 불법이다. 하지만 동영상 강의 자료를 만들고 그 자료로 강의를 진행했다면 정당한 대가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순철 변호사는 “실제 강의자료를 만들어 강의를 하고 그 강의료가 적정했다면 정당한 대가를 받은 것이다. 만약 이때 처방이 조금 늘더라도 이 일과 연관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 당시 해당 제약사 약을 더 써야하는 환자가 있었을 수도 있고 그 처방을 원하는 환자가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동영상 제작과 그 대가 관계를 증명하는 것이다.

동영상 강의의 경우 수강생이 들을 때 마다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 동아제약 사건에서는 일부 의사들이 한번에 지급받은 경우도 있다.

동영상 강의를 들을 때 마다 대가를 지급했다면 그 동영상을 수강생이 들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만약 강의자료로 활용이 안됐더라도 회사측에서 교재로 쓰겠다고 들고갔기 때문에 책임은 회사측에 있다.

문제는 대가를 일시불로 받은 경우다. 이때에는 대가 관계를 설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법무법인 청파 장성환 변호사는 “상담을 해오고 있는 의사들 대부분이 리베이트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또 정당한 계약을 통해 정당한 대가를 받은 것으로 진술하고 있다. 하지만 동영상 형식만 빌렸거나 대가를 일시불로 받은 사람은 대가 관계를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 리베이트 사태 어떻게 전개될까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2개의 소송 결과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제약 리베이트 연루 의사 중 검찰의 조사를 받지 않은 의사들의 행정처분 시기는 기약이 없다. 복지부의 행정처분 여부는 ‘자체 조사없이 범죄일람표를 근거로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내용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소송에서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만약 재판부가 ‘범죄일람표’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자체조사를 받지 않은 의사들의 행정처분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검찰이 1,000여명이 넘는 인원을 모두 조사하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의사의 혐의를 입증하는 것도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범죄일람표를 근거로 행정처분 명단에 오른 타 제약사 리베이트 연루 의사들까지 포함하면 검찰은 수천명을 재조사해야 된다.

동아제약이 동영상 콘텐츠 형식의 리베이트를 부인하면서 시작된 검찰과의 법정공방도 중요한 변수다.

동아제약이 소송에서 진다면 향후 의사들이 진행하게 될 행정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수도 있다. 반대로 동아제약이 승소를 하게 될 경우 ‘동영상 제작 형식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의사들 또한 무죄가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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