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대한간호협회 집행부의 사퇴를 압박하는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간호대학 강당에 울려 퍼졌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간호인력 제도 개편안에 대해 집행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이날 모인 간호사들은 간호인력 제도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며,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특히, 간호사들은 전문대학 내 간호조무사 양성은 받아들일지언정 복지부에서 발표한 간호인력 제도 개편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간호조무사가 전문대학에서 양성되더라도 이는 간호조무사의 문제이지만 간호인력 제도 개편안을 통해 LPN(간호실무사)이 양성된다면 이는 간호사의 문제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반면, 간호협회는 현재 복지부에서 추진하는 간호인력 제도 개편안 TF에 참여하되, 자체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정기총회 시즌을 맞아 17개 시도간호사회와 10개 산하단체 등을 찾아 간호인력 제도 개편안에 대한 설명과 배경, 간호협회의 향후 계획 등에 설명하며,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간호인력 제도 개편안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원들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경북대병원 이정현 간호사는 “비대위에서 진행하는 릴레이 간담회 자료를 보니 간호인력 제도 개편안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변명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탄했다.

전국간호대학생연합 박수경 의장도 “비대위는 간호사신문을 통해 간호계 내부 의견을 모았고 공식적인 간담회를 통해 간호협회 입장에 동의한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간호대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비대위는 전혀 달랐다.”며, “간호인력 개편안을 반대하는 의견을 조목조목 정리해 갔지만 발의할 시간 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5일 열린 경기도간호사회 정기총회 당시 비대위는 간호인력 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하지만 비대위원이 앞에 나서 간호인력 제도 개편안이 발표되기까지의 과정과 비대위 구성, 대안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비대위원의 1시간에 가까운 발표에 비해 질의응답 시간은 30여분 정도였다.

지난 13일 서울시간호사회 정기총회에서도 비대위의 발표가 이어졌지만 식사와 정기총회 일정이 모두 끝난 밤 9시쯤 이뤄졌다.

늦은 시간에 시작하다 보니 회원들의 집중도가 저하돼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은 어려웠을 것이다.

이처럼 비대위는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간호협회 입장만 변명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비대위는 이제라도 민초 간호사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복지부가 빠르면 오는 12월 말에서 늦어도 2014년 초에는 간호인력 제도 개편을 위한 의료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적극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호협회 산하단체들의 정기총회는 4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보름 여가 남은 시간 동안 간호협회와 비대위는 17개 시도간호사회와 10개 산하단체 대의원들의 의견만 수렴할 것이 아니라 간호사신문과 페이스북 등을 이용해 전체 간호사의 의견을 수렴해 간호인력 제도 개편안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결국, 간호인력 제도 개편이 복지부의 개편안으로 추진될 지, 제대로 된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간호협회의 대안이 추진될 지는 간호협회가 얼마만큼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는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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