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급증하는 국민의료비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크다. 지난 2010년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는 총 82조 9,270억원이며, 일부에서는 오는 2020년에 이르면 국민의료비가 242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이같이 급격한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경우 국가와 국민 모두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료비 증가세를 둔화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의료비의 왜곡된 지출구조를 개선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현재 국민의료비의 지출구조를 살펴보고 각계 전문가들을 통해 국민의료비의 급격한 증가의 원인과 개선방안을 모색해봤다.

①국민의료비 지출구조 문제있다 
②급증하는 국민의료비…해법 있나?

국민의료비가 급증하고 있다.

국민의료비 증가는 소득수준의 향상을 비롯해 의료기술의 급속한 발전, 국민 의식 수준 향상, 공급자 증가 등 다양한 측면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0 국민의료비 및 국민보건계정’에 따르면 지난 2006년 54조 9,550억원이던 국민의료비는 2007년에는 61조 4,450억원, 2008년 66조 2,840억원, 2009년에는 73조 7,14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지난 2010년에는 전년보다 무려 12.5%가 증가한 82조 9,270억원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 지출규모는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편에 속한다.

‘OECD Health Data 2012’에 따르면 2010년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은 OECD 34개 국가 중 27번째인 2,035달러(US $, PPP)로, OECD 평균 3,268달러(US $, PPP) 대비 약 62% 수준이다.

GDP 대비 국민의료비 지출 비율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10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민의료비 지출 비율은 7.1%로, OECD 국가 평균 9.5%에 비해 2.4%p 낮다.

우려되는 점은 국민의료비 지출 규모가 아니라 증가세에 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지난 2010년 국민의료비 지출액과 GDP 대비 국민의료비 지출 비율은 OECD 국가 평균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의료비 지출규모 OECD 평균 이하, 문제는 증가율
그러나 2000년부터 2009년까지 OECD 주요국의 국민의료비 증가율과 비교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같은 기간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는 슬로바키아로 GDP 대비 10.9%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9.1%로 OECD 국가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OECD 평균인 4.7%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머지않아 국가와 가계가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지난 2012년 발표한 ‘국민의료비 중장기 전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0년까지의 우리나라 국민의료비 증가 추세를 반영한 결과, 오는 2020년에는 국민의료비가 무려 242조 6,000억원으로 GDP 대비 11.5%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계했다.

연구보고서는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나라 국민의료비 수준은 추후 급격하게 증가해 국가와 가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각계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국민의료비의 추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주장이 국민의료비의 포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임금자 연구실장은 의약품비 지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자 연구실장은 “전체 국민의료비 지출 구조를 살펴볼 때 입원과 외래 등 진료에 들어가는 비용은 OECD 평균에 한참 못미친다.”며, “다만 의약품비 총지출비율은 OECD 평균에 거의 근접해 있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국민진료비 항목 중 어떤 것도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바닥을 긁고 있는데 의약품비만 높다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지금 당장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의약품비라는 점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의약품 지출비 OECD 평균 대비 95.8%, 지출구조 개선 시급
실제로 2010년 기준 OECD 평균과 국내 보건의료비 개별 항목 지출을 비교해 보면, 입원 진료비는 241억 8,300만달러로, OECD 평균 373억 3,200만달러의 64.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 진료비는 더욱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 국내 외래 진료비는 307억 7,900만달러로, OECD 평균 656억 1,300만달러의 46.9%에 불과하다.

입원과 외래 진료비를 합한 1인당 총 진료비 역시 1,112달러로, OECD 평균 1,860달러의 59.8%에 불과하다.

반면, 의약품 총 지출비는 OECD 평균에 육박하고 있다.

2010년 국내 의약품 총 지출비는 217억 3,100만달러로, OECD 평균 226억 9,400만달러의 95.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임 실장은 의약품비 지출규모가 큰 것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비용의 증가만 놓고 봤을 때 의약분업 이전보다 약제비의 지출이 높아졌다.”며, “이런 측면에서의 의약분업은 실패한 정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의약분업이 파기돼 환자에게 조제를 선택할 권리가 생긴다면 의료비 지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장의 근거는 약국 행위료에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10년 건강보험 원외 외래약제비 지출 및 환자부담 규모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0년 약국에서 지출된 원외 약제비는 12조 6,000억원으로, 이 중 2조 9,000억원이 약국 행위료였다.

전체 원외 약제비의 4분의 1인 3조원에 가까운 금액이 ▲약국관리료 ▲기본조제기술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의약품관리료 등의 약국 행위료로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임 실장은 “의약분업이 파기돼 환자들이 의사에게 조제를 할 수 있게 된다면 5개 항목의 약국 행위료가 대폭 절감될 것이다.”며, “지금의 구조가 환자에게 어떤 면에서 이점이 있는가. 정말 필요없는 구조다.”고 지적했다.


▽요양병원 급증도 의료비 증가에 한 몫, 정부 탁상행정 증거
정부의 무리한 의료시장 개입이 의료비 증가율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요양병원 급증이다.

요양병원은 일반 의료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화된 인력 기준이 적용된다.

종합병원 및 병원의 경우 연평균 1일 입원 환자 20명당 의사는 1명 이상, 간호사는 입원 환자 6명당 1명씩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요양병원의 경우 의사는 한의사를 포함해 입원환자 40명당 1명, 간호사 정원의 3분의 2 범위 내에서 간호조무사를 둘 수 있다.

일명 ‘수발보험’이라고 불리는 노인장기요양보험도 요양병원 급증에 한몫을 했다.

2008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사회적 연대원리에 의해 제공하는 사회보험 제도지만, 요양병원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28개였던 요양병원은 2005년 203개, 2008년 609개, 지난해 1,068개로 급증했다.

요양병원의 급증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최근 6년간 요양병원 입원환자 건강보험 진료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요양병원 입원진료비는 1조 6,262억원으로, 2005년 1,251억 원에 비해 무려 13배 가까이 증가했다.

1인당 입원일수도 2005년 121일에서 153일로, 진료비 역시 408만원에서 941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늘어난 숫자만큼 부당청구도 덩달아 급증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통합당 이목희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진료비 부당 청구로 인한 환수금은 지난 2009년 43억원에서 2011년 420억 원으로 무려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부당 청구한 진료건수도 6만 1,542건에서 17만 378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10억원 이상 부당청구한 요양병원도 9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이 의료시장의 수요를 무너뜨렸고, 국민의료비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높다.

임금자 실장은 “처음부터 의료시장에 맡겼으면 요양병원의 수요는 자연스럽게 조절이 됐을 것이다.”며, “정부가 무리하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인위적으로 간섭함에 따라 요양병원 수가 엄청나게 급증하게 됐다.”고 비난했다.

임 실장은 “정부의 탁상행정으로 인한 비효율적 비용 지급이 의외로 많다.”며, “전문병원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정받은 병원들이 많은 환자를 유치하고 이익을 창출하려다 보면 의료비는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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