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9일부터 28일까지 10일 동안 진행된 서울 25개 구의사회 정기총회가 모두 끝났다. 올해도 예년처럼 지역의사회에 대한 관심은 저조했다. 또, 의사회 대부분이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산을 확정했다. 몇몇 구의사회는 오히려 살림살이를 줄였다. 정기총회 현장에서 확인한 구의사회별 참가회원수, 예산 규모, 상급단체 건의사항을 통해 지역의사회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①위임장에게 점령당한 정기총회
②지금 지역의사회는 다이어트중
③반복되는 건의사항 언제까지

구의사회의 예산은 올해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예산을 아껴 올해 예산으로 이월한 일부 구의사회를 제외하고는 소폭 증액하거나 감액하는데 그쳤다.

이는 입회비와 회비를 인상하는 등의 회칙 변경을 심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나마 예산 규모를 줄인 곳보다 늘린 곳이 많다는데 위안을 삼아야 하는 걸까.

올해 가장 많은 살림살이를 꾸린 구는 모두의 예상대로 1억 8,505만원을 확정한 강남구의사회였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1억 9,060만원보다 505만원을 줄인 예산이다.

두번째로 많은 예산을 꾸린 서초구의사회는 지난해 9,948만원보다 무려 2,591만원 증액한 1억 2,539만원을 올해 예산으로 확정했다.

그 뒤를 이어 강서구(1억 2,378만원), 은평구(1억 1,766만원), 관악구(1억 1,718만원)가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을 꾸렸다.

반면 성동구의사회는 4,782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25개 구의사회 중 가장 적은 살림을 꾸렸다.

용산구의사회도 살림규모가 적기는 마찬가지이다. 용산구는 올해 5,148만원의 예산을 확정했다. 특히 성동구가 지난해보다 124만원(2.66%)을 증액한 데 비해, 용산구는 지난해보다 542만원(9.52%)를 감액했기 때문에 2014년도 예산 편성 때 역전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외에도 중구(5,457만원), 금천구(5,568만원), 도봉구(6,246만원) 등이 예산규모가 적은 하위 5위권을 형성했다.

25개 구의사회의 예산 총액은 22억 4,437만원이며, 구의사회 당 평균 예산은 8,977만원이다. 25개 구의사회 중 무려 14개 구가 평균에 미달하는 예산을 편성했다.

25개 구의사회의 예산 총액은 전년도보다 8,164만원이 늘어났다. 이는 구의사회 한 곳 당 평균 326만원이 증가한 수치이다. 지난해보다 예산을 늘린 구의사회는 17곳이었고, 줄인 구의사회는 8곳이었다.

예산을 가장 큰 폭으로 늘린 구의사회는 마포구의사회였다. 마포구의사회는 전년도보다 2,912만원을 늘렸다.

마포구의사회가 1억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하지만 새해 예산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의 경우 이월금이 1,729만 9,619원이었으나, 올해는 무려 5,000만 6,799원이 이월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써야될 예산을 아낀 것이지 새로 창출된 금액은 아니라는 것이다.

▲2013년 서울 25개 구의사회 예산 현황(헬스포커스뉴스 정리)
▲2013년 서울 25개 구의사회 예산 현황(헬스포커스뉴스 정리)

그렇다면 3년 전과 비교해 보면 구의사회 예산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25개 구의사회의 2010년도 예산 총액은 21억 6,273만원이었다. 올해 예산 총액 22억 4,437만원과 비교해보면 지난 3년 동안 구의사회 살림이 8,164만원(3,77%)이 증가했다.

이를 일년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해 평균 2,721만원이 증가한 것이고, 이를 25개 구의사회로 나눠보면 구의사회 한 곳 당 일년 동안 예산이 108만원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제자리걸음을 계속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예산 규모 별로 상위 5개구와 하위 5개구를 비교해보자.

상위 5개구는 2010년의 경우 강남구, 성북구, 관악구, 송파구, 강서구였고, 2013년의 경우 강남구, 서초구, 강서구, 은평구, 관악구였다.

올해 2위와 4위를 기록한 서초구와 은평구가 2010년에는 6위와 7위로 5위권 언저리에 포진한 것을 감안하면 별다른 순위변동은 없는 셈이다.

하위 5개구는 2010년의 경우 종로구, 용산구, 도봉구, 성동구, 중구였고, 2013년의 경우 도봉구, 금천구, 중구, 용산구, 성동구였다.

3년 전 하위 5위권이었다가 올해 이를 벗어난 종로구의 예산 순위가 하위 6위인 전체 20위인 점을 고려하면 예산 규모가 의사회별로 고착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도와 2013년도 서울 25개 구의사회 예산 비교(헬스포커스뉴스 정리)
▲2010년도와 2013년도 서울 25개 구의사회 예산 비교(헬스포커스뉴스 정리)

의사회 살림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고정지출을 제외한 예산은 어떻게 줄일 지 다어어트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부 구는 이월금을 남겨 살림을 불려가고 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반대로 몇몇 구는 이월금이 갈수록 줄어 구의사회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의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두가지이다.

첫째는 회비와 입회비를 올리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회원들의 반발과 미가입 회원의 가입 권유에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에 인상이 쉽지 않다. 다행히 회원수가 자연 증가하는 경우에는 일부 수입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개원시장은 경쟁으로 인해 더 열악해지는 반작용이 상존한다.

둘째는 연수교육 등을 통해 교육비 수입을 늘리고, 연수책자에 제약회사의 광고를 싣거나 연수교육장에 부스를 유치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각종 학회와 각과의사회, 서울시의사회 등에서 경쟁적으로 연수교육을 개최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 확대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특히 현재 구의사회 예산에 연수교육으로 인한 수익이 이미 반영돼 있다.

결국 대안은 현재 지역 내에서 개원중인 미가입 회원을 적극 유치하는 길뿐이다. 일부 의사회는 이를 인식하고 입회비 유예나, 할인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또 일부 의사회는 회장 중심으로 구내 미가입 회원을 찾아 유치에 나선다고 한다.

일년 후 내년 정기총회에서 구의사회 예산 규모를 늘리는데 성공하는 구의사회는 어떤 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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