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9일부터 28일까지 10일 동안 진행된 서울 25개 구의사회 정기총회가 모두 끝났다. 올해도 예년처럼 지역의사회에 대한 관심은 저조했다. 또, 의사회 대부분이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산을 확정했다. 몇몇 구의사회는 오히려 살림살이를 줄였다. 정기총회 현장에서 확인한 구의사회별 참가회원수, 예산 규모, 상급단체 건의사항을 통해 지역의사회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①위임장에게 점령당한 정기총회
②지금 지역의사회는 다이어트중
③반복되는 건의사항 언제까지

구의사회장들은 구의사회 활성화를 입에 달고 산다. 하지만 구의사회는 그들의 주장과는 반대방향으로 나아간다. 이제 사람도 없고, 예산도 없다.

이러한 현실은 올해 정기총회 현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정기총회는 직전 회기 살림을 제대로 꾸렸는지 확인하고, 올해 진행할 사업 내용과 예산 규모를 승인한다. 상위 단체에 건의할 사안을 확정하고, 회칙 변경(안) 등이 이사회를 통해 상정될 경우 이를 심의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기총회 참석자가 줄어 정기총회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정기총회에 참석하는 회원 수보다 제출되는 위임장의 수가 많은 상황이다. 위임장들이 정기총회를 하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도대체 구의사회 별로 정기총회에 참석하는 회원이 몇 명이길래 이런 말까지 나올까.

우선 올해 25개 구의사회 별로 정기총회의 회원 참석률을 확인해 봤다.

확인 결과, 25개 구의사회 중 단 한 곳도 회원 참석률이 50%를 넘는 곳이 없었다. 가장 높은 참석율을 보인 금천구의 경우 회원 119명 중 57명이 참석해 47.90%의 참석률을 기록했다.

이어 마포구가 회원 230명 중 99명이 참석해 43.04%의 참석률을 기록했고, 구로구가 207명 중 86명이 참석해 41.54%의 참석률을 기록했다.

영등포구(241명 중 62명 참석ㆍ25.73%)와 도봉구(146명 중 33명 참석ㆍ22.60%)도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반면 강남구는 회원 931명 중 25명이 참석해 2.68%의 참석율을 보였다. 100명 중 2명 꼴로 참석했다는 이야기다.

송파구도 회원 320명 중 19명이 참석해 5.94%의 낮은 참석율을 보였고, 강동구도 회원 260명 중 24명이 참석해 9.23%의 참석율을 보이는데 그쳤다.

반대로 위임률은 참석률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참석률이 가장 낮았던 강남구의 경우 753명이 위임장을 제출해 위임률이 80%(80.88%)에 달했다.

관악구와 동대문구도 각각 69.74%와 58.96%로 높은 위임률을 기록했다.

위임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금천구였다. 금천구는 참석률이 가장 높았던 구인 만큼 위임률은 11.76%에 불과했다. 이어 구로구(22.22%), 노원구(35.44%) 순으로 낮았다.

구의사회의 문제는 참석률에 비해 위임률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25개구 평균 참석률은 16.71%에 불과한 데 반해 위임률은 50.61%였다.

참석률과 위임률의 차이가 무려 3배를 넘는 수치를 보인 것이다.

▲서울 25개 구의사회 정기총회 참석 현황(헬스포커스뉴스 정리)
▲서울 25개 구의사회 정기총회 참석 현황(헬스포커스뉴스 정리)

정기총회는 재적 회원수의 과반수 이상이 참여해야 성립된다. 올해 위임장 없이는 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구의사회는 없었다.

반면 참석률이 한자리수인 구의사회는 세 곳이나 됐다. 구의사회의 가장 큰 행사이자 축제의 날인 정기총회가 회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와 비교해 보면 참석률과 위임률은 어떤 변화를 보였을까.

통상적으로 구의사회장을 뽑는 선거가 있는 해는 투표를 위해 참석자가 급증한다. 따라서 선거가 있었던 2012년을 건너 뛰어 2년 전인 2011년과 비교해 봤다.

지난 2011년 25개 구의사회 정기총회 평균 참석률은 18.65%였다. 올해 16.71%이니 약 2%가 줄은 셈이다.

▲서울 25개 구의사회 2011년과 2013년 정기총회 참석률 비교(헬스포커스뉴스 정리)
▲서울 25개 구의사회 2011년과 2013년 정기총회 참석률 비교(헬스포커스뉴스 정리)

반면 정기총회 위임률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놀라운 수치 변화를 보였다. 지난 2011년 25개구 평균 위임률은 42.46%였던데 비해 올해 위임률은 50.61%를 기록했다.

이는 8%가 넘게 상승한 수치이다. 무엇보다 전체 회원의 과반수 이상이 정기총회에 참석하는 대신 위임장을 보냈다는 게 충격이다.

게다가 강동구의사회의 경우 참석자와 위임장을 보낸 회원을 더해도 정족수에 미달인 상태로 정기총회를 치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강동구의사회는 구두 위임을 한 회원 9명을 더하면 정족수를 채웠다고 주장하지만 구의사회 회칙에는 구두 위임에 대한 조항이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학예회 수준이 아닌 바에야 구두 위임이 가능한 조직이 일을 리 만무하다.

강동구의사회는 관례라고 해명했지만 타 구의사회 사무국에 문의한 결과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구의사회가 회원들의 외면을 받아 정기총회 참석자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줄어든다면 머지않아 총회 성립 자체도 위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사람도 없고, 예산도 없지만 구의사회 활성화는 시급한 과제이다. 특히 구의사회장과 임원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

해법은 없다. 지금보다 더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고, 젊은 회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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