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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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과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약국 내 약사의 금연상담이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릴 경우 금연상담을 사업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은 지난해 7월 서울시가 발표한 공공의료 마스터플랜 ‘건강서울 36.5’에 포함된 사업으로, 약국에서 약력관리, 금연상담, 절주 상담, 자살 예방활동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이 발표되자 서울시의사회는 의료인이 아닌 약사에게 불법 의료 행위를 조장하려는 계획이라며 반대 성명을 발표했지만, ‘건강서울 36.5’에 포함된 내용 중 가장 쟁점이 됐던 ‘중ㆍ소형 보건소 75개 신규 확충 사업’에 밀려 이슈화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중구약사회와 용산구약사회 연수교육에서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계획이 발표된 후 서울 25개 구의사회 회의를 통해 지난 1월 23일 서울시의사회가 반대성명을 발표하면서 의료계에서 본격 공론화됐다.

당시 서울시의사회는 “건강증진협력약국 추진 계획은 의약분업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며, “보건의료계의 질서를 붕괴시키는 중대한 사안이다.”고 비난했다.

또 “약사는 일반약 판매와 처방약 조제를 해야 한다.”며, “전문적인 의료지식이 필요한 국민 건강관리를 약사에게 허용하려는 행위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대한의사협회 역시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가 의료기관이 아닌 건강증진협력약국을 선정해 금연상담 등의 건강상담 서비스를 추진하려 한다.”며,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의료질서를 문란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며, “약사는 의료인이 아니고 약국은 질병을 예방, 진단, 치료, 건강상담, 건강관리서비스 등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오는 4월까지 2개구 총 40개 약국을 선정, 1,300억원을 투입해 건강증진협력약국 시범사업을 강행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서울시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추진방향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 애초 계획했던 일정보다 시범사업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정지애 약무팀장은 “4월 시행은 처음 초안을 잡았을 때의 생각이다.”며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의료법 위반 유권해석 시 금연상담 제외 검토”
서울시가 가장 고심하고 있는 부분은 의료법 위반 여부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 1월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에 약사의 금연상담이 의료법 위반인지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정 팀장은 “금연상담의 법률적 검토가 지연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금연상담을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에 포함할지 여부를 조율 중이다.”고 설명했다.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가 의료계의 반발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밝혔다.

정 팀장은 “서울시의사회에서 가장 근간으로 문제 삼았던 것이 의료법 위반이라는 점이다.”며, “어느 선까지가 의료법 위반인지 복지부에 유권해석을 부탁한 상태지만 아직 답을 얻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복지부가 약사의 금연상담이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할 경우 금연상담을 사업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 팀장은 “의료법에 대해 최종 유권해석을 내릴 수 있는 기관이 복지부인 만큼, 복지부가 위법이라고 결정을 내린 것을 시가 끌고 갈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상담료 지급 등 구체적 예산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팀장은 “총괄적인 예산이 정해지긴 했지만, 구체안은 논의 중이라 상담료에 대해서는 얼마다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금연상담과는 달리 자살 예방 서비스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 팀장은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에 자살 예방 서비스는 포함돼야 한다.”며, “의료계에서 상담이라는 역할 때문에 의료법 위반이라고 하지만 엄격하게 상담의 개념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 팀장은 “자살 예방 서비스는 별도의 상담료도 없을 뿐 아니라 자살 위험자를 정신보건센터로 연계해주는 게이트키퍼의 역할을 뜻하는 것이다.”며, “의학적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임수흠 회장 “박원순 시장에게 문제점 지적했다”
한편, 지난 1월 30일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 건강증진협력약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임수흠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박 시장을 만나 건강증진협력약국 시범사업 시행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다. 금연상담은 의사가 90% 정도에 관여해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전달했다.”며, “앞으로 이런 사업을 할 때 초기부터 논의에 참여를 부탁한다면 협조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조만간 책임자들끼리 실무적인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서울시와 일정을 조정 중이다.”며, “앞으로도 건강증진협력약국 내 금연상담과 자살 예방 서비스를 반대하는 주장을 관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개원가도 건강증진협력약국 내 금연상담과 자살 예방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약국을 게이트키퍼로 보는 서울시의 시각 자체가 잘못 됐다.”며, “약사는 일반약을 팔고 전문약을 조제하는 직업일 뿐인데 이를 마치 1차의료 역할을 담당하는 양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서울시의 주장대로라면 소위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미용실이나 복덕방에서 금연상담이나 자살 예방 서비스를 해도 되는데 왜 굳이 약사를 시키는지 모르겠다.”며, “약사에게 그런 역할을 맡긴다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약을 판매하는 약사가 금연상담을 진행할 경우 이익을 취하기 위한 판매 상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윤 회장은 “일반인이 금연상담을 하는 것과 약사가 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며, “약사가 금연 보조제를 팔기 위해 상담을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상담료까지 준다는 것은 잘못 됐다.”고 비난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 역시 지난 4일 성명서를 통해 서울시에 건강증진협력약국 시범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전의총은 “아직도 많은 약국에서 임의조제를 통한 실질적 진료행위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울증의 조기발견과 의뢰라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게 되면 각종 수면유도제, 유사 신경안정제 등이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다량 판매될 위험성을 내포한다.”며, “약사들이 게이트키퍼 역할을 한다는 것은 곧 서울시가 유사진료행위를 허용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전의총은 “비의료인인 약사가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을 한다는 것은 서울시가 앞장서서 약사들의 불법을 조장해 약사들을 범법자로 내모는 것이며, 서울 시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할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다.”며, “서울시에 지금이라도 대오각성하여 시범사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금연상담을 진료의 개념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약사회 “금연상담은 진료행위 아냐.”
약사회 관계자는 “금연상담은 의료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금연을 하고자 하는 이들의 옆에서 이를 장려해주고 독려해주는 개념이기 때문에 진료행위에 준하지 않는다.”며,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영양사의 행위도 의료행위가 될 수 있다.”고 의료계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금연상담은 연속 선상에서 봐야 하는 문제다.”며, “보건소에서 금연클리닉 등을 통해 계약직 상담원이 행했던 부분을 약국에서 약사가 하게 된 것이다. 보건소에서 계약직 직원이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고 약사가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한다면 역차별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가 유권해석을 의뢰한 복지부는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판단을 못하고 있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1월 말쯤 유권해석을 의뢰받아 내부적으로 검토 과정에 있다.”며, “언제쯤 유권해석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약국 내 금연상담은 복지부가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리느냐에 따라 가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살 예방 서비스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에 포함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의료계와의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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