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보톡스나 필러 시술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의료계는 이전부터 치과의사들이 치과 치료 목적 이외의 보톡스나 필러를 시술하는 것은 엄연한 의료법 위반이라고 지적해왔다. 실제로도 이를 어긴 다수의 치과들에 대해 민원을 제기, 시정 조치를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치협이 치과의사들도 보톡스나 필러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보건당국은 의사들의 개별 민원에는 치과의사의 시술은 불법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명확한 공식 입장은 전하지 않아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치협 “치과의사도 보톡스ㆍ필러 시술 가능”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ㆍ회장 김세영)는 최근 KBS가 ‘치과의사의 치과 치료를 위한 보톡스 시술 외에는 모두가 다 불법’이라고 방송한 데 대해 지난 8일 “치과의사의 권익을 심각히 훼손하고 침해했다.”며,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앞서 KBS2 ‘굿모닝 대한민국’은 지난달 21일 ‘진화하는 보톡스, 필러 불법 시술’이라는 방송을 통해 “치과에서 치과치료를 위한 시술 외의 보톡스와 필러는 모두 불법이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치협은 지난 7일 KBS2에 공문을 보내 “해당 방송을 통해 합당한 분량의 정정방송을 20일까지 해달라.”고 요구했으며, 이번 정정보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법적인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치협은 치과의사들이 보톡스와 필러 시술을 할 수 있다는 근거로 교육과정 포함, 활발한 연구 진행, 판례 등을 제시했다.

먼저 치과에서의 보톡스ㆍ필러 시술은 구강악안면외과 교과서 및 악안면성형재건외과 교재 등을 통해 각 치과대학 및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교육되고 있으며, 국가 인증 시험인 구강외과 전문의 시험 문제로도 출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세계적으로도 치과의사의 진료분야로 널리 인정되면서 관련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치과의사들에 의한 보톡스ㆍ필러 시술이 면허 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례도 없고, 최근에도 관련 건에 대해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치협은 교근 및 교근 주변에 대한 보톡스 시술은 치과의사 고유의 치료영역이어서, 일부 메디컬 의사들이 교합을 무시한 채 환자들에게 시술하는 것 자체가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근 및 교근 주변의 보톡스 시술은 치과의사 고유의 치료영역이라는 주장이다.

치협 관계자는 “치과의사에 의한 정당한 보톡스와 필러 시술행위를 동네 미용실에서 시술되고 있는 것과 동일하게 취급하며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시술로 몰아간 것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의료계 “치과치료 목적 이외는 불법”
의료계는 치과에서 치료목적 이외의 미용 목적 보톡스나 필러 시술은 엄연히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치과의사의 보톡스나 필러 시술은 의료법상 치과 의료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된다는 것.

실제로 의료법 제27조제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사들은 치과의사들의 보톡스나 필러 시술이 엄연히 전문 면허로 규정된 의료행위 범위를 침해하는 행위로 보고, 다수의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국의 개원의들이 포털사이트에 ‘치과 필러’, ‘치과 보톡스’, ‘쁘띠치과’, ‘치과성형’이라고 검색한 후 치과 홈페이지 내용 등을 근거로 민원을 제기한 것.

이후 보건소와 복지부 등에서는 대체로 치과의사의 미용목적 보톡스나 필러 시술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오락가락’ 복지부 태도, 혼란만 가중
하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개원의들의 민원에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은 불법이라는 답변을 보내온 것과 달리, 명확한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치과계나 의료계의 문제 제기에 “의료법에 의사, 한의사 등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의료법의 목적, 구체적인 의료행위에 관련된 규정의 내용, 구체적인 의료행위의 목적 등을 감안해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할 것이라는 판례가 있다.”며,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

반면 지난 2009년 12월 17일에는 유권해석을 통해 치과의사의 치과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턱에 보톡스를 주사하는 행위 밑 코와 입술 등에 필러를 주사하는 행위, IPL 시술 등은 의료법 제2조제2항제2호에 규정된 치과 의료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의료법 제27조제1항에서 금지하는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2011년 11월에도 개원의의 민원 제기에 “의료법 제27조제1항에서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의사가 치아미백이나 치아교정 및 임플란트 시술 등 치과의료를 하거나, 치과의사가 치과 의료와 관련 없이 단순 미용목적으로 보톡스나 필러시술 등을 하는 경우 의료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판례는 곰보수술, 눈쌍꺼풀, 콧날세우기 등 미용성형수술은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가 아니므로 오직 일반의사에게만 허용된 의료법 제25조 소정의 의료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었으나(대법원 1972.3.28, 선고, 72도342, 판결),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1974.11.26, 선고, 74도1114, 판결)에서 이를 폐기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과거에는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유권해석하고 민원답변을 했지만, 논란이 가중되는 최근에는 오히려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직능간 갈등이 유발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원의의 관련 민원제기에 “우리 부서 소관이 아니며, 어느 부서 소관인지도 잘 모른다.”, “지금 법 조항이 애매해 모든 부서가 서로 안 맡으려고 하고 있다.”고 답한 적도 있어 직무유기 논란까지 제기된 바 있다.

▽권익위는 면허ㆍ업무정지 및 형사고발 조치
이런 상황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주무부처인 복지부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불법 판결을 이끌어내 화제가 됐다.

권익위는 지난해 2월 미용목적으로 사각턱에 보톡스를 주사하고, 광고를 게재한 치과 7곳에 대해 1~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와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고, 경찰에도 형사고발 조치했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2011년 11월 ‘치과의사의 보톡스(필러)의 불법 시술과 허위광고 의혹’ 사건을 공익신고로 접수 받아 관할 감독기관에 이첩해 나온 결과다.

권익위가 이첩한 공익신고는 ▲치과의사가 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으로 사각턱에 보톡스를 주사하고 ▲코와 입술, 이마 등에 필러를 주사해 주름을 펴고, 낮은 코를 성형해 준다는 광고를 홈페이지 등에 게재해 ‘의료법’을 위반한 내용이었다.

권익위는 “의료법에 따르면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규정돼 있어 홈페이지 등에 주름과 볼살 제거, 무턱교정, 입술윤곽 및 낮은 코 성형 등을 수술 없이 보톡스와 필러 등으로 간단히 시술해 준다는 광고를 게재한 것은 무자격자가 의료시술을 하는 행위다.”며, “이는 국민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공익침해 사안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011년 10월 개원의들이 같은 내용으로 민원을 제기했을 때 복지부는 ‘애매한 부분’이라며 확답을 주지 않았고, 권익위에 공익신고 해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결국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하루 빨리 치과의사의 보톡스ㆍ필러 시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직능간 갈등과 불필요한 논쟁을 종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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