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가 추진 중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보험정보원 설립과 관련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지만, 정작 금융위 측은 앞으로 설립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아 다소 김 빠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국회 정무위 민병두 의원과 보건복지위 이학영 의원(민주통합당)이 지난 29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보험정보원 설립,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를 중심으로 논란의 요지를 짚어봤다.


▽금융위, ‘꼼수’로 보험정보원 설립 추진?
최근 민병두 의원(민주통합당)은 금융위 내부문건을 공개하며, ‘민간 심평원’이자 ‘초대형 보험분야 빅 브라더’인 ‘보험정보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금융위 이 모 보험과장이 작성하고, 김석동 위원장에 직접 보고된 2012년 12월 26일자(제24차) 의안번호 ‘제93호’의 ‘보험정보 집중체계 개선 방향’에 따르면, 금융위가 ‘보험정보원’ 설립을 위해, 금융위 의결을 통한 보험협회 정보권한 축소→국회 반대를 회피하기 위해 ‘보험업(법) 감독규정 개정’을 먼저 하고→보험업법 개정(국회) 상정의 순서를 통한 ‘꼼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내부문건에서 보험정보원 설립과 관련, “중장기적인 보험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보험정보 집중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이라며, “보험업법 개정 필요”라고 서술했다.

민 의원은 “보험정보원 설립에 대해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물론이고, 사무금융노조와 금융소비자원 등의 노조 및 시민단체들까지도 ‘보험판 빅 브라더’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보험정보원이 설립된다면 ‘민간 심평원’의 기능을 할 것이며, 급여정보와 비급여 정보는 물론이고, 생보-손보 협회와 심평원의 정보를 동시에 축적하는 ‘초대형 보험 분야 빅브라더’가 탄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민간조직이 관리주체가 되는 점도 더욱 문제라고 꼬집었다. 금융위가 내부문건에서 “보험정보원은 민간조직인 ‘보험개발원’을 확대 개편하게 될 예정이다.”고 서술했기 때문이다.

▽“보험정보원 설립, 의료민영화 단초”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민병두 의원실 최병천 정책보좌관은 현재 금융위의 보험정보원 설립구상과 심평원에 심사를 위탁하는 ‘심사위탁 대행기관’을 설립하는 것을 비판했다.

보험정보원이 설립돼 심평원에 심사위탁 대행기관 역할을 하게 될 경우 ▲급여-비급여 ▲공보험-민영보험 ▲진료정보-심사정보가 통합되는 ‘초대형 보험 빅브라더’가 출연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

특히 최 보좌관은 이러한 내용은 지난 2005년 작성된 ‘삼성생명 의료민영화 전략보고서’ 내용과 동일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삼성생명은 보고서를 통해 “공보험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를 폐지하고 자유계약제도로 전환될 것”이라며 민영의료보험의 발전방향을 내다봤으며, 보험회사 중심의 의료네트워크 구축 및 기초자료 수집으로 고객에게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보좌관은 “금융위의 보험정보원 설립이 선한 의도일지라도, 이같은 맥락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많다.”면서, “보험회사 중심의 의료 네트워크 구축은 보험회사와 병원이 갑을 관계처럼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점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금융위가 보험정보원 설립 명분으로 밝히고 있는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 억제 ▲과잉진료와 허위청구 ▲실손보험 비례보상과 중복가입 필터링 문제 ▲신용정보법에 따른 법적 리스크 문제 ▲기간관 중복투자 등은 모두 보험정보원 설립의 ‘논거’로 삼기에는 매우 취약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험정보원을 설립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험정보-신용정보의 문제 최소한의 법 개정 ▲급여내 법정본인부담금은 실손보험 대상에서 제외 ▲비급여 심사 ‘건별로’ 심평원 위탁 ▲비급여의 급여화 ▲실손보험 가입시 연령차별 금지 및 처벌조항을 신설 등의 대안을 제안했다.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난색’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보험정보원 설립에 난색을 표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보험정보를 법률에 따라 민간자율에 맡기고 있다.”며, 금융위가 내세우는 명분인 ‘정보 수집의 법적 리스크 문제’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법이 변경된 것이 지난 2011년 9월인데, 그 동안은 관심 없다가 갑자기 법적 리스크를 거론하고 있을뿐더러, 방법론 역시 ‘보완’ 수준이 아니라 보험정보원 설립이라는 점에서 더욱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

사회보험노조 강창구 정책위 의장도 “잊을만하면 기관 이름만 바꿔 이런 제안이 나오는 것 같다.”며, “보험정보원은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 정책이자, 민간 의료보험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이다.”고 못박았다.

가입자들의 정보를 축적해 건강한 사람만 골라 가입시키기 위한 정책이며, 국민이 아닌 대자본과, 금융, 재벌을 위한 활성화라는 비판이다.

강 의장은 특히 보험정보원 설립의도 핵심은 공사보험간 진료정보와 심사정보 제공인데, 공단이 갖고 있는 방대한 개인정보는 누구에게도 넘겨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단에 집적된 가입자의 개인정보, 질병정보, 소득재산 등은 국민에게 건강보험 서비스를 해주기 위해 부산물로 자연스레 획득된 정보로, 어느 특정 이익을 위해 제공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민간 의료보험이 활성화되면 건보 보장성 강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공보험 기능 축소로 의료민영화의 단계를 밟게 될 것이라며, 민간 의료보험에 대한 적절한 관리통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장은 이를 위해 복지부 산하 민간의료보험 감독위원회를 설치해 사업내용 보고공시와 허가 취소, 비교공시, 신의료기술 결정고시, 표준보험료, 하한 보험료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욱 변호사(단국대 의대 교수)는 “환자의 소중한 진료기록이 가입자 동의 없이 왔다갔다 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김종명 의료팀장(의사)은 “‘실손의료보험의 탄생 자체가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보충형 보험’이었기 때문에 의료 이용 증가와 비급여 확대 기능은 필연적인 것이었다.”며, “금융위는 엉뚱하게도 실손의료보험료 폭등의 책임을 비급여 문제로 전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또, 금융위의 보험정보원 구상은 ‘민간 심평원’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며, 비급여에 대한 통제를 실손의료보험을 다루는 민간기관이 다루게 된다면 의료민영화로 나아가게 될 소지가 많다고 꼬집었다.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부회장 역시 “진료정보는 의료법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개인 신용정보보다 더욱 중요한 사항이다.”며, “민간 보험사업자가 국민의 질병과 건강에 대한 개인정보를 상호 공유하게 되면 대기업 보험회사들의 이익창출 목적에 활용돼 결국 국민의 피해로 귀결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박 부회장은 또, 의료기관의 허위과다 청구를 명분으로 진료정보를 공유한다는 것 역시 의료기관 진료비 삭감을 통해 보험회사의 수익을 증대하겠다는 발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금융위 “어떤 형태로도 별도기구 설립 안해”
이처럼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보험정보원 설립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자 금융위원회 측은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은 있지만, 별도의 기구는 설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금융위 이병래 금융서비스 국장은 “금융위의 현재 입장은 앞으로 어떤 형태든 ‘보험정보원’이라는 별도의 기구를 설립할 계획은 없다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국장은 “그렇다면 보험정보 집중관리체계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일정으로 나아갈 것인지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된 바 없다. 앞으로 이해관계자들간의 충분한 의견 교환과 공론화 과정 등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전했다.

그는 또, 보험정보 통합관리방안과 현행 분산관리체계 개선방안 중 경제적 효율성 측면 등에서 통합관리방안에 중점을 두고 실무적으로 검토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민 의원실이 공개한 내부문건은 금융위 결정사항이 아닌, 비공식 논의자료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이 국장은 “금융위의 여러 시도가 의료민영화를 위한 작업이라거나, 공보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금융위는 실손형 의료보험 등 민영 의료보험은 철저히 국민건강보험의 보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국민들의 의료정보가 민간회사에 제공돼 당연지정제가 무력화되고 현행 건보체계가 무너질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보건복지부 등과 긴밀히 협력해 공보험 체계가 더욱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실손형 의료보험 제도를 개선하거나 정책방향을 결정할 때도 금융위 독단이 아니라, 보건의료 담당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결정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300여석의 헌정기념관을 꽉 채울 정도로 많은 방청객들이 자리 했으며,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토론회장 뒤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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