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발표하자 간호볍회와 의사협회가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간호협회는 법적보호의 기초가 마련된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힌 반면, 의사협회는 불법 무면허 진료를 조장한다며 반발했다.

먼저, 간호협회는 “간호사 업무에 관한 법적 보호의 기초가 마련된 것이다.”라고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명확한 간호사 업무 범위와 법적 보호를 위한 간호법안이 제정돼야 한다.”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간호협회 탁영란 회장은 8일 전국 수련의료기관에서 1000여 명이 넘는 현장 간호사가 참석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 설명회’를 통해 “협회 애로사항 신고센터를 통해 지금 현장 간호사들이 얼마나 힘에 버거운지 잘 안다”며 “국민을 볼모로 현장을 떠난 의사들의 공백까지 메꾸느라 제대로 된 교육도 못 받고 지시받은 의사업무를 매일 해야 하는 두려움 등으로 무척 힘들다는 것에 통감하고 있고 이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노력해 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의료기관은 전문간호사, 가칭 전담간호사(PA) 뿐만 아니라 일반간호사에게도 의사업무를 관행적으로 지시하고 수행토록 해왔다.”라면서 “하지만 이번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 마련으로 간호사의 자격, 교육, 숙련도에 따른 수행가능 업무기준이 제시됐고 이는 간호사 업무의 법 보호체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탁 회장은 또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드시 정부의 의료개혁이 성공하길 바라고, 항시적인 간호사 업무 범위의 법적 보호 및 권리보장 체계 구축을 위해 간호법안 제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간협은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발표한 이후 보건의료 ‘심각’단계에서 현장의 의료공백 대응을 위해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 보호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판단하고 ‘간호사의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관련 긴급 TF’를 구성해 간호계의 현장 의견을 수렴해 왔다.

간협은 또 ‘간호사의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관련 긴급 TF’를 통해 간호사 업무범위의 명확화 및 법ᆞ제도적 보호 체계 마련을 위한 최선 안에 대해 심층 논의해 왔다.

정부도 간호 현장의 목소리에 적극 귀를 기울이고 협력해 지난 6일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마련해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와 간협은 이와 함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 설명회’를 8일 개최하고 참여한 1000여 명이 넘는 현장 간호사에게 탁영란 회장의 격려와 응원, 그리고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 임강섭 과장의 시범사업 보완 지침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이번 보완 지침에는 ▲간호사 위임 불가능 업무 및 간호사의 진료지원 업무범위 가이드라인 제시 ▲간호사의 숙련도, 자격(전문간호사, 가칭 전담간호사, 일반간호사) 등을 구분해 업무범위 설정 및 의료기관의 교육ᆞ훈련 의무 명시 ▲복지부 내 ‘간호사 업무범위 검토위원회’ 구성 및 운영 통해 현장 질의 대응 및 (위임 업무범위) 승인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반면, 의사협회는 “이번 지침에는 골수 천자, 뇌척수액 및 조직 검체 채취 등 인체 침습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라며,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의 협의 도출이 없었음에도 마치 협의 후 시행하는 것처럼 발표했다. 이번 시범사업 항목은 국민 건강과 안전에 위협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이번 시범사업은 의료인 간의 업무범위를 구분하고 있는 의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불법 무면허의료행위를 종용하는 것이며, 또한 해당 정책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의료인에게 전가시키는 파렴치한 조치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보완지침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보완지침이 ‘간호 인력으로 하여금 불법 무면허 진료 조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복지부 업무지침 중 ‘진료기록 초안, 감사 및 판독 의뢰 초안, 협진 초안, 진단서 초안 작성 등’의 업무는 당연히 의사의 업무이고, 아직까지 이와 반대되는 판례가 없다.”라며, “비록 시범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간호인력의 업무범위로 하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라고 강조했다.

시범사업 참여 여부는 전적으로 의료기관의 자율적 영역이라는 점도 짚었다.

의협은 “복지부가 간호사의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의 근거로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보건의료 시범사업)을 들고 있으나, 시범사업의 특성상 사업참여 여부는 전적으로 의료기관의 결정에 맡겨져 있는 자율적 영역에 해당하므로 정부는 이를 강요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사고 발생 시 최종 법적 책임을 의료기관장에게 전가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시범사업의 취지상, 정부의 시범사업을 신뢰해 참여하는 의료기관에게 법적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불가하다.”라며, “지침은 최종 법적책임을 의료기관장에게 귀속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으나, 침습적인 의료행위의 특성을 무시하고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발생된 모든 사고에 대해 의료기관장에게 행정처분 및 민사상 배상책임과 아울러 행위자인 진료보조인력(간호사)과 함께 의료기관장에게 형사상 양벌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가혹하고 책임범위가 모호하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간호사 자격 구분을 무시한 의료법령 위배라는 주장도 폈다.

의협은 “의료법 제78조 및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전문간호사는 13개의 분야(보건, 마취, 정신, 가정, 감염관리, 산업, 응급, 노인, 중환자, 호스피스, 종양, 임상, 아동)로 나뉘고, 자격을 인정받은 해당 분야에서 ‘간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라며, “간호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것일 뿐 의료행위를 독자적으로 할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간호사라 하더라도 각 분야마다 교육 및 영역에 맞는 전문성이 다르며, 관계 법령에 따른 분야별 업무범위 내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전문간호사의 자격구분을 불문하고 일괄적으로 전문간호사로 하여금 시범사업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령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또, 복지부가 혈액검사, 검체채취, 심전도, 초음파 등 관련 업무를 간호직역의 업무로 허용한 것은 이들 업무를 면허범위로 하고 있는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등 보건의료 직역과도 업무중복을 초래해 향후 시범사업으로 인한 혼란은 더 가중될 것이라는 점도 꼬집었다.

이는 올바른 보건의료질서를 유지하고, 업무범위 관련 각 보건의료직역간 분쟁을 방지,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스스로 분쟁을 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의협은 “정부가 준비되지 않은 이와 같은 지침으로 의료계에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시업사업 보완 지침을 전격 철회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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