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 포괄수가제와 관련된 공방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부 직원들의 인식 수준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공단 보험급여실 관계자는 최근 한 의료전문지에 기고문을 통해 “포괄수가제가 의료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정책당국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주요 쟁점에 관한 이해당사자간 논의방식이 건전한 상식을 벗어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특정 집단에 속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은 정책담당자나 포괄수가제를 옹호하는 전문가들에게 이메일, 인터넷 공간 등을 이용해 인격적 모욕을 하고 협박을 일삼는 등 매우 위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 집단이 의사들을 지칭하고 있음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즉, 이 관계자는 정책담당자나 포괄수가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의사들로부터 일방적으로 모욕과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특히, 이 관계자는 공단 내 포괄수가제 관련 업무의 실무자이다. 즉, 자신도 선량한 피해자에 속한다는 입장이다.

잘못된 주장이다. 자신은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는 행태에 동참한 전례가 없는지 되묻고 싶다. 시간을 보름 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이 관계자는 다음 아고라에 익명으로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물론, 이런 행위 자체를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실무자로서 제도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관계자는 맹장수술의 행위별수가와 포괄수가를 비교한 뒤, “이렇게 받는데도 불구하고 거즈를 한 장 더 썼느니 덜 썼느니 어쩌고...참 한심합니다. 의사들이 왜 장사꾼 얘기를 듣는지 알겠습니다. 잘 생각해 봅시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여기서 더 나아가, 포괄수가제와 관련된 여러 게시물에 이 글을 복사해 댓글을 달았다. 공단에서 포괄수가제 반대측에 문제삼고 있는 여론호도, 여론조작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다.

특히, 의사들을 장사꾼으로 매도한 표현은 본인이 기고문을 통해 지적한 “인격적 모욕을 하고 협박을 일삼는 등 매우 위험한 행태”와 어떻게 다른 것인지 되묻고 싶다.

스스로의 부조리함을 인식조차 못 하고 있는 일부 공단 직원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논리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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