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는데 반대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나춘균 위원장..

병원협회가 포괄수가제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겠다며 개최한 긴급기자회견에서 나춘균 병원협회 보험위원장에게서 홍길동이 오버랩됐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날 나춘균 위원장은 기자회견 서두에 포괄수가제 의무 적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포괄수가제 당연 적용 안건을 참석위원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찬성했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이어진 나춘균 위원장의 설명이 흥미롭다.

나 위원장은 우린 찬성하지 않았고, 표결을 하거나 거수를 하지도 않았다고 말하면서 다만 참석한 모든 위원의 의견이 대세였기 때문에.. 라며 말끝을 흐렸다.

또, 의사협회가 병원협회도 포괄수가제 의무적용에 찬성했다고 비난한데 대해서도 성명서를 내거나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는 복지부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경영상 이익을 위해 포괄수가제에 찬성했다고 비난하는 의사협회에도 반박할 계획이 없다는 병원협회.

기자회견장에서 이런 태도로 일관하는 병원협회을 보면서 ‘포괄수가제를 반대한다’는 이들의 주장을 과연 누가 믿어줄까?

게다가 나 위원장은 병원협회가 어정쩡한 입장을 취한 이유를 개원의사들에게 돌렸다.

개원의사 85%가 포괄수가제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해가 될까봐 찬반을 밝히기 어렵다고 발언한 것이다.

포괄수가제에 대한 병원협회의 입장을 밝히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해 놓고 개원의사들을 배려해서 반대하지 않았다니 이게 웬 엉뚱한 주장인가.

병원급 의료기관의 포괄수가제 참여율은 약 40%에 불과하다. 병원 열 곳 중 여섯 곳은 포괄수가제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병원협회는 병원들의 이런 낮은 참여율부터 설명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서는 발언하지 않았다. 병원협회라면 개인의원의 참여율 보다 병원의 참여율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닐까.

병원협회는 하루빨리 포괄수가제 의무 적용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개원의사를 위해 찬반을 밝힐 수 없다는 나 위원장의 발언에 개원의사들이 분노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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