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최근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 1인 시위에 이르기까지 제약협회를 향한 노환규 전국의사총연합 대표의 공세가 거세다. 노 대표는 의사들과 제약업계는 의료산업의 중심축으로 서로간에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상생의 길을 가야 하며 의사들도 대한민국 국민인만큼 가급적이면 국내제약사를 지원하려는 심정적 바탕이 있다고 말해 왔다. 그런 그가 줄기차게 국내 제약사를 대표하는 제약협회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제약업계가 의사들을 범죄자로 지목하고 리베이트를 받는 의사들을 처벌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함으로써 리베이트쌍벌제가 탄생하는데 기여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약협회가 이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해야 만이 의사들이 제약업계와 협력할 수 있다는 게 노 대표의 주장이다. 그를 만나 봤다.

장영식 기자: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 1인 시위를 하셨는데요, 제약협회의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노환규 대표: 2년 전 제약업계는 의사들을 범죄자로 지목하고 리베이트를 받는 의사들을 처벌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어요. 저가구매인센티브를 막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나중에 해명했지만, 그런 요구는 의사들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결과적으로 리베이트쌍벌제가 탄생하는 데 기여를 한 셈입니다.

장영식 기자: 제약협회 관계자는 사과는커녕 쌍벌제를 건의한 적 조차 없다고 주장하던데요.

노환규 대표: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제약협회는 직간접적으로 쌍벌제를 세차례 건의했어요. 2009년 3월 31일 200여명의 제약회사 대표자들이 모인 ‘제약산업 발전 대국민 결의대회’에서 문경태 제약협회 부회장이 ‘리베이트 수수자의 쌍벌제 도입’을 복지부에 건의했고, 이후 2009년 10월 ‘제약협회 창립 64주년 행사’에서 어준선 협회장은 “국회에서 쌍벌제가 거론된 바 있다. 제약기업이 살기 위해서는 리베이트를 하지 말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발언했죠. 또, 2009년 11월에는 제약협회 회원사 명의의 대통령 탄원서에서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리베이트 공여자와 수수자에 대한 쌍벌제도의 시행이 절실하다.”고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어준선 회장의 기념사 내용은 건의라고 보기 애매한데요? 어쨌든 제약협회가 복지부와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건의한 건 분명하군요. 그런데 왜 협회 관계자들은 부인할까요?

노환규 대표: 회장이 교체됐다고 해서 실무자들도 바뀐 건 아니죠. 모를 리가 없습니다. 만일 정말로 몰랐다면 제약회사 회장의 자격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제약회관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날 만난 몇몇 기자들은 제약협회가 정부에 리베이트쌍벌제를 건의한 사실을 모르고 있더군요. 제약협회 관계자들이 강력하게 부인한다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죠. 제약협회는 아마도 이런 효과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부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진실은 숨길 수가 없죠.

장영식 기자: 제약협회에 주문한 사과 요구 시한이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그동안 제약협회 관계자 등의 발언을 보면 사과할 마음이 없는 것 같아요.

노환규 대표: 오늘 저녁까지 아직 하루 남았잖아요? 사과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끝까지 기다려 봐야죠.

장영식 기자: 기자들과 인터뷰 중 전의총의 사과 요구에 대해서 제약회사와 제약협회의 온도 차가 있다고 주장하셨는데요?

노환규 대표: 제약회사들은 의사들과의 상생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합니다. 의사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경호 제약협회장은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간의 행보를 보면 자신을 여전히 고위직 공무원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몇몇 제약회사 관계자들은  이경호 회장에 대해 강도 높은 불만을 표시하더군요. 이경호 회장이 회원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회원사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장영식 기자: 최근 공개한 리베이트 제공 관련 문서 두 건이 화제였는데요. 설명 부탁드립니다.

노환규 대표: 그 동안 전의총은 제약회사가 의사들에게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제공하겠다며 접근해 처방을 유도하는 다수의 사례들에 대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최근 A 제약회사는 영업사원이 처방 금액의 15%를 리베이트로 제공하겠다는 ‘리베이트 제공 계약서’를 의사에게 들고 오기도 했고, B 제약사는 의사에게 불법적인 리베이트 제안을 했다가 항의를 받은 후 상급자가 사과문을 작성해 보내기도 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그 동안 확보한 자료가 몇 건 정도인가요?

노환규 대표: 제약회사들의 리베이트 공세에 대한 7건의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이 업체들은 모두 대형 제약회사들입니다.

장영식 기자: 제약회사에서는 영업사원이 실적 욕심에 혼자 일을 벌였다고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노환규 대표: 제약회사에서는 일부 영업사원의 과도한 의욕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변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상 가능한 일이죠. 그러나 본사의 공식적인 지원 정책 없이 말단 영업사원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죠.

장영식 기자: 7곳 중 외국 제약사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노환규 대표: 외국 제약사도 포함돼 있어요. 상당한 규모의 제약사입니다.

장영식 기자: 기자회견 당시 해당 제약사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됐는데요?

노환규 대표: 해당 제약사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일부 제약회사 만이 리베이트 영업을 하는 것으로 여겨 질까 봐 이를 경계한 것입니다.

장영식 기자: 4일부터 리베이트 증거 수집에 나선다고 공언하셨죠?

노환규 대표: 맞습니다. 제약협회가 3일까지 의사들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전국의사총연합과 대한의원협회 회원들이 4일부터 녹취 등의 수단을 동원해 증거를 모을 겁니다.

장영식 기자: 일부에서는 전의총의 이번 행동이 의사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던데요?

노환규 대표: 제약회사가 의사에게 처방을 빌미로 리베이트를 주겠다고 제안한 증거를 수집하는 겁니다.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사례를 모집하는 것과 성질이 다릅니다.

장영식 기자: 제약회사들이 압박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노환규 대표: 전의총은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리베이트 영업을 하고 있는 걸로 파악하고 있어요. 상당한 압박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국내 제약업계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노환규 대표: 높은 복제약가를 유지해 온 정부의 보호막 아래 지난 수 십 년간 국내 제약회사들이 안정된 성장을 지속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연구 개발에 소홀했고, 경쟁력을 잃은 상태죠. 저는 이 모두가 정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약회사들은 이제라도 인수 합병과 연구ㆍ투자 확대로 체질을 개선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요?

노환규 대표: 방향은 옳지만 수단이 잘못됐습니다. 국내 제약사들이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죠. 약가 인하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 행정가들의 행태가 잘못됐다는 것은 의사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사들이 제약산업과 무관하지 않은데요, 정부의 정책을 바로잡는 일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노환규 대표: 제약업계가 의사들을 범죄자로 지목하고 리베이트쌍벌제를 요구한 행위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만이 의사와 제약업계 사이에 동반자 관계가 성립된다고 봐요. 매듭을 짓자는 것입니다. 전의총은 지금 제약협회에 손을 내밀고 있는데 제약협회가 손을 잡지 않는군요.

장영식 기자: 제약협회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노환규 대표: 제약협회는 꼭 기억해야 합니다. 의사들의 자존심을 밟고서는 제약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는 걸 말이죠. 그리고 제약협회는 회원사를 대표해야 합니다. 고위공직자 출신의 임원들이 자신들의 본분이 무엇인지 심각히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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