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의료분쟁조정법 공청회에서도, 최근 산부인과의사회 학술대회에서도 정부 관계자는 의료사고가 일어났을 때 의료인이 무과실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법원 판례가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의료인의 의료사고 입증책임에 대한 부담 완화’를 위해서라도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된 것은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법원 판례가 의료사고 무과실 책임 입증 주체를 환자에서 의사로 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법원은 환자가 의학지식이 없기 때문에 의료사고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환자가 의료전문 변호사나 의사의 도움을 받으면 의료사고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의학지식이 없는 환자를 대신해 의료분쟁을 조정해 주겠다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사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의사들을 몇 명이나 포함하려는지 들여다보자.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분쟁조정위원회와 의료사고감정단으로 구성된다.

의료분쟁조정위원회는 의료분쟁의 조정결정 및 중재판정,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액 산정, 조정조서 작성 등 의료분쟁을 조정하거나 중재하는 업무를 맡는다.

의료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위원 50~100명으로 구성되며, 하부기구로 조정위원 5인으로 구성된 조정부 10~20개로 구성된다.

의료사고감정단은 의료분쟁의 조정 또는 중재에 필요한 사실조사, 의료행위를 둘러싼 과실 유무 및 인과관계의 규명, 후유장애 발생 여부 등 확인, 다른 기관에서 의뢰한 의료사고 감정 등을 맡는다.

의료사고감정단은 감정위원 50~100명으로 구성되며, 하부기구로 감정위원 5인으로 구성된 감정부 10~20개로 구성된다.

조정부와 감정부를 이루는 구성원을 보면 조정부 5인의 구성 요건은 판사 1인을 포함한 법조인 2명, 보건의료인단체 추천인 1명, 소비자권인단체 추천인 1명, 부교수급 이상의 비보건의료인 1명이다.

감정부 5인의 구성요건을 보면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 중 2명, 검사 1인이 포함된 법조인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추천인 1명이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사 없이도 조정부와 감정부 구성이 가능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입증 책임이 환자에서 의사로 넘어가는 이유와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이 원 취지에 맞게 작동하려면 최소한 ‘의료사고 감정’은 의사들에게 맡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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