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 공개토론에 나섰지만, 증원 규모에 유연성을 가져 달라는 의료계 인사의 주장에 복지부 인사가 밀고 당길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 평행선만 달린 채 마무리됐다.

KBS 1TV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은 23일 의대 증원 논란을 주제로 특집 방송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과 김택우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의대증원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KBS 시사토론 사사건건 방송 갈무리
KBS 시사토론 사사건건 방송 갈무리

먼저 의대증원 필요성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반드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의사협회는 과별 불균형의 문제일 뿐 절대 수는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민수 차관은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한계에 봉착하고 문제점을 노출되고 있다.”라며, “큰병원과 작은병원이 있고, 미용성형이라고 하는 비급여 시장이 있다. 의료시장 안에서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의사들의 수급과 분배 등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전반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 하고 있다. 수요는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데 공급은 한정돼 있다 보니 불균형이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차관은 “대형병원에서의 긴 대기시간이 있고, 상경 진료를, 응급실 뺑뺑이 등 문제가 있다. 반면, 지역병원에서는 구인난이 있고, 지역에서 일하는 분들은 잦은 당직으로 개인의 삶이 거의 없는 분이 많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10년 전에 진료지원 간호사가 생기고 숫자가 늘고 있다. 간호법 사태에서도 보듯이 업무영역 갈등이 생겼다. 이는 병원에 의사가 부족해 나타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택우 위원장은 “정부나 학자말을 보면 OECD 기준으로만 말한다. 각 나라의 보장체계나 의료시스템이 다른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은 고려하지 않고 인구 수 당 의사수로 대비해서 부족하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정말 의사들이 부족한지 확인해 봤다. 의사 수가 많은 스웨덴의 경우, 산모들에게 자동차 내에서 출산하는 방법을 알려줄 정도로 의사를 만나기 어렵다.”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언제든지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서 충분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예약시간도 외국은 일주일이나 몇 개월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시간이 길거나 당일 전문의를 만나지 못하는 부분은 전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느끼는 의사부족 때 나타나는 증상이 있나 되돌아보면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라면서, “개원가는 넘치고 필수과는 부족하다. 의사수 부족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필수의료 기피에서 문제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1만명 증원의 근거에 대해서도 충돌했다.

김택우 위원장은 “정부는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의사 만명이 부족하다고 근거를 제시한다. 장기추세를 예측한 것 같다.”라면서, “의료이용 수준과 고령화가 중요한 조건이다. 모델링할때 고령화 부분은 맞는 것 같다. 다만, 대한민국 국민이 과거보다 건강한 지표를 보이고 있어서, 관리를 잘하면 반영치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 의료이용 횟수는 외국보다 3배 이상 많다.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AI발달로 10명이 할 역할을 한 두 사람이 할 수도 있다. 보고서에는 많은 허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의료이용 횟수를 줄여 나가면 오히려 의사수를 줄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대한민국 최고 연구자들이 연구했다. 보고서에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적용돼 있다. 의협에서 지적하는 부분도 시나리오에 반영돼 있다. 여러가지 시나리오중 보수적으로 봤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1만 5,000명이 부족하지만 다 증원으로 채우지 말고, 만명은 증원으로 채우고 5,000명은 기술의 발전, 국민의 건강증진, 예방강화, 의사인력의 재배치로 흡수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AI가 도입되더라도 100이 들어가는 것을 50으로 낮출 수는 없다. 보완적일 수는 있지만 기본을 개선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의사협회는 복지부가 제시한 2,000명 증원이 근거없이 나온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김택우 위원장은 “협의체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2,000명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2,000명이 갑자기 나왔다. 필수의료 기피과로 정원을 가져할 것인가, 의대생 교육과 재정 문제에 대해 전혀 대책없이 명수만 발표했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증원이 필요하다면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만들어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갑자기 몇 개 보고서로 증원을 결정하는 것은 괴리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2,000명 증원의 근거에 대해 박민수 차관은 “의대증원 문제는 한 두해 추진한 게 아니라 그동안 많은 연구가 있었다. 공통적으로 부족하다는 연구가 많다. 연구 보고서 앞단에는 과학적 분석이 있고, 뒷단에는 정책적 제언이 있다. 이 부분에는 의견이 들어간다. 저자들이 구체적으로 2,000명이라는 숫자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데, 보고서가 공통적으로 1만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각계의 의견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2,000명으로 결정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박 차관은 “의료계는 정부가 2,000명이라는 숫자를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월 대통령께 증원 계획 보고하고 협의체 만들어서 논의를 했다. 정부는 최종 의사결정을 하기 전까지 얼마를 증원할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의료계에 흥정하듯이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의견을 달라고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택우 위원장은 “협의체에서 의대증원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했다고 하지만 필수의료 기피과 문제, 지역의료 소멸 부분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이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대증원은 해결 문제가 아니라는 게 우리 의견이다. 지금은 의사수 증원이 핵심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박 차관은 “필수의료,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함게 논의했고, 그 결과가 필수의료 패키지다. 의료인력을 확충해 전공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병원은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하도록 하며, 지역의료 격차는 수도권 병상관리와 지역필수의사제, 지역의료 발전기금 등을 통해 지역에서도 빅5 병원에 준하는 병원을 만들기로 했다. 의료사고 안전망을 위해 의료사고처리 특례법도 제정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김택우 위원장은 “4대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갑자기 의대증원을 발표했다. 4대 패키지를 요술방망이처럼 이야기하는데, 필수의료 해결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국민의 진료권을 침범하는 문제도 있고, 개인의 직업 자유 선택 문제도 있다. 오랜 시간 논의해야 할 내용이다.”라고 반발했다.

협상 가능성에 대해 의사협회는 의대정원에 유연성을 보여주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복지부는 선을 그었다.

김택우 위원장은 “정부는 필수의료 패키지는 논의할 수 있지만 정부는 한명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상이나 협의는 상대방이 받아들일수 있는 카드를 던졌을 때 협상이 되는 것이다. 나는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다고 하면서 협상을 하자고 하면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 입장은 2,000명이 과하고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행정적인 부분이나 정책은 유연했으면 좋겠다. 유연성을 보여준다면 협상에 나설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민수 차관은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늦는다. 당장 늘려도 의사는 10년 후에 나온다. 인구는 줄어드는 시기가 왔지만 고령화로 입원은 44%, 외래는 13% 늘어난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예정된 미래를 두고 현행 공급을 그대로 끌고 갈 수 없다. 현재도 현장은 병목에 차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내버려두는 것은 책임방기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가 계속 정원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니 진전이 없는 것이다.”라며, “증원이 지체됐다. 협상을 해서 밀고 당길 문제가 아니다. 다만, 증원 속도와 관련해서는 조정할지, 다른 방법을 찾을 지 대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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