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다수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집단행동이 현실화됐는데도 정부와 의료계는 계속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는 20일 조규홍 본부장 주재로 12차 회의를 열고 집단행동에 대비한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각 의료기관에서 유연한 인력관리 등을 통해 필수진료 기능을 유지하도록 다양한 정책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중수본은 권역ᆞ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행위와 응급의료 전문의 진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또한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을 신설해 전공의를 대신해 입원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 건강보험 보상을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권역외상센터 인력ᆞ시설ᆞ장비를 응급실의 비외상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입원전담전문의 업무 범위를 확대해 당초 허용된 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의 입원환자까지 진료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브리핑에서 “집단행동으로 인해 초래될 상황을 알면서도 정책반대를 위해 환자의 곁을 떠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수 없다.”라고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박 차관에 따르면, 20일 0시 기준 전체 전공의 1만 3,000여명중 약 95%가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보건복지부가 10개 수련병원을 현장점검한 결과, 1,091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중 737명의 전공의가 출근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한 29명을 제외하고, 남은 728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박 차관은 의대정원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차관은 “급격한 고령화를 겪는 우리나라는 의사증원이 시급하다. 의사단체는 인구감소로 의사를 늘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4.4%로 OECD 평균 2.6%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의료이용량이 높은 고령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수요는 급격히 늘고 공급은 줄어들기 때문에 지금의 인력으로는 늘어나는 의료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2,000명 증원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 증가와 공급감소를 고려한 결과다. 의대증원은 더 이상 늦출수 없다.”라고 거듭 말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들은 정부의 명령을 회피하고 법적 제제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배운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할 때이다.”라며, “자리로 돌아가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국민보건을 위해 국민만 보고 흔들림없이 가겠다.”라고 의대정원 증원 추진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도 의대정원 증원이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위한 필수조건이라며 의대정원 증원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30년 가까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2,000명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안보, 치안과 함께 국가가 존립하는 이유이자 정부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책무이다.”라며, “의사는 군인, 경찰과 같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지금까지 의사증원을 여러차례 시도해 왔으나 지난 30여년 동안 실패와 좌절을 거듭해 왔다.”라며, “이제 실패자체를 더이상 허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2,000명 증원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허황된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라며, “하지만 의대증원은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체계를 완성하는 핵심요소이고, 의대증원은 더이상 늦출 수없는 시대적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비대위는 “대한민국 헌법 제15에는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직업 선택의 자유에는 직업을 그만둘 자유 즉, 퇴사할 자유도 포함돼 있다. 근로기준법은 본인의 자유 의사에 반한 강제 근로를 금지하고 있고, 의료법상 의료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의료 기관에서만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개별적인 자유 의지로 사직한 전공의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행사한 것이고, 정부는 이미 사직을 하여 직장이 없는 의료인에게 근로기준법과 의료법을 위반한 강제 근로를 교사하고 있다.”라며, “아무리 행정부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효력이 부인되는 것이 법치주의 국가의 상식이다.”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의사에게 내린 명령이 정당한 것이라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사직의 자유가 없고 정부의 명령에 강제 근로를 거부할 수 없게 될 것이다.”라며, “해방 이후 수 많은 사람들의 피땀으로 만들어낸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현재 무너지고 있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다음 탄압의 대상은 바로 여러분이 될 수 있다.”라고 호소했다.

비대위는 “국민을 볼모로 한 집단을 죽이는 정부가 정당화 되는 국가라면, 앞으로 대한민국 모든 의사는 어떠한 미련도 없이 의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부가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ᆞ지원센터에는 20일 현재 수술 취소 25건, 진료예약 취소 4건, 진료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 등 총 34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다.

정부는 피해사례를 검토해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경우 소송에 대한 법률지원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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