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이번 필수의료 패키지는 아무런 대안과 발전이 없는 정부의 무능함과 의료라는 특수한 전문성을 무시하고 소통하지 않는 오만함을 드러낸 의사 길들이기 개악 패키지일 뿐이다.

필수의료 논의가 시작되고 난 후 제대로 된 대책은 없고 오히려 의사들을 억압하고 감시하고 통제하는 법안들뿐이었다.

또한 정부의 현실인식은 이 모든 위기가 지금껏 책임을 다하지 못한 본인들의 실수가 아니라, 마치 의사들의 욕심과 부도덕 때문으로 돌리려는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필수의료 패키지라면서 응급의료는 단 한 줄도 없는 것은 지금껏 응급의료 대책을 ‘안’만든게 아니라 ‘못’만들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다.

개원의가 늘어 응급의료가 망하는 것이 아니고, 개원의가 망하면 응급의료가 몰락한다.

1차 의원이 줄어들수록 갈 곳 없는 환자들은 응급실로 몰리게 될 것이며, 의료자원을 소모하고 응급의료체계는 붕괴할 것이다.

개업을 많이 해서 필수의료의 위기가 생긴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현장이 무너져서 떠나는 의사가 늘어나는 것이다.

신규개업을 어렵게 하고 기존개업을 망하게 만들어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것은 최소한의 신뢰조차 없는 억지스런 대책일 뿐이다.

지역의사제나 인턴을 늘린다 한들 지역의 응급의료의 질은 높아지지 않는다. 응급실은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근무하는 곳이지 누구한테 강제로 시켜서 근무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지역의 응급의료 인력을 늘리고 싶다면 제대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된다. 이런 분명한 해결책을 두고 값싸고 강제로 근무시킬 수 있는 인턴이나 지역의사 인력을 늘려 지역 필수의료를 충당하려 한다면 양질의 응급의료는 불가능하다.

지역의 응급의료기관들이 제 역할을 못하면 상급병원의 과밀화와 환자들의 상경진료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무과실은 소송최소화가 아닌 소송불가와 100% 정부책임이 당연하다. 응급의료는 응급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의료행위로 형사소송의 대상이 아니다.

지금껏 정부는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거부를 확대 적용하여 주취자, 폭력적인 환자를 포함해 그 어떤 환자도 거부할 수 없도록 무한책임을 지게 하고 있다. 이제는 거기에 더하여 이송요청도 거부하지 못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최종진료능력이 없는 병원의 응급실에 환자를 강제 배정할 경우 이송시간은 줄어들겠지만 환자는 사망하게 될 것이다.

환자를 봐도 결과가 나쁘면 소송, 환자를 거부해도 처벌이라면 더 이상 응급실에 근무할 의사는 없을 것이다.

정부는 응급실 뺑뻉이 해결을 위해 의대증원이 필요하다는 거짓말을 즉각 중단하라.

응급실 뻉뺑이란 정부가 조장하고 언론이 부추긴 악의적인 선동의 결과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처음 간 응급실에서 최종치료까지 모두 제공되는 나라는 없다.

최종치료 인프라 부족과 상급병원 응급실의 과밀화에 대해서는 한 마디 설명도 아무런 대책도 없으면서 단지 의대생의 증가가 이 문제의 해결책이라 말하는 무책임한 정부당국자들은 즉각 책임지고 사퇴하라.

결국, 이 모든 정책패키지는 과학적이지도 않고 효과도 없을 단지 정치적 이유밖에 없는 의대증원을 합리화하기 위한 대국민 선동에 불과하며, 이대로 강행할 경우 우리나라 의료계의 미래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의료행위는 의사와 환자의 믿음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정부는 기본적으로 의사를 믿지 못할 사람들로 규정하며 의사와 환자의 믿음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패키지와 의대증원에 의사협회와 14만 의사회원들과 함께 반대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며 저지를 위한 행동에 적극 나설 것이다.

이전의 여러 의료계 파업에서도 정부는 파업이 시행되어도 응급실은 문제없이 운영될 것이라는 거짓 선동을 해 왔다.

인력이 빠져나갔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의대증원의 발표와 의료계의 파업이 발생할 경우 소속회원들과 함께 ‘응급의료 비상재난사태’를 선포할 것이며, 재난에 준하는 비상지침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다.

이러한 응급의료의 재난을 초래한 모든 책임은 의료계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책을 강행한 정부에 있음을 경고한다.

필수의료를 포함한 현재의 의료계 상황은 이거 조금 바꾸면 나아질 그런 상황이 절대 아님에도 마치 의대생을 늘리면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선전하고 또한 이 정책패키지가 정말로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다고 국민을 기만하는 정책당국은 향후 발생할 모든 결과에 대해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의료인을 매도하고 나쁜 집단으로 만들려고 하지 말고 전문성을 인정하고 진정한 대화의 동반자로 함께 나아갈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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