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연)는 6일 성명을 내고 비대면진료를 확대하는 시범사업 보완방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2월 1일 비대면진료 재진 원칙과 초진 예외적 허용 원칙을 대폭 수정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 내용은 ▲동일질환 요건 폐지 ▲비대면 초진이 가능한 의료취약지를 ‘섬ㆍ벽지’에서 ‘전국 98개 시ㆍ군ㆍ구 응급의료 취약지’로 확대 ▲휴일ㆍ야간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초진 연령대를 ‘18세 미만 소아’에서 ‘모든 국민’으로 확대 ▲대면진료 유효기간을 ‘만성질환 1년 이내, 그 외 질환 30일 이내’에서 ‘모든 질환 6개월 이내’로 통일해 확대 ▲마약류 및 오ㆍ남용 우려 ‘처방금지의약품’에 ‘사후피임약’ 추가 ▲의사의 대면진료 요구권 지침 명확화 등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로 12월 15일부터는 지난 시범사업 6개월 동안 초진이 예외적으로 허용된 섬ㆍ벽지가 전국 98개 시ㆍ군ㆍ구 응급의료 취약지로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기초자치단체 기준으로 전국의 약 40% 지역에서, 인구 기준으로 전 국민의 약 10% 국민에게 비대면 초진이 허용된다.

휴일ㆍ야간에 예외적으로 비대면 상담만 허용되었던 18세 미만 소아도 모든 국민 대상으로 상담ㆍ처방까지 확대되면 일요일ㆍ공휴일은 24시간 동안, 토요일은 오후 1시부터, 평일(월~금)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비대면 초진이 가능해진다.

이는 정부가 시범사업 시작 때 약속한 비대면진료 재진원칙과 초진의 예외적 허용 원칙을 고려하면 예상 밖에 파격적인 확대 조치다.

환연은 “정부가 그동안 안전성 문제가 계속 제기된 사후피임약을 마약류 및 오ㆍ남용 우려 처방금지의약품에 추가한 것은 적절한 조치이지만 오ㆍ남용이 우려되는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의약품’의 처방을 여전히 허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정부는 마약류 및 오•남용 의약품 관리 강화 측면에서도 비대면진료가 불필요하고 오ㆍ남용이 우려되는 의약품의 처방 제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환연은 “대면진료 유효기간이 1년 이내로 너무 길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성질환의 경우 6개월로 단축된 것은 적절한 조치이지만 만성질환 이외 질환의 대면진료 유효기간을 30일 이내에서 6개월 이내로 크게 확대한 것은 대면진료 원칙을 후퇴시킬 수 있어서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환연은 “비대면 초진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섬ㆍ벽지의 범위에 대해서는 시범사업 기간 동안 지역적 형평성 논란이 있어서 확대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전국 98개 시군구 응급의료 취약지로 크게 확대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환연은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 문제를 짚었다.

환연은 “의료인과 의료인 간 비대면진료는 의료법 제34조에서 ‘원격의료’라는 용어로 허용하는 법적 근거가 있지만, 환자와 의사 간 비대면진료는 감염병예방법 제49조의3에서 감염병 위기 단계가 ‘심각’ 단계 이상일 때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법적 근거를 제외하면 의료법 등 그 어떤 법률에서도 허용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라며, “현재 국회에서 관련 다수의 의료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심의 중이지만 난항이 계속돼 21대 국회 통과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상기시켰다.

환연은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새로운 보건의료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하면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지만 본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한시적, 시험적, 보완적 역할이라는 넘어서는 안되는 한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환연은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이 의료법 개정 없이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한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내용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환연은 “비대면진료 관련해 의사협회나 약사회 등 의약계에서 안전 차원의 우려를 제기하며 검증을 요구하고 있고, 시민단체에서 관련 플랫폼 산업계의 상업화 유도로 불필요한 의료남용이나 과잉사용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며, 대면진료 수가보다 30% 가산하는 비대면진료 수가를 낮춰야 한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이와 같은 여러 문제점을 검증해야 하고 시범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의 사회적 합의를 계속 유지하는 정부의 일관된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환연은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운영중인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에서 나온 의견들을 청취만 하지 말고 시범사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자문단 내에서의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국회에서 현재 표류 중인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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