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25학년도부터 증원된 정원으로 의대생을 선발하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일본 사례를 제시하며 정원 증원이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살리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22일 소공동 롯테호텔에서 가진 내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일본도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렸다. 하지만 지역 의대를 나와 지역에서 활동하지 않았다. 졸업생의 20%만 지역에 남고, 나머지 80%는 도시로 갔다.”라고 소개했다.

박 회장은 “의대정원을 증원했지만 지역 의사는 여전히 부족했고, 의대정원 확대가 오히려 의사 과잉 문제만 발생했다. 일본의사회도 이를 경고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지역의료 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살리기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일본은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의대정원을 확대한 것인데, 지역 의대를 늘려도 졸업생은 인프라가 좋은 도시로 갔다. 또한,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피부과, 안과, 정신과, 정형외과가 인기가 많고,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는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소송을 남발하는 필수과를 가려고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 현장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들이 전공의 시절로 돌아간다면 필수과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최근 국내에서 검진 대장내시경을 하다가 직장에 천공이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천공을 확인하고 빠르게 전원했지만, 대학병원에서 클리핑을 하다가 사망했다. 해당 사건의 의사는 형사기소됐고, 실형을 선고받았다.”라고 언급했다.

박 회장은 “지난 21일 대한내과의사회와 일본임상내과의사회가 교류회를 가졌는데 스가와라 회장은 이 사건에 대해 ‘이런 황당한 케이스가 다 있나’라며 놀라워했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과거 일본에서도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중 신생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형사기소가 됐다. 일본 의사들이 분만을 중단하겠다고 하니 국민 여론이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을 안하면 누가 분만을 하느냐며 의사의 편이 됐고, 정치인들도 가세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후 의료사고는 형사소송을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자정이 됐다. 일본 검찰도 악의적으로 환자를 다치게 한 사례가 아니면 형사기소를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에서 작은 일만 있어도 변호사를 찾아간다. 변호사는 형사와 민사를 동시에 접수하고 업무과실치사로 압박한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필수의료든, 지역의료든 살리려면 의사들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특히, 의료사고특례법을 제정해 고의적인 사고가 아닌 경우 형사처벌을 면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정용 부회장은 “정부나 국회는 외국사례를 수집할 때 입맛에 맞는 포인트만 수입하는 것 같다.”라고 꼬집고, “조만간 일본의 사례를 발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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