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진행된 후 내과의사들은 비대면 초진 진료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진 위험성이 증가하고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대한내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지난 6월 1일 정부안대로 시작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진료 현장에서 큰 혼선을 빚었고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불편을 줬다.

내과의사회는 시범사업 시작 전, 비대면 진료의 개시 조건ㆍ형태ㆍ허용 질환부터 진료 주기와 횟수, 플랫폼 감독 및 개인정보 보호 지침, 법적 책임소재와 사후평가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내과의사회는 “정부가 3개월간의 계도기간에 이뤄진 비대면 진료에 대해 철저한 평가없이 시범사업의 유지와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모색하고 있어서, 일선 현장에서 진료하는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설문조사는 2023년 8월 17일부터 25일까지 총 9일간 모바일과 인터넷 응답을 통해 실시했으며, 전국에서 412명의 내과 회원이 참여했다.

설문 표본 분석 결과, 참여자의 92.7%가 1차 의료기관에서 근무했고, 56.3%가 서울ㆍ경기 지역에서 근무해 비대면 진료가 이뤄진 의료기관과 진료 제공지역이 설문 표본에서의 분포와 유사했다.

내과의사회는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가 이뤄진 전문과목 중 내과가 32.7%로 가장 많았다.”라며, “이번 설문이 내과 회원을 대상으로 시행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진료 현장의 의견을 대변한.”라고 설명했다.

설문결과를 보면, 지난해 내과의사회를 포함한 4개 전문과목 의사회원 2,600여 명이 참여한 비대면 진료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비대면 진료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의견은 72%에서 60%로 다소 감소했으나 실제 진료 참여율은 73%에서 46%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감염병 위기 단계 하향으로 비대면 진료의 요구량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회원들이 오진의 위험성을 포함한 안전성의 문제(77%)와 법적책임에 대한 면책 조치가 없는 것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98%)는 것이 더 큰 이유로 분석됐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 하지 않은 이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 하지 않은 이유

의료기관이 비대면 진료의 시행 의지가 있어도 안전성이 낮은 진료에 대해 대면 진료와 동일한 법적책임을 갖게 되고 특히 의료사고와 관련돼 제반 상황에 대한 고려없이 가혹한 형사처벌 위주로 결론이 나고 있는 최근 우리나라의 반복된 판례에 따른 진료 현장의 위축으로 해석될 수 있다.

향후 비대면 진료 참여 의향에 대해서는 약 20%의 회원이 대면 진료만 유지하겠다는 부정적 의견이었고, 대부분은 추이를 보며 결정하겠다고 밝혀, 기술적 진보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과 사회적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확인됐다.

현재 활용하고 있는 진료 수단은 음성 전화가 약 60%를 차지했는데 대부분 회원들이 화상 진료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음성 수단을 통한 진료는 수진자 확인에 있어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수진자 확인의 책임이 의료기관에 있고, 현재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는 환경에서 명확한 신분 확인에 대해 확신할 수 없기에 수진자 확인의 제도적 완비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을 지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 회원 다수(55%)의 의견으로 확인됐다.

비대면 진료에 있어서 가장 큰 쟁점인 초진 허용의 문제는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회원 95%가 강하게 반대했다. 이는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90%가 반대한 것보다 더 높은 결과다.

초진 허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비대면 진료 자체를 반대하는 이유인 오진의 위험성과 수진자 확인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시범사업 기간에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 대상 환자군의 90%는 만성질환자였고 그중 장애인 또는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자들의 진료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비대면 진료의 본래 취지인 의료 취약계층 섬 벽지 거주자나 희귀질환자의 진료는 5% 미만이었다.

한편, 9월 14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진행된 비대면 진료 공청회와 함께 배포된 자료를 살펴보면, 비대면 진료가 시행된 만성질환 중 고혈압이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했다.

혈압은 진료 의사가 직접 측정하는 행위가 매우 중요하고 대면 진료 중에 환자의 호흡과 맥박, 안색과 체형을 확인하면서 현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고혈압 치료에 있어서 현재의 낮은 자가진단 기기의 보급률을 고려하면 비대면 진료를 통해 정확하고 적절한 진료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증질환으로 분류된 급성기관지염, 급성 비인두염, 알레르기비염과 같은 호흡기감염 증세에 대해서도 감별진단이 중요하고 오진의 위험이 커서 제한적인 진찰 과정을 통해 안전한 진료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야간, 휴일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기에는 계도기간의 현황을 바탕으로 제시한 내용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게 내과의사회의 설명이다.

야간, 주말 및 공휴일에 진료하는 기관이나 응급진료기관이 존재하며, 이 시간대에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도 실제 진료를 수행하는 기관은 그 시간에 진료하는 기관일 가능성이 크고 단순 편의성을 높여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내과의사회는 “설문조사를 통해 회원들은 정확한 수진자 확인과 진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진의 위험성이 커지고 법적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찬성보다는 반대 및 유보입장이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재진 위주,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행되더라도 대면 진료를 병행하면 의료현장에서는 혼선이 일어나고 내원 환자나 비대면 진료를 신청한 환자 모두에서 대기시간, 진료방식 및 깊이, 진료비에서 불만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다.

내과의사회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재정적 지원 없이 화상 장비를 갖출 생각이 많지 않고, 화상 또는 음성통화를 통해 주로 고령층의 만성질환자를 진료하는 문제, 진료비 수납의 복잡성, 약 처방과 관련된 불만에 맞닥뜨릴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내과의사회는 “결국, 의료소비자의 요구는 감소하고, 진료 안정성의 부족과 법적 보호가 미흡한 환경으로 인한 의료공급자의 의지 역시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의료기관과 환자들의 요구사항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제도를 이끌어가는 것은 어렵다.”라며, “우후죽순 생겨난 플랫폼의 고사를 막기 위한 무리수를 둔다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국민 건강권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