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한의사에 대한 파기 환송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형사부는 14일 초음파 기기를 사용한 한의사 P 씨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 한의사는 부인과 증상을 호소하던 여성 환자를 진료하면서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약 2년간 68회에 걸쳐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했지만 환자의 자궁내막암 발병 사실을 제때 진단하지 못했다.

B 씨는 한의원에서 치료가 되지 않자 대학병원을 방문해 조직검사를 한 결과 자궁내막암 2기 진단을 받았고, A 한의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A 한의사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했다며 의료법위반으로 기소했다.

1심 법원은 A 한의사가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해 환자의 자궁, 자궁내막을 확인하는 행위는 한의사의 면허에 포함된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벌금 80만원을 선고했고, 2심 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022년 12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A 한의사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며,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으로 인한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의사인 피고인은 범용 초음파 진단기기를 대고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했다. 복진을 기본적으로 시행하면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했다. 피고인은 환자의 부위를 관찰하고, 환자에 대해 기체혈, 어혈, 자궁질환에 대해 한의학적 진단행위를 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한의사의 진단과목은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신경정신과, 침구과, 한방안ㆍ이비인후과, 피부과 등인데 피고인의 진료행위는 한방부인과 진료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당시 환자도 산부인과와 한의원 진료를 병행했고, 산부인과에서 자궁내막증으로 진단받은 사실을 한의사에게 알렸다. 피고인은 환자에게 투자법침술, 경혈침술, 복강내침술, 경피적외선조사요법, 한약처방 등 한방치료행위를 했으므로, 그와 같은 한방치료행위의 전제가 된 진단행위 역시 한의학적 원리에 기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초음파 진단기기를 보조적으로 사용했다고 해서 보건위해상의 피해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제외할 경우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관한 전문성 또는 오진 가능성이 기기 사용 숙련도와 무관하게 유독 한의사에 대해서만 부정적으로 볼 만한 유의미한 통계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라며, “이 같은 위해 가능성은 의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존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로 국민에게 위해가 가해질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특별위원장은 “오늘 판결로 이원화된 면허체계 내에서 앞으로 무면허 의료행위가 횡행할 수 있다. 결국 국민에게 위해가 가해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이원화된 체계 내에서 단순히 편의성 때문에 의료기기를 쓴다는 것은 문제가 된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68회나 초음파 기기를 사용했다. 기계의 위해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치료 결과의 위해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청진기는 누구나 가지고 놀 수 있다. 하지만 심장내과 전문의가 청진기를 가지고 진료하는 것은 의미가 달라진다.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를 확인하니 바로 이상을 발견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은 기계 자체의 위해성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기계를 가지고 진단하고 진료하는 행위로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 앞으로 이 부분을 적극적이고 세밀한 방식으로 설명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한의계는 시대가 변한 만큼 한의사들도 환자들의 요구에 맞게 진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홍구 대한한의사협회 법제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2일 파기환송심 판결을 중심으로 재판부에 의견을 계속 제시했다.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결에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 부회장은 “의료의 범위와 개념은 시대 변화와 과학 발전, 그리고 환자의 인식과 요구에 따라 변하다.”라며, “과거 동의보감은 400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현재 진료하는 한의사들은 조선시대 사람이 아니라, 과학 지식과 합리화로 무장된 현대 사람들이다. 환자들의 요구에 맞게 진료하는 것이 한의사들에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협회는 한의사들을 상대로 초음파와 뇌파계 보수 교육을 계속하고 있다. 혹시 발생할 지 모를 의료과실을 예방하기 위해서 전문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는 새로운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계획은 없다. 개원 한의사들이 필요로 하는 기기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기기들을 쓰다보면 고발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협회는 우리의 의권과 관계된 의료기기를 확인해서 돕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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