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들이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에 앞다퉈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비급여 보고항목, 보고횟수, 보고내역 등을 규정하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고시) 개정안을 공포ㆍ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고시에 따르면, 2023년 보고 대상이 되는 비급여 항목은 이미 가격공개 대상 항목인 비급여 항목 565개와 신의료기술의 안전성ㆍ유효성 평가결과 고시 중 요양급여 결정 신청된 행위, 제한적의료기술, 혁신의료기술 등 29개 항목을 포함해 총 594개이며, 2024년은 1,017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의료기관의 장은 각 비급여 보고항목별 단가, 빈도, 상병명, 주수술명 등을 보고해야 하며 병원급 의료기관은 연 2회(3, 9월분 진료내역), 의원급 의료기관은 연 1회(3월분 진료내역) 보고한다.

2023년에는 9월분 진료내역에 대해 병원급 의료기관이 보고하며, 내년에는 2024년 3월분 진료내역에 대해 병원급ㆍ의원급 의료기관이, 9월분 진료내역에 대해 병원급 의료기관이 보고해야 한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13일 성명을 내고, 비급여 보고과정에서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수집되고, 보고 절차 역시 과중한 행정 업무가 동반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대개협은 “개정 고시는 국민의 알 권리와 의료선택권 보장을 표방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정부의 비급여 통제를 위한 사전 포석이다.”라며, “알 권리를 위해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병원급에서는 1년에 두 번, 의원급은 한 번 요구되는 비급여 정보에는 민감한 환자의 진단명과 치료 내역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개인의 다양한 의료 정보가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보고되고 집적, 가공되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라고 우려했다.

대개협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비급여 보고 형식이라며 소개한 예시도 강하게 비판했다.

대개협은 “건보공단은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서식 작성요령 및 예시’라는 A4 용지 24장에 달하는 문서를 배포했다. 문서에 따르면 각각의 환자에 대해 최대 20자리에 이르는 일련번호를 부여하며, 그 후 개인 정보 및 보험의 종별, 진료과목 코드, 입원 및 외래 구분, 입원 기간 등 비급여와는 무관한 개개인의 의료 정보의 기입을 요구한다.”라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보고 분야, 표준코드, 의료기관별 사용 코드, 항목 구분, 코드 구분, 단가, 실시 빈도, 비용, 상병명, 주수술 및 시술명 등 10여 개 항목에 이르는 비급여 내역을 적어 보고토록 하고 있다. 이는 해당 월에 내원 및 입원해 비급여 항목을 적용받는 모든 환자에 요구되는 내용으로 내년에는 1017개 항목으로 보고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라며, “1인 의원에서는 문서 작업으로 인해 보고가 진행되는 해당 월에는 진료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대개협은 “규모가 있는 병ㆍ의원에서도 문서 작업을 위해 전담 직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가 개인 사업자에게 요구하기에는 과도한 행정적 작업이며, 보고 작업을 통해 비급여 진료를 억제하고 통제하려는 것으로 의심된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대개협은 “정부는 일반 개인에 불과한 의사들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과도한 행정적 부담을 지우려 한다.”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운운하지만 정작 국민끼리 알아서는 안 되는 정보를 정부의 알 권리를 위해 제공토록 강요하고 있다.  부당하고 행정편의주의적 비급여 진료 내역 보고에 강력히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신경외과의사회도 성명을 내고 “정부가 요구하는 비급여 보고 대상은 매우 구체적이고 많은 개인의 신상정보 및 치료에 관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보고제도로 의료소비자에 대한 비급여 정보 제공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한다고 밝히지만, 고시 개정 취지는 공적 의료 보험의 문제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으며, 비급여에 관한 본질적 논쟁을 다시 불러올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지난 정권에서 보장성 강화 정책의 폐해를 봤고, 비급여의 본질을 알게 됐으며, 그 결과 뇌혈관 MRI를 포함한 보험 급여 기준 일부가 축소돼 비급여로 전환되는 유례없는 상황을 목도했다.”라며, “보장성 강화와 비급여 관리는 스펙트럼의 양 극단에 위치하는 것으로 양립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한다.”라고 꼬집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비급여 존재 이유는 신의료기술의 통로가 되고, 의료기관의 실질적 차이를 가져오고, 낮은 의료수가를 보상하는 현실적 방법론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라며, “그럼에도 복잡하고 지저분한 고시를 강행하는 것은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의료를 강력하게 통제하겠다는 의도이다.”라고 비판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복잡하고 구체적인 비급여 보고 서식 작성은 보장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비급여를 통제하겠다는 발상으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지만 불가능하다.”라며, “진정으로 비급여를 관리ㆍ통제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환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비급여를 공적자금이나 보험료가 투입되는 급여로 전환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신경외과의사회는 비급여의 근본 원인이 저수가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경외과의사회는 “비급여 진료의 근본 원인이 저수가에 기인하므로, 관리와 규제∙통제라는 칼을 들이밀기 전에 저수가 개선이 우선이다. 최선의 진료를 수행해야할 시간에 환자 진료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것은 시간 낭비를 넘어 환자에 대해 최선의 진료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라며, “이번 고시 개정은 철회돼야 하며, 고시 개정을 주도한 담당자는 징계를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12일에는 대한내과의사회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핑계로 의사의 진료권을 제한하려는 비급여보고제도 고시는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과의사회는 “비급여의 표준화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업무를 만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치제도를 파생시킬 수도 있다.”라며, “일부 비급여의 문제를 모든 비급여관리로 확대하는 것 자체가 경제 주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이고 행정력의 낭비이다.”라고 비판했다.

내과의사회는 “비급여 보고제도 확대 고시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핑계로 의사의 진료권을 철저히 제한하는 방편으로 변질될 것이 뻔하고 기존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 근거 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순적 정책이다.”라며, 고시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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