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분야가 붕괴하는 이유는 의료과오의 과도한 형사처벌 경향이 원인이다. 이로 인해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진의 적극적인 진료를 가로막고 있다. 처별 일변도보다 의료 분야의 특수성을 감안해 일정한 요건 하에 형사소추 특례를 두는 것이 타당하다.”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는 12일 국회에서 개최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서 이 같이 말하면서 필수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재정을 주장했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지난해 8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병원에서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사건이 우리나라 필수의료 현장의 붕괴를 여실히 보여준다.”라며, “우리나라 신경외과 의사 수는 인구 10만 명당 4.75명으로, OECD 평균인 1.33명에 비해 3.5배 많지만 신경외과 전문의 자격 취득 후 세부전공 선택시 의료분쟁이 빈발하고 업무강도가 높은 뇌질환 진료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척추질환 진료 전공을 선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 법제이사는 “뿐만 아니라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전공의 지원 기피현상이 날로 심화되면서, 전문의 인력의 고령화가 이미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라며, “일례로 내ㆍ외ㆍ산ㆍ소 과목의 활동 전문의는 50세 이상이 56.7%, 39세 이하가 15.2%로서, 10년 뒤에는 필수의료 분야의 수술이나 진료 자체가 완전히 붕괴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우려했다.

전 법제이사는 “우리나라 필수의료 분야가 붕괴하는 이유는 저수가와 더불어 일본, 독일 등 타 국가에 비해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높은 ‘의료과오의 형사처벌 경향’에 기인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중증환자나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처한 환자의 경우 의사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환자가 사망이나 상해의 결과에 이를 개연성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형법 및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등 현행법은 이 같은 의료행위의 본질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 법제이사는 “이러한 의료사고의 형사처벌 경향이, 심뇌혈관, 중증질환, 출산 및 소아질환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진이 적극진료 및 소신진료에 나서지 못하게 한다는 무거운 지적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 사건으로 대표되는 필수의료 체계의 부실함에 대한 국민적 문제의식이 고조되고 있고, 나아가 필수의료 보호 및 육성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필수의료의 안정적인 제공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선 현행과 같이 처벌 일변도의 규제 위주 정책보다는 고위험진료 및 필수의료 분야의 특수성을 감안해 일정한 요건 하에 형사소추의 특례를 두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주장했다.

법제이사는 “세계의사회는 의사의 지침이나 기준의 편차를 포함한 의학적 판단의 범죄화에 우려를 표하고 있고, 미국의사회는 선의를 바탕으로 한 의학적 판단이 형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도록 모든 합리적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본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라고 예를 들었다.

전 법제이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거나 합리적 배상을 받지 못하였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민사적 배상을 얻고자 의료인에 대해 형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이는 현행 의료사고 해결 제도가 불완전함을 반증하는 것이며, 따라서 의료분쟁 발생 시 소송 등 개개인에 의한 개별적 방식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보편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며 여기에 가칭 ‘필수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의 제정 필요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전 법제이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예를 들었다.

전 법제이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입법목적은 운전자의 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형사면책을 허용함으로써 운전자의 보험 가입을 유도해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한다.”라며, “사회적 분쟁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지, 운전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 법제이사는 “필수의료사고 처리특례법 역시 동일한 취지의 입법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유사한 형태의 형사면책은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에도 이미 규정돼 있다.”라며, “다양한 의료행위 중 중증질환, 위험도 높은 수술, 응급의료행위, 분만이나 신생아 진료 등과 같은 필수의료 분야에서의 의료사고에 대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환자의 동의를 받지 못한 의료행위 등을 제외하고 형사상 처벌을 면제하는 등의 특례를 규정해, 필수의료 제공환경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통해 환자의 생명을 보호함으로써 국민의 진료받을 권리를 보호하고 생활의 편익을 증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전 법제이사는 구체적 제안도 내놓았다.

입법목적으로 ‘필수의료종사자’가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로 발생한 의료사고로 인해 환자가 사상에 이른 경우에 형사처벌 등의 특례를 규정하고, 이를 통해 필수의료 제공환경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환자의 생명을 보호함으로써, 국민의 진료받을 권리를 보호하고 생활의 편익을 증진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필수의료종사자의 필수의료행위로 인한 의료사고의 처리에 대해 이 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했다.

형사처벌의 특례를 적용하는 필수의료행위의 범위를 정하고, 필수의료행위의 구체적인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필수의료행위로 인해 형법 제268조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는 의료사고를 발생시킨 필수의료종사자에 대해선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고, 필수의료행위로 인해 형법 제268조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는 환자 사상의 의료사고를 발생시킨 필수의료종사자에 대해선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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