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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소송의 씁쓸한 뒷맛
장영식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23.08.16 6:0

얼마 전 의사협회 집행부에서 임원을 지낸 의료계 인사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전 회장이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전 회장과 서연주 전 부회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패소했다는 내용을 알리는 이메일이었다.

소송에서 진 당사자 측 인사가 굳이 ‘패소’ 소식을 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첨부된 판결문에 있었다. 항소심 결과는 1심 재판부와 같았지만 내용은 달랐기 때문이다.

소송은 최대집 전 회장이 2021년 12월 17일 오산시법원에 박지현 전 회장과 서연주 전 부회장을 상대로 허위사실 적시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소송 대상이 된 대전협 임원들은 2020년 9월 4일 최 전 회장 주도로 의협과 더불어민주당이 정책협약 이행 합의문을 체결(9.4 의정합의)하자, 성명을 내고 의정합의가 독단적으로 진행됐고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1심 재판부는 최 전 회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거나 최종협상안이 수정되면 재량권을 행사하도록 의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권을 위임하거나 재량권을 부여했다고 인정해도, 범투위에서 논의한 의료계 최종합의안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전제로 허용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범투위 3차 회의에서 박지현 전  회장과 서연주 전 부회장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 논의의 영구적 철회를 요구했지만 최 전 회장은 ‘중단한다’는 내용으로 여당과 합의했으므로 허위 사실이 아닌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박지현 전 회장과 함께 서명한다는 논의도 지키지 않고 단독으로 서명했다며 최 전 회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반면,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이 ‘원고가 독단적으로 여당과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 철회가 아닌 중단에 합의했다’고 말한 것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범투위 3차 회의에서 박지현 전 회장과 서연주 전 부회장이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중단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최종합의안에도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될 때까지 논의를 중단하는 것으로 기재됐다고 확인해줬다.

또, 범투위 3차 회의 당시 최종합의안에 대한 의결이 있었다고 명시했다.

합의서 작성 시 최 전 회장이 박지현 전 회장과 함께 서명하는 것에 대한 의결도 없었다고 했다.

즉, 최 전 회장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2심 재판부는 피고들의 발언이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적 의견 표명의 범위에 해당한다면서, 최 전 회장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소송은 끝났다. 이대로 된 건가?

2020년 당시 의료 4대악(첩약 급여화,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철폐) 투쟁에 젊은 의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대전협이 투쟁의 한 축을 담당했다.

박지현 전 회장은 범투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범투위 리더중 한 명으로 활동한 그가 최 전 회장이 독단적으로 여당과 합의했다며 저격하고 나서니 파급효과가 컸다.

최 전 회장은 의사결정 과정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여당과 합의한 배신자가 됐다.

의사들을 모래알로 만들고, 세대간 불신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도 감내해야했다. 의사사회에서 조리돌림을 당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심 재판부의 판결문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재판부는 ‘철회’는 이미 제출했던 것이나 주장했던 것을 다시 회수하거나 번복함을 뜻하고 ‘중단’의 의미는 ‘중도에서 끊어져 이제까지의 효력을 잃게 하는 일’이므로 범투위가 여당과의 협상에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의 중단을 요구하는 것과 철회를 요청하는 것의 실질적인 차이가 크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최 전 회장에게 범투위 위원장으로서 여당과의 협상에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 철회 또는 중단을 조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도 바뀌고, 국회의원도 바뀌고 여당과 야당도 영원하지 않다. 도대체 누가 의대정원 확대의 영구적 철회를 약속할 수 있단 말인가.

설령 정부나 여당을 상대로 ‘철회’라는 문구를 관철시킨다고 해도 영구적일 수 있겠나?

요즘 의협을 비롯한 많은 의사단체가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를 향해 ‘9.4 의정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 전 회장이 배신자로 낙인찍히며 사인한 바로 그 ‘9.4 의정합의’가 최근 의사들이 정부를 향해 큰소리 치는 무기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9.4 의정합의 카드를 내밀며 정부에 약속이행을 요구하는 의사단체에는 3년 전 최 전 회장에게 손가락질하던 의사들이 상당수 활동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소송은 의협회장을 지낸 선배의사가 젊은 의사후배들을 상대로 소송까지 하느냐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진행한 소송이다.

허위사실로 자신들의 리더를 공격한 사람들은 소송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뒷맛이 참 씁쓸하다.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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