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국가중 코로나19 이전 비대면 초진 허용 국가는 2개 국에 불과하고, 이마저 주치의 또는 단골의사에 한해 허용했다. 비대면 진료는 산업계 이익보다 국민의 건강이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하다.”

18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이하 의정연, 소장 우봉식)는 G7 국가에서 비대면 진료 초진을 허용한다며 우리나라도 비대면 초진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원격의료 산업계를 향해 이 같이 지적했다.

앞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는 지난 3월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진 환자 중심 비대면 진료 제도는 시대를 역행하는 규제법’이라며 비대면 초진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산협이 속해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 비대면 진료 산업계는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 법안을 ‘비대면진료금지법’으로 규정하고, 4월 14일부터 ‘비대면 진료 지키기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7개국(G7) 중 비대면 진료에 재진 환자만 가능하도록 한 곳은 없고, 초진 환자에게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 산업계의 주장이다.

의정연은 G7 국가들의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상황을 코로나19 이전ㆍ기간ㆍ현재로 나눠 기간별로 검토한 결과, 원산협의 주장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G7 국가 비대면 초진 현황
G7 국가 비대면 초진 현황

의정연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 메디케이드(Medicaid)에서 초진을 허용했다.

하지만 메디케이드는 메디케어(Medicare)와 달리 저소득층을 위한 공적 보험제도이고, 주별로 메디케이드 정책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보편화된 전반적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

미국은 2024년 12월 31일 자로 비대면 진료 초진을 더불어 그동안 완화했던 다양한 비대면 진료 규제들에 대한 완화 조치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의정연은 비대면 초진에 대해 추후 기간을 더 연장하려는 의도로 2024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한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해 공표한 것이라며, 비대면 초진을 더 연장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에 대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 초진의 개념은 ‘처음 만나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는 코로나19 이전에 ‘지난 12개월 동안 최소 한 번의 대면 진료’를 받은 담당의사(사실상 주치의)에게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했다.

단, 응급상황이나 담당 주치의가 없는 경우 등은 예외적으로 비대면 진료 초진이 가능했다.

코로나19 기간 중에는 주치의 결정 없이도 비대면 초진(담당 의료인이 아닌 처음 만나는 의료인에게 비대면 진료 가능)이 가능해졌으나, 4월 현재 긴급 상황, 주치의가 없거나 건강 상태에 맞는 기간 내 주치의를 이용할 수 없는 환자 경우, 죄수 등 예외적 상황에서만 초진 허용 원칙이 다시 적용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비대면 진료는 독일연방의사협회의 표준의사직업규정(이하 의사규칙) 제7조 제4항 제3문을 근거로 하는데,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독일의 의사규칙을 시기별로 검토한 결과, 독일에서는 코로나19 이전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되도록 허용됐으나 대면진료 없이 비대면 진료만 하는 것은 금지돼 있고, 2018년부터 기존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의료서비스의 주(main)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됐다.

2018년 의사규칙 제7조 제4항 제3품을 보면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Fernbahandlung)만 전적으로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는 진단이나 진료의 주 방식으로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것은 의사규칙 위반이고, 다만, 대면 진료가 필요한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면 진단이나 진료의 일부가 인쇄 또는 통신매체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은 허용된다는 의미이다.

의사의 조언과 진료는 의사와 환자가 직접 진료를 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대면진료를 하면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원격의료를 보조수단으로서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코로나19 이전에도 원격의료를 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초진은 허용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2021년 의사규칙 제7조 제4항이 ‘최소한 한번 또는 진료에 참여한 의사가 환자를 진료했거나 환자가 의사의 진찰을 통해 병적 상태를 안 경우 의사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보조적으로 사용해 의료적 조언과 진료를 해야 한다’고 개정된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독일 내에서는 비대면 진료 초진은 코로나19와 상관없이 허용되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금지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규정이다.

캐나다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 발표된 OECD 보고서(OECD, Bringing health care to the patient An overview of the use of telemedicine in OECD countries. 2020.1.21.)에 의하면 ‘사전에 대면의료를 이용한 자만이 비대면 진료 대상’이라고 보고돼 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G7 국가의 비대면 진료 초진 현황을 검토한 결과, 코로나19 이전에는 영국과 미국(메디케이드만, 메디케어 불가) 단 2개 국가에서만 비대면 초진을 허용했고, 현재에도 초진을 허용하는 국가는 대부분 주치의나 단골의사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보건의료정책은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고 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돼만 한다.”라며, “특히 정책이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정책이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우 소장은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 정부와 의사협회는 지난 2월 9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대면진료 원칙 ▲비대면 진료를 보조수단으로 활용 ▲재진환자 중심으로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로 실시 ▲비대면 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라는 대원칙에 대해 합의했다.”라며,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국회의 논의를 앞두고 산업계와 일부 업체가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비대면 진료 초진을 요구하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것에 유감을 밝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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