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3일 간의 짧은 레이스가 시작됐다.

21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비상대책위원장 선거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등 4인(접수 순)이 후보로 등록했다.

이번 선거는 이필수 집행부를 대신해 간호법 제정안과 의사면허박탈법(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응의 전면에 나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 수장을 뽑는 선거다.

등록을 마친 후보자 4인은 21일 오후 8시 후보자 설명회 및 기호 추첨에 참여했다.

기호 추첨 결과 1번 주신구 후보, 2번 강청희 후보, 3번 임현택 후보, 4번 박명하 후보로 결정됐다.

1번 주신구 후보, 2번 강청희 후보, 3번 임현택 후보, 4번 박명하 후보(좌로부터)
1번 주신구 후보, 2번 강청희 후보, 3번 임현택 후보, 4번 박명하 후보(좌로부터)

후보들은 출마의 변을 통해 출마 이유를 밝히고 지지를 호소했다.

기호 1번 주신구 후보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쟁투 경험을 앞세우며 자신이 투쟁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주신구 후보는 “대한의사협회의 명운을 건 한 판 승부가 예정됐다.”라며, “김대중 정권에서 밀어붙인 의약분업 때문에 전 직역 의사들이 참여해 의쟁투를 조직하고 함께 싸웠듯이 다시 의쟁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앞세워 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주 후보는 “지금은 국가를 마음대로 휘저어놓고 있는 거대야당을 상대해야 한다. 시기적으로 국회 본회의 상정이 눈앞에 있는 백척간두의 상황이다.”라며, “비대위에는 어떤 사심과 욕심도 없이 회원들과 함께 앞장서서 싸워나갈 장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주 후보는 “원칙적으로는 협상과 투쟁의 권한이 비대위원장에게 있으나 지금은 초비상 상황이므로, 비대위원장은 투쟁을 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해 준비하고, 민주당과의 협상이 원활치 않을 경우 전면에 나서서 투쟁 이후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시기다.”라고 밝혔다.

주 후보는 “거대야당은 정부를 흔들기 위해 의사협회를 자극하는 악랄한 방법을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파업로드맵에 대한 부분은 차후 전략적인 수정을 기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놔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 후보는 “의약분업 투쟁 당시 의쟁투에 참여하고 최종 단계에서 의쟁투 산하 비상공동대표 소위원회 구성원으로 한편에서는 정부와 협상하고, 한편에서는 90퍼센트 이상의 파업참여를 이끌어내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라며, “전국적인 규모의 투쟁 경험이 있고, 의사협회장 선거에 관심이 없는 저를 비대위원장에 뽑아주면 분골쇄신의 각오로 승리를 가져오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는 “대원칙은 회원들이 모두 참여하고 회원들에 의해서 투쟁이 결정되며 회원들의 손으로 투쟁은 종결되는 것이다.”라며 회원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기호 2번 강청희 후보는 두 차례 비대위를 구성ㆍ운영한 경험을 내세웠다.

강 후보는 “지난 6년간 협회를 떠나 공직생활을 하며 백의종군했다. 비대위원장이란 중책에 도전하게 된 것은 그동안 받아만 왔던 회원들의 성원과 따뜻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는 시점이고, 위기에 처한 의료계를 위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찰나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이다.”라고 밝혔다.

강 후보는 “현 이필수 집행부는 대관, 대국회 활동에 있어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요한 과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라며, “준엄한 심판의 비대위, 집행부를 대신해서 악법저지 역량을 모아야 하는 투쟁의 비대위를 기대했지만, 현 상황은 미래가 밝지 않아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강 후보는 “저는 과거 의협 비대위를 구성하고 운영했던 두 차례 경험이 있고 조직과 기관 운영 그리고, 대외협력과 국민소통의 강점을 갖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강 후보는 “제대로 역할을 하는 비대위, 회원들의 열망을 받아 악법을 저지하는 비대위 그리고, 과거 미숙한 투쟁의 결과로 젊은 의사들을 실망시키고 피해를 양산했던 비대위가 아닌 원하는 성과를 안겨줄 수 있는 비대위를 만들겠다.”라고 장담했다.

강 후보는 “소신과 신념 하에 앞만 보고 전진하는 실행력있는 비대위원장을 원한다면, 대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저에게 기회를 주실 것을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이 되면, 과거에 증명했던 추진력에 더해, 실리를 챙기는 협상가와, 불의에 참지 않는 행동가로서의 모습을 모두 보여드리겠다.”라며, “저를 선택해 준다면 반드시 앞으로 나아가겠다.”라고 약속했다.

기호 3번 임현택 후보는 자신을 이기는 지름길을 아는 전략ㆍ전술가로 소개했다.

임 후보는 “민주당은 간호사의 의사노릇을 허용하는 간호법과, 의사의 삶과 정체성 자체인 의사면허를 빼앗는 면허강탈법을 패스트트랙으로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라며, “신경외과 교수가 새벽에 응급으로 뇌수술을 한 후 퇴근하다가 빙판길에 차가 미끄러져 예기치 않은 인사사고가 발생해 금고형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에도 의사 면허를 빼앗기게 된다.”라고 우려했다.

임 후보는 “이필수 집행부 2년 동안 수술실 내 CCTV설치 강제화, 비급여항목 의무 신고, 심평원 고유업무 확대법, 실손보험 간소화 강제법안 통과 위기, 수탁검사 고시 파행 사태, 한의사 초음파 사용 합법 대법원 판결, 전문약사법 통과, 성분명처방 시도 묵인, 공적 전자처방전 대응 실패, 전문간호사법시행령 통과 등 힘 한 번 못써보고 내어 주는 어처구니 없는 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임 후보는 “저를 아끼는 많은 분이 이미 한쪽에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해 기울어진 배를 수선하고 구출하려 들어가는 형국이라며, 비대위원장을 말린다.”라며, “하지만 14만 의사회원과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을 지탱하는 의료체계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기울어진 배로 뛰어 들려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임 후보는 “수많은 대내 상황과  대정부 상황속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써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기는 싸움을 해 왔다. 2020년과 같은 패배감과 희생자가 남는 투쟁, 이필수집행부와 같이 무기력하고 일방적으로 다 내주는 싸움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임 후보는 “누구도 생각 못했던 전략과 전술로 여ㆍ야할 거 없이 정치인들이 의사들의 뜻을 귀담아 듣고 그대로 실행할 수밖에 없는 싸움, 가장 중요한 국민의 마음을 얻는 안정감 있는 투쟁을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는 “이미 이기는 지름길을 알고 있다. 이미 거북선과 판옥선들을 지어 놓았다. 이기는 싸움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기호 4번 박명하 후보는 의약분업 단위 최초 반 단위 파업을 시도한 경험을 소개하며 지지를 요청했다.

박 후보는 “의약분업 파업투쟁 당시 서울 강서구의사회 9반 반장으로서 서울에서 반 단위로는 최초로 단독 파업을 시도하는 등 투쟁에 앞장섰다.”라며, “투쟁하던 30대 때가 생각이 나며 가슴이 먹먹해 진다.”라고 전했다.

박 후보는 “지난해 5월 20일 민주당사 앞에서는 하지 말라는 회유와 협박을 받으면서도 서울시의사회 궐기대회를 강행했고, 현장에서 삭발투쟁으로 결기를 보이며 투쟁의 선봉에 섰다.”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안타깝게도 지난 2월 9일 민주당에 의해 자행된 입법폭거로 간호단독법과 면허취소법이 본회의에 직회부되는 사태를 맞이했고, 역할에 한계가 있는 의협 부회장직을 사임했다.”라며, “서울시의사회장으로서 저지 투쟁을 좀더 자유로운 상황에서 해나가는 것이 악법 저지에 더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부회장 사임 후 이틀 뒤에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비대위 구성을 위한 임총이 결정됐고 지난 18일 비대위 구성이 의결된 임시총회에서 비대위원장 입후보 의사를 밝혔다.”라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비대위원장이 되면 올바른 판단력, 집요한 추진력, 강력한 투쟁력으로 악법 저지에 분골쇄신 최선을 다하겠다. 관례에 따른 지역ㆍ직능 배려에 따른 비대위원 구성이 아니라, 한마음 한뜻으로 저지투쟁할 분을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와 논의해 구성하겠다.”라면서, “국회 단계와, 대통령 재가 단계에 맞춰 최종 파업투쟁까지 단계별 투쟁전략을 세워서 전회원과 함께 가는 비대위가 되도록 이끌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늦가을 의협 로비 찬바닥에서 일주일 간 철야 농성을 할 정도로 독하다.”라며, “서울시의사회를 포함한 16개 시도의사회의 강력한 조직력으로 악법 저지 투쟁을 성공시키겠다.”라고 약속했다.

온라인으로 후보자 설명회에 참석한 박성민 의사협회 대의원의장은 “의료계가 힘든 상황에서 어려운 자리에 나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운영위는 공명정대하게 선거를 치르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는 “후보자들은 의료계의 소중한 재산이고 보배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설명회를 주재한 이윤수 대의원회 운영위원도 “누가 되더라도 당선자를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라며, “선거 후 모든 후보가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 18일 의협회관서 임시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건’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비대위원장 선출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맡기던 관례를 따르지 않고 대의원 직선으로 선출하기로 했다.

다만, 회원의 피선거권 제한 문제가 불거지자 선거일정과 절차 등 구체적인 방안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문을 얻어 결정하기로 했다.

20일 대의원회는 ▲후보등록(2월 20일 오전 11시~21일 오후 4시) ▲선거운동기간(후보 등록후 23일 오후 6시) ▲후보자 설명회 및 기호 추첨(21일 오후 8시) ▲선거 1차 투툐(23일 오후 6시~오후 8시), 2차 투표(23일 오후 8시~오후 9시) ▲당선인 공고(23일 개표 후) 등 선거일정을 공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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