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이 무죄라는 취지로 원심에 돌려보낸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에 한 법조인이 대법원의 판단이 의문스럽다는 의견을 피력해 주목된다.

대법원이 이상한 논리를 내세워 기존의 헌재 결정과 대법원 판결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2020년에도 초음파기기를 사용한 한의사에게 의료법 위반이라는 결정을 내렸는데 대법원이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의문을 제기했다.

29년간 검사로 재직하다가 2020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임무영 변호사(임무영 법률사무소)는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칼럼을 통해 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기 사용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비논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임무영 변호사는 “지난 22일 대법원에서 초음파기기를 진료에 사용한 한의사에 유죄를 선고했던 1ㆍ2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라며, “대법원에 상고된지 무려 6년이 지나서야 판결이 나왔다. 여러 면에서 문제점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먼저 노정희 대법관이 판결에 참여한 사실을 꼬집었다.

임 변호사는 “이 사안은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가가 쟁점으로서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가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건인데, 노 대법관의 남편은 한의사로 알려졌다.”라며, “민사소송법에 의하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법관은 스스로 회피를 해야 한다. 설사 노 대법관이 공정하게 결론을 내렸다고 스스로 자신한다 하더라도 제3자는 남편의 직업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회피했어야 함에도 회피하지 않은 것은 판결 결과의 정당성에 의심을 갖게 하는 행위로서 적절한 처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판결 내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임 변호사는 “그동안 대법원은 어떤 의료기기를 이용한 치료행위가 한의사 면허가 허용하는 진료에 해당되는지 판단은 그 의료기기의 기본 원리가 한의학적 학문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의료기기의 사용행위가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에 해당되는지, 한의대에서 교육과정이나 국가시험 등을 통해 당해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의료기기 사용에 전문적 지식이 필요 없어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고, 헌법재판소 역시 2012년과 2013년에 3회에 걸쳐 대법원과 유사한 논리를 바탕으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된다는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특히 헌법재판소는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가져올 우려의 의미를 진료 과정에서 기기를 잘못 다툼으로써 발생하는 적극적 위해만이 아니라 그 진료 결과를 판독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판독하지 못함으로써 적절한 의료적 대응을 하지 못하는 소극적 위해 역시 보건위생상의 위해라고 보았다.”라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이상한 논리를 내세워 기존의 헌재 결정과 대법원 판결을 뒤집었다.”라고 꼬집었다.

임 변호사는 “대법원은 기존의 대법원 입장을 종전 판단기준이라고 하면서 죄형법정주의적 관점에서 명시적 금지규정이 있고, 한의사 입장에서 볼 때 진단용 의료기기가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관련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만 처벌대상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내세웠다.”라고 전했다.

임 변호사는 “명시적 금지규정이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은 입법기술적으로 무척 어려운 이야기이다. 법이란 사회현상을 뒤쫓아갈 수밖에 없는데 대법원의 입장대로라면 새 의료기기가 나올 때마다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지를 정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라는 소리는 간단히 말해서 한의학과 관련이 있다고 조금이라도 주장할 수 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한의사에게 매우 유리한 기준이다.”라면서, “이게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주장인지는 본건에 대한 설명에서 확인된다.”라고 꼬집었다.

임 변호사는 “대법원은 초음파가 한의학적 원리와 관련이 있는 이유를 사람의 배를 손으로 만져보는 복진이라는 진찰방법이 있는데 이 복진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했으므로 한의학적 원리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라며, “배를 손으로 누르는 것과 초음파를 이용해 신체 내부의 구조를 확인하는 게 어떻게 같은 원리라는 소리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논리이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보건위생상의 위해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했다고 짚었다.

임 변호사는 “초음파 진단기기는 인체 내에 여하한 부작용을 발생시키지 않는 안전한 기기이기 때문에 한의사가 사용한다고 해서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헌법재판소가 말했던 아주 중요한 쟁점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주장이다.”라며, “헌법재판소는 적극적 위해 외에 소극적 위해, 즉 기기를 제대로 판독하지 못함으로써 정확한 진단을 하지 못하고 치료시기를 놓치는 점 역시 보건위생상의 위해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라고 상기시켰다.

임 변호사는 “이 사안에서 해당 한의사는 피해자에 대해 무려 68회의 초음파 검사를 실시한 후 한약을 처방했다. 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은 피해자가 다른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자궁근종암 2기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이 한의사는 68회의 초음파 검사를 하는 동안 피해자가 자궁근종암이라는 사실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고 따라서 피해자는 적정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증상이 악화됐다. 이는 매우 명백한 보건위생상의 위해라고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이러한 명확한 팩트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논리 전개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이는 사실을 숨기는 소극적 거짓말이라고 임 변호사는 비판했다.

특히 임 변호사는 시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대법원은 자신들의 결론이 헌법재판소와 다른 이유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2012년, 2013년 당시와 달리 최근은 국내 한의과대학에서 진단학, 영상의학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역시 소극적 거짓말이다. 이 판결에서 문제가 된 오진 사례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던 2012년에 일어났고 해당 한의사는 교육 과정에서 진단학, 영상의학을 배운 바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임 변호사는 “더군다나 헌법재판소는 불과 2년 전인 2020년 6월 25일에도 한의사들의 초음파기기를 이용한 성장판 검사는 의료법위반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즉 2012년이 아니라 2020년에도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는데, 대법원 판결은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라며, “실수일 리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은 한의사에게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일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그 판단이 옳은지 의문스럽다.”라고 지적하고, 자신이 수사 검사였다면 해당 한의사를 무면허의료행위만이 아니라 환자에 대한 사기, 업무상과실치상죄로도 기소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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